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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이한테 감동받았어요.

제인에어 조회수 : 4,298
작성일 : 2019-08-16 02:00:08


제가 어려서부터 한쪽 눈이 좀 이상했어요.
한쪽 눈이 시력도 떨어지지만 눈이 보지를 않아요.
나이 먹으면서는 사시도 생겼고요.
앉아있는 상태로 책을 보거나 티비를 보는 데는 별 문제가 없는데
넓은 공간에서 움직이고 있을 때는 공간의 입체감을 못느껴요.
길을 걷다가 갑자기 턱이 있으면 발을 헛디디곤 해서
집 밖에 나가면 항상 긴장하며 걸어다니죠.


저희 집 옆에 개천이 흐르고 그곳에 가끔 운동이나 산책을 나가요.
개천으로 내려갈때 계단이 있는데
제 눈에 대해 아는 사람 중에는 계단 내려갈때 꼭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몇 있어요.
남편과 친한 친구 2명은 잊지 않고 손을 잡아줘서 늘 고마와하지요.
반면에 친정엄마는 가까이 사셔서 자주 만나는데 한번도 먼저 잡아주신 적이 없어요. 몇번을 잡아달라고 해도 그때뿐이고 언제나 기억을 못하세요. 그것땜에 섭섭해해도 변화가 없더군요. 제가 더듬거리며 내려가도 모르세요.


딸아이가 10살인데 아직 제 눈에 대해서 정확히 얘기해준 적은 없어요. 아이가 많이 왜소해서 아이한테는 손 잡아달라고 한 적도 없고요.
근데 오늘 친정엄마랑 아이랑 같이 개천에 나가는데
아이가 할머니 손을 잡고 앞에 가다가 계단이 나오니까 멈춰서서는 뒤따라오는 저를 기다리면서
할머니 엄마 손 잡아줘야 되잖아. 그러더라고요.

고사리같은 손을 잡고 계단을 내려가는데
그 손이 의지가 된다는게 참....
친정엄마는 수십년간 한번도 기억 못해주던걸
이제 10살인 아이가 생각해준 것도 신통하고
어린 아이가 엄마를 도와주려고 하는 것도 너무 고맙고요.

한편으로는 심봉사가 심청이 손 잡고 다니는 것 같기도 해서
제가 가진 문제가 아이한테 짐이 될까
미안하고 짠하기도 했고요.
어쩌다 내가 어린딸에게까지 도움을 받게 되었나 한심스럽기도 하네요.

눈이야 고쳐질 수 없는 병이고
아이 키우는 동안만이라도 더 나빠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예요.


암튼
아이를 낳을 때에는 한껏 사랑해주려고 낳았는데
되려 아이에게 사랑받는 것 같아 고맙고 또 감동적이었네요.

IP : 221.153.xxx.46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행복하세요
    '19.8.16 2:04 AM (115.143.xxx.140)

    오래오래 예쁜 아이를 많이 볼수있게 눈이 더는 안아프시기를 바랍니다.

  • 2. ...
    '19.8.16 2:17 AM (223.38.xxx.248)

    그러게요.
    한심스럽지 않아요.
    아름다운 이야기네요, 아름다운 모녀... 원글님은 새로운 모녀관계를 만들어 가고 계시네요. 오래오래 행복하시길.

  • 3. 감동
    '19.8.16 2:18 AM (125.130.xxx.23)

    병원에서는 뭐라던가요?

  • 4. 제인에어
    '19.8.16 2:26 AM (221.153.xxx.46)

    희귀질환이고 계속 진행중이고 치료법은 없고
    그렇다고 실명하거나 죽지는 않는답니다. ^^

    워낙 드문 병이라 병명 알아낸 것도 기적이었어요.
    병에 대한 정보도 없고요.

    처음 알았을땐 많이 충격받았는데
    지금은 그냥 실명도 안되고 죽는 병도 아니라니
    병따위 무시하고 열심히 내 인생 살자 그러고 있어요.
    걱정해봤자 답이 나오는게 아니더라구요.

  • 5. ....
    '19.8.16 2:55 AM (116.39.xxx.29)

    그런 천사를 낳고 키운 분이 원글님인걸요
    충분히 자랑스러우실 만합니다. 쓰신 글 보니 아이가 엄마 성품을 닮았나 봐요.
    새로운 모녀관계를 만들었다는 윗님 말씀 좋네요.

  • 6. 저도
    '19.8.16 5:14 AM (112.214.xxx.73)

    감동 받았어요 하나님이 보내주신 천사네요
    안좋은 뉴스가 난무하는 요즈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름다운 세상도 있어서 청량제가 되네요 행복하세요

  • 7. ...
    '19.8.16 6:31 AM (116.34.xxx.114)

    예쁜 아이네요.
    원글님 좋은 사람을 곁에 두셨네요.

  • 8. 요즘
    '19.8.16 6:58 AM (218.154.xxx.188)

    애들은 저밖에 모르는데 원글님은 복이 많네요..

  • 9. ..
    '19.8.16 8:03 AM (125.182.xxx.69)

    어렸을때부터 그랬는데 어머니 너무 무심하시네요.
    아이 예뻐요.
    남편분도 좋은 분이실꺼 같아요.

    정말 긍정적이세요.
    복 받으셨어요.늘 행복하시길..

  • 10. 제인에어
    '19.8.16 8:07 AM (221.153.xxx.46)

    댓글 달아주신 분들 모두 감사해요~^^

  • 11. 정말
    '19.8.16 9:29 AM (211.48.xxx.170)

    예쁘고 사랑이 많은 아이네요.
    그 마음만큼 사랑 받으며 행복하게 살길 기원합니다.
    원글님도 건강 조심하시구요.

  • 12. ..
    '19.8.16 10:54 AM (220.118.xxx.79)

    원글님 착한딸 생각하시고 기운네요.

    친정어머님이 그러기 쉽지 않은데, 혹 연세가 드셔서 조금 감이 떨어지신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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