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역사학자 전우용님 페북 (반일 민족주의)

... 조회수 : 814
작성일 : 2019-07-23 10:33:58
학술적으로 논쟁거리가 될 글을 SNS에 올리는 게 터무니없는 일이라는 건 잘 알지만, 베네딕트 앤더슨의 ‘민족은 상상의 공동체’라는 명제를 끌어들여 시민들의 일제 불매운동을 비웃는 글들이 종종 보이기에 간략히 한 마디 얹습니다.

불매운동이 ‘철 지난 민족주의’라며 비웃는 글들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고 만날 일도 없는 사람과는 그저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로 한 편을 먹고 가끔이라도 만나는 사람을 다른 민족이라는 이유로 배척하는 건,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민족은 그저 상상의 공동체일 뿐이고, 민족의식은 범죄적 의식이거나 적어도 시대착오적 의식이다.”

그런데 앤더슨이 말한 ‘상상의 공동체’는 허구의 공동체나 가상의 공동체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현실에서 직접 관계 맺을 수 있는 인간 집단의 범위를 넘어선 공동체’라고 하는 게 옳을 겁니다. 예컨대 신을 본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신은 ‘상상의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특정한 신을 중심으로 모인 ‘신앙공동체’나 ‘종교공동체’를 허구의 공동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 공동체는 실존하며, 강력한 구심력과 배타성을 지닙니다. 민족 공동체도 이와 유사합니다.

물론 이미 해체된 친족 공동체나 해체 과정에 있는 가족 공동체에서 보듯, 민족 공동체도 언젠가는 해체되거나 무의미해질 겁니다. 그러나 민족을 경계로 하는 차별과 배제, 멸시가 현실에 존재하는 한, 민족 공동체와 그에 대한 귀속 의식도 소멸하지 않을 겁니다. 현재까지 인류가 합의한 결론은 "신은 없다."가 아니라 "종교를 이유로 차별해선 안 된다."입니다.

일제강점기 한국인들의 ‘반일 민족주의’는 일본인들의 ‘혐한 민족주의’에 대한 안티테제였습니다. 둘의 출현이 거의 동시적이었기에, 둘의 소멸도 거의 동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유럽에서 '민족주의'가 범죄화한 건, 먼저 '민족을 경계로 한 차별'이 범죄화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민족의식'이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닙니다.

일본인들의 ‘혐한 민족주의’는 없는 것인 양 치부하면서 한국인들의 ‘반일 민족주의’만 비난하는 건, 차별하는 자의 종교적 신념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차별 받는 사람에게 “세상에 신이 어딨냐? 네 종교를 버려라.”라고 하거나 “차별 받기 싫으면 개종하면 돼.”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건 결코 ‘쿨’한 게 아닙니다. 지적 오만이 자행하는 폭력일 뿐입니다.

------------

PS. '민족은 상상의 공동체'라는 명제를 피상적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은, 남북한 관계와 한일 관계를 '동일한'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일본에 대해 이야기하면 곧바로 "그럼 북한은?"이라고 반응합니다. '민족'을 실체 없는 허구로 취급하다 보니, 북한 주민도 '쿨'하게 아예 남으로 대하는 거죠. 이것도 분단으로 인해 고통받아 온 우리 '민족'에 대한 폭력입니다.

PS2. 이런 태도가 꼭 앤더슨 때문만은 아닙니다. 일제 강점기에도 “오족협화로 모두가 제국신민으로 통합돼야 할 이때 언제까지 조선 민족으로 남아 있을 거냐?”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PS3. 물론 한국인의 민족주의가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등지를 향할 땐 단호히 비난해야 합니다. 하지만 일본에 대해서는 아직 아닙니다.

https://www.facebook.com/100001868961823/posts/2875860855819518/
IP : 218.236.xxx.162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9.7.23 10:39 AM (106.240.xxx.44)

    앤더슨 등 서구 학자들이 주장하는 건 근대국가의 성립이 늦은 유럽을 대상으로 한 모델이고, 서구학자가 주장한 거라면 사죽으로 못쓰는 추종주의자들이 이 모델을 갖고 무리하게 한국에 적용한 것이죠.

    한국에서 민족은 늦어도 통일신라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 2. 불매운동이
    '19.7.23 10:44 AM (58.120.xxx.54)

    철 지난 민족주의라는 헛소리 하는 토왜들이 많은가보군요.
    철 지나긴 지금 일본놈들과 싸움중인데

  • 3. ^^
    '19.7.23 10:51 AM (112.218.xxx.178)

    감사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955049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해요 7 울고싶다 2019/07/27 3,826
955048 기름때 많이 낀 쌍둥이 칼 나무 칼집 어떻게 닦으세요? 5 살림초보 2019/07/27 1,992
955047 도와주세요 엄청 부티나보여야해요 125 ㅇㅇ 2019/07/27 37,281
955046 “한국은 적 아닌 이웃” 수출규제 철회 서명운동 하는 일본 지식.. 15 인간이면 2019/07/27 3,274
955045 일본여행 가지 마세요. 원전폭발 8년 후쿠시마 안전한가 KBS,.. 1 후쿠시마 2019/07/27 2,174
955044 위에 좋다는 매스틱 드셔보신분? 5 위염환자 2019/07/27 2,144
955043 낼 아침 비행기 2 김해 2019/07/27 1,032
955042 미드보고 있는데 하나같이 집열쇠를 현관앞 발판밑에 둘까요? 7 미드 2019/07/27 4,577
955041 차라리 지금이 좋은 기회라고 봅니다. 9 각성 2019/07/27 2,827
955040 ㅎㅎㅎ 쪼무라기 알바는 다 숨었나봐요? 8 ........ 2019/07/27 1,397
955039 좋아하는 영화 댓글 달아보아요 13 영화 2019/07/27 1,788
955038 운동) 반스쿼트 하려는데 시간 간격 어떻게 조절하면 좋나요? 1 운동 2019/07/27 1,213
955037 일본이 열폭할만한 나랏말싸미 7 나랏말싸미1.. 2019/07/27 2,200
955036 트레이더스 마늘바게트 6 자주 2019/07/27 2,052
955035 돋보기로 보는 내 얼굴 1 실망 2019/07/27 1,333
955034 한여름 생일 ㅠ 6 .. 2019/07/27 1,974
955033 이순신 장군 曰 1 ㅇㅇㅇ 2019/07/27 1,357
955032 주말에 약속하나 없는 미혼 제가 문제인지 봐주세요 9 ... 2019/07/27 3,655
955031 멸종 위기 아빠라서 잘 해줘야해 1 ㅋㅋ 2019/07/27 1,499
955030 청와대 떠난 조국ㅡ노회찬 그립다, 추모전시회 봉사활동 5 기레기아웃 2019/07/27 1,811
955029 일본은 과거 자신들의 만행을 가르치지 않아서 2 모른답니다 2019/07/27 630
955028 백내장수술후 경과가 안좋으면.. 백내장수술 2019/07/27 1,632
955027 페이코우리체크카드 쓰시는분계신가요? ㅇㅇ 2019/07/27 591
955026 약대 편입이나 약학 공부는 이과 아니면 힘들까요 4 ... 2019/07/27 3,019
955025 고유정 체포당시 동영상 10 ... 2019/07/27 6,9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