증거인멸? 증거는?
마녀사냥식 편파적인 보도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군요. 처음 들어본 아시아 타임즈는 조국 장관이 증거인멸을 해줘서 고맙다고 했다는 기사 제목을 뽑았네요. 사실관계가 아니라 자기 해석을 맘껏 집어 넣은 제목입니다.
뭐야 진짜 그런거야? 그럼 이건 완전히 범죄 입증 증거네라고 생각하고 기사를 읽어보았습니다. 무슨 내용인지 보니 퇴근하던 조국 장관이 집앞에서 그 직원을 마주쳤나 봅니다. 그래서 아내를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했답니다. 집에까지 와서 도와준 사람을 마주쳤으면 당연히 고맙다고 해야지요.
그런데 기자는 1) 퇴근하면서 마주쳤다는 사실, 2) 고맙다고 말했다는 사실을 가지고 조국 장관이 증거인멸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쓰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제목에는 괄호를 붙이긴 했지만 "(증거인멸) 고맙다"라고 팩트처럼 집어 넣었습니다. 아직도 반성없이 이런 기사를 내보내는 군요.
자기 컴퓨터 하드를 교체하는 건 죄가 아닙니다. 만일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면 하드를 물리적으로 부수거나 포맷을 완전히 다시해서 어떤 정보도 남지 않게 해야 하겠죠. 만일 증거인멸 시도가 있었다면 이미 검찰이 정보를 흘려서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했겠지요.
심지어 학교기관 센터장 PC에 당연히 들어있을 총장직인이 발견된 걸로 떠들썩하니 이슈를 만들어, 마치 조작의 느낌을 주는 기사들이 쏟아졌던 것도 다분히 의도적으로 보입니다. 진짜 제대로된 증거가 있다면 벌써 흘렸겠죠.
사실관계는 더 밝혀야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해야지요. 팩트체크가 되고 동기들이 확인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무리하게 기소를 한 뒤 더이상 피의자를 소환할 수 없는 검찰이 언론에 정보를 흘리면서 피의자의 답변을 끌어내는 방식으로 수사를 하고 있는 셈이네요. 피의자가 답변하지 않으면 최소한 언론의 의혹으로 검찰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셈이죠.
오늘부터 퇴근해서 자기 집에 들어가다가 택배 배달 오신 분을 만나도, 정수기 필터 바꿔주러 오신 분을 만나도, 가전제품 수리하러 오신 분을 만나도 절대로 고맙다고 인사하시면 안됩니다.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합리적 의심이라는 변명으로 마녀사냥으로 몰아가는 일은 사라져야 합니다. 특히 이런 기사처럼 사실관계와 가치판단을 교묘하게 엮어서 조국 장관이 증거인멸해 줘서 고맙다는 식으로 기사를 내는 건 최악입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느끼는 것 한 가지는, 우리는 점점 비인간적이고 비인격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요받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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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