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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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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기억중 가장 힘들었던 열살.

여름밤 조회수 : 4,379
작성일 : 2019-08-01 20:00:56

어제  엄마와 함께, 고유정이 늘 들고 다녔다는 팥과 소금주머니가 클로즈업된 tv화면을 보고있다가,

조심스럽게 열살때의 그 여름날을 털어놓았어요.

45세된 지금까지 가슴속 깊은곳에서만, 잠들어있던 비밀이었어요.


"엄마, 푸른 박공지붕집 현숙이 기억나지?

정확하게는 내가 퍼뜨린 이야기가 아니었는데,

우리가 가을에 이사갈때까지 9개월을, 정말 힘들었다.

현숙이가, 나한테 어느날 너네엄마 무당이지?라고 해서 아니라고 했는데도

끝까지 우겼더니 그애가 내 머리 잡아버리고, 소리질러대서 벙쪄서 그냥 서있었잖아.

그리고 그날 내가 엄마한테 그런일이 있었다고 하니까.

정작 무당은 현숙이네 엄마가 무당이라고 했었잖아.

얼마나 안지나서 뒷자리 허선영이, 나한테 현숙이엄마 무당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사실이냐고 해서 엄마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길래 순진하게도 그렇게 들었다고 고갤 끄덕였더니

소문내자고 그친구가 그러는거야.

그다음날, 소문이 다 났고, 소문의 발원지는, 나와 허선영이라고 현숙이가

자기네집으로 놀자고 부른다음에, 내게 물이 든 스프레이를 얼굴에 뿌려가면서

소리지르고, 경찰서에 신청서 넣어버리겠다고 했었거든.

제발 우리 엄마아빠알지 못하게 해달라고, 잘못했다고 빌었는데

이친구가 무릎꿇으라고 하고 백번씩 쪼그려뛰기 시키고, 또 오리걸음 시키고

그다음부터 숙제 전부 내게 시키고, 똑같은 지도만 세번을 그리고,

준비물 안가져오면, 경찰서에 신청하겠다고 으름장 놓고.


게다가

오늘밤 12시에 너희집에 나쁜 혼백을 불러서 네 머리맡을 빙빙돌게 하겠다고 하고.

부적써서 너 바짝바짝 말라죽게 하겠다고 하고,

(허리띠 풀어서 내 등짝 때리고.)-이건 자존심 상해서 절대 말 못했어요.

안그래도 자기네집 안방엔 어린 남자애혼백이 밤마다 와서 자기침대주변을 빙빙

도는데, 그 혼백 너에게 보내주겠다고 으름짱 놓고.


비오는 날이면,

우산 땅바닥에 찍고 다니지말라면서,

너네 엄마 일찍 죽는 수가 있다고 해서 간담 다 녹이고,


걸핏하면

경찰서에 신청서 넣겠다고

9개월을 괴롭혔어요.

늘 돈이 없고 마른 버즘이 잔뜩 핀 제앞에서

커다란 미제 아이스크림 먹고 샌드위치 먹고

캔디머리핀을 곱게 찌르고, 단정한 세일러복을 입고 다니면서

참새같이 마른 다리가 아프다고 제게 가방을 들게 했어요.

어느날은, 기름범벅인 오래된 도너츠를 꺼내와서 설탕 한개만

찍어야 한다고,

그렇지않으면 경찰서에 신청서 넣는 날이라고 해서

못먹으니까 한살 위인 동네언니랑 낄낄대고.


그와중에도 전 엄마아빠에게 이런 사실이 알려지는게 무서웠어요.

그 친구는, 같은반인 허선영은 전혀 건드리지 않았어요.

오히려 저도 모르게 -저는 허선영외에 더 말한 아이가 없었음.소문이 전부 퍼진것을 전부 제탓으로 돌렸어요.


그일이 있기전에도 그 아이는 감정기복이 무척 심한 편이었어요.

따듯한 봄날, 학교교문을 나서 아직 햇살이 대기중에 평온하게 퍼진

토욜일날, 풀냄새가 잔뜩 나는 논길을 걸어오는 동안에도 갑자기

기분이 우울해져선 네가 우리엄마 죽였지?

라는 말을 하면서 달려들어 절 논바닥에 내팽개친적도 있었던 아이였어요.

그러면서도, 공부도 못하고, 늘 굶주리고 연필도 변변치못한 제게

그 아이가 가진 핑크색가방이나, 살짝 말려진 갈색으로 염색한 펌머리에서

풍기는 샴푸냄새라던지, 숙제를 해주면 감질나게 뜯어주던 빵이나 사탕은

제 기쁨이었어어요.

그런 사소한 기쁨마저도, 경찰서에 신청서란 조건이 붙은 협박으로 바뀌고

한번도 노라고 해볼수없던 그 슬픈 일들.

제가 전혀 알지도 듣지도 못했던, 그 아이침대를 밤마다 나타나 떠돈다는

어린 남자애의 혼령을 내게 보내주고싶다는 말에 얼마나 벌벌 떨었는지

그러면서도 우리 엄마나 아빠가 몰랐으면 해서

혼자서만 그 모든 일들을 다 감당했어요.

그 마음에도 우리 엄마가 아빠가 알면 자존심이 상할것같았고

매일 술만 마시고 노랗게 황달끼가 다분한 아빠는,

분명 저를 길밖으로 쫒아낼것 같았어요.

엄마는 늘 그런 저를 방관하고 어스름진 단칸방에 앉아있었고.

그시절은, 눈이 급격하게 나빠져서 칠판글씨가 벌써 얼룩져서

안보였고, 소숫점 둘째,셋째를 구하는 나눗셈은 멍한 제 눈동자에

각인되지못한채 그저 뜬구름처럼 무심히 흘러가던 초등시절..

이리가도 혼나고 저리가도 혼나고,,

그러다가  그해 겨울을 앞둔 늦가을날, 그 동네를 뜨게 되었을때

한참을 아쉬워하면서 입맛을 다시던 그 친구의 얼굴을 얼마나

소름끼쳐 했는지 몰라요.

그렇게 떠나왔는데

제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일주일정도 되던 토요일 봄날,

제 바로 앞에 앉아있던 단발머리의 마른 여자아이가

내릴려고 일어날때 둘이 서로 눈이 마주쳤어요.

둘이 알아보던 순간이었어요.

여전히 캔디머리핀을 하고 있었고, 여전히 말랐어요.

성적이 안되어서 갈 학교가 없어 집에 있다는 이야기는

우연찮게 그 아이와의 오랜인연에 대한 마침표처럼

듣고난뒤로, 끝났는데,

부모에게도 기대지못하고 오히려 알려지면 제 자존심이 다칠까봐

전전긍긍했던, 한참을 그 아이에게 시달렸던 유년이 생각나서

처음으로 그 이야기를 엄마에게 꺼내놓았더니

"그럼 그애만 손해지, 지 숙제도 하나도 안해놓으니까."

라고 하는군요.

IP : 121.184.xxx.31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9.8.1 8:08 PM (1.248.xxx.113)

    2편 없나요 왜케 재미지나요?
    그 캔디머리핀녀는 지금 어떻게 됐대요?

  • 2. 원글
    '19.8.1 8:11 PM (121.184.xxx.31)

    전 절대 재미있지 않았어요,
    자존심상하고, 너무 힘들었었어요.
    물론 9개월간에 걸쳐진 에피소드는 엄청나죠..
    늘 그 아이 가방속에 있던 팥과소금도..

  • 3. 마음
    '19.8.1 8:20 PM (210.126.xxx.94)

    맘 아프네요. 원글님 어머니가 소리소리 지르고 격분했어야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지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는데..

  • 4. 원글
    '19.8.1 8:25 PM (121.184.xxx.31)

    그 9개월간의 일들이 하루가, 또 하루가, 계속 모여서 9개월이 된건데, 참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엄마가, 이런 실타래를 풀 수가 있을까 -나를 연탄집게로 때리고 내쫒는거 아닐까.
    아빠는 당연히 그럴것이고,
    그 친구는, 엄마,아빠가, 누나가, 오빠가 힘이되어 도와줄테니, 경찰서에 신청서 넣고 소년원에 넣어주겠다고
    제게 그런말을 했고, 엄마가 모시는 장군신께 기도해서 혼백을 뜨는 의식을 할수있다고도 했어요.
    제가 정작 설레발치면서 소문을 내지도 않았는데,
    엄마가 이런 모든일들을 어떻게 해결해줄까, 지금생각하면 엄마의 역량도 그걸 풀어나갈 머리도, 재간도 되지않았을 거라는, 체념이 있었던것 같고,
    열살의 제 겁많은 입장에서는 오로지 엄마아빠가 알면 다칠 자존심때문에 그냥 참았던것 같아요.

  • 5. 토닥토닥
    '19.8.1 8:31 PM (110.70.xxx.82)

    원글님~~~얼마나 힘드셨어요
    이제 우리에게 얘기했으니
    무거운짐 내려놓고 훌훌?툴툴 털어버리세요
    누구나 힘든일 몇개쯤 있을수 있는데
    감당하기힘들 나이
    원글님은 혼자 참 힘드셨겠어요
    다시한번 토닥토닥!!!!!

  • 6. 죄송한데
    '19.8.1 8:32 PM (121.162.xxx.221)

    글을 넘 잘 쓰시네요. 호기심이 마구 생기게 하시는데 작가 아니신가 했어요 어린 10살에 참 못된 아이 만나셨던거에요. 엄마도 딸에게 갖어야 할 공감력이 없으신것도 안타깝네요. 그래도 원글님덕에 독특한 에피소드 잘 듣고 갑니다 뒤에 이야기 더 듣고 싶네요 10살 아이에게 괜찮다고 맘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 7. 원글
    '19.8.1 8:36 PM (121.184.xxx.31)

    고유정 남편이 인터뷰도중,
    소름끼치지 않으세요?라고 물어보는 장면 있었잖아요,
    저도 그 시절을 지나고 나서, 문득 혼자 떠오르는 그애와의 장면이 있잖아요,
    그애가방이 열리고, 팥이 내얼굴로 던져지고 소금들이 흩뿌려지고,
    그애네 집에 불려갔을때 컴컴하게 드리워져있던 눈썹치켜든, 그 인형들, 타오르고 있는 향들.
    얼굴에 마구 뿌려지던 차가운 스프레이들.
    모멸감과 슬픔이 마구 너울대서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예감되어지던 그 열살들..

  • 8. 테오
    '19.8.1 8:52 PM (221.148.xxx.67)

    원글님때문에 로그인했어요.
    글이 너무 슬프면서도 아련해요.
    마치 잘쓴 단편을 읽은 기분이 드네요.
    그시절의 어린여자아이는 얼마나 두렵고 슬프고 막막했을까..
    어머니도 참 너무하시네요. 전혀 위로가 못되네..
    그시절의 이야기를 찬찬히 글로 써보세요.
    위로가 될거 같네요.
    그어린소녀를 꼭 안아주고 싶습니다

  • 9. ..
    '19.8.1 8:55 PM (222.237.xxx.149)

    공부 못했다고 쓰셨는데
    아닌 것 같아요.
    글 너무 잘 쓰세요.
    얼마나 힘들었을까.
    저는 안좋은 기억은 거의 의도적으로 잊어버려요.
    원글님도 이제 편안해지시길 바래요.

  • 10. 원글
    '19.8.1 8:58 PM (121.184.xxx.31) - 삭제된댓글

    그렇게 그 동네를 떠나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
    버스안에서 그아이와 눈이 마주쳤을때,
    그 까만 단발 머리 왼쪽부분에 꽂혀있던 그 캔디머리핀.
    늘 그아이 머리위에 올려져있던 그 머리핀을
    고등학생이 되던 봄날, 그 봄날, 또 우연히 만나 서로 알아보았을때
    그 찰나의 순간, 그 기분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두려우면서도 화가나고 억울하고,
    그렇게 버스안에서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아이가 내리고 저도 몇정거장 지나
    내리면서 그냥 또 잊어버렸어요.
    그러다가 고유정방송들을 듣다가, 뭔가 뭔가,, 낯이 익다는 생각이 들다가
    팥과 소금에서 모든게 갑자기 떠오르는거에요.
    혹시 이글을 읽은 분들중에 저를 위해 잠시라도 기도해주시면 좋겠어요.
    다시는 그런 슬픈일 만나지 않게 해달라고..

  • 11. 첫댓글
    '19.8.1 10:41 PM (1.248.xxx.113)

    글을.넘 잘 쓰셔서 원글님 상처를 간과했네요.
    그.아이도 10살이었을텐데 어쩜 그렇게 무서운 말들을 쏟아냈는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제 아이도 지금 10살인데 ㅠ
    스스로 치유하신다 생각하고 윗님 말처럼 글을 써보시는건 어때요?

  • 12. 너무 글을
    '19.8.1 11:14 PM (68.195.xxx.243)

    잘써서 제 자신이 당했을때와 같은 감정이 몰입이 되는데 어떻게 그시기을 이겨 나갔는지 궁금하군요.
    이렇게 깊은 상처을 잘 표현 할수가 있는지? 세월이 지나고 뭐가 크게 잘못이고 뭐가 악질인지 판단을
    할수있고 또 이런일을 당하면 어떻게 해야 된다는 판단이 서서 그런지 지금은 그경험으로 더 성숙 되여 진것 같아요. 그러고 어머니가 숙제을 대신 해주니 그애가 손해지 하는 말이 인상이 깊어요. 깊은 상처을 받았지만
    그애는 악질이고 악마로 일생을 살것같고 나는 그애을 통해서 옳고 그른것을 배웠고 중요 한것이 무언지도 알것 같군요.

  • 13.
    '19.8.2 12:09 AM (116.42.xxx.41)

    단편소설 읽는 느낌인데...실화라면 원글님 경험이 너무 마음 아파요 어찌 견디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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