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평범해서 감사한 마음.

고마워 조회수 : 1,460
작성일 : 2019-07-01 22:26:59
어렸을 땐 집이 가난하진 않지만
여유있지도 않았어요.
아빤 농사를 지으셨는데
항상 새로운 작물(버섯, 수박같은)심고
잘 되면 크게 키워보려고 하셨던 것 같아요.
그러나 잘된 일이 거의 없어
농번기엔 농사를 지으시고
농한기엔 화물트럭 운전을 하셨죠.
항상 부지런하시고 쉬는 모습을 뵌 적이 없었어요.
아빠가 우시는 모습을 몇 번 본 기억이 나요.
젊은 나이에 시골에서 어떻게든 살아보려는데
쉽지 않으니 가끔 무너지고 싶을 때가 있으셨겠죠.
마흔이 넘은 이젠 다 이해가 되네요.

엄마는 웃음이 없으셨어요.
그래서 제가 행복한 가정에서 자랐단 말을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어요.
스물세살에 시집와 홀시어머니 모시며
연년생 남매를 키우고 농사일을 한다는게
보통일은 아니죠.
이 또한 이젠 다 이해가 되네요.

엄마에게 “아빠한테 제일 고마운건 뭐야?” 라고
물은 적이 있어요.
“살면서 한번도 때리지 않은 거.”
속으로 깜짝 놀랬어요.
그 시절 시골에선 맞고 사는 여자가 흔해서
엄만 그게 너무 무서웠는데
다행히 아빠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 고마웠다네요.

자존감 얘기가 나오면
난 어린시절 하하호호 웃으며 지낸 기억이 없어
자존감이 낮은 것 같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근데 저도 결혼을 해 이만큼 살아보니
정말 별 일 없이 살아온 날들이 너무 감사하네요.

이제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할 일 없이
노후를 보내고 계신 부모님이 계시고
특별히 행복한 적은 없지만
불행한 기억도 없는 게 제일 감사해요.

요즘엔 아빠가 가끔 저희집에 올라오시면
제 아들 손잡고 집 앞 슈퍼에 가서 아이스크림 사주시는 것,
아이가 갖고 싶은 장난감이 생기면
제일 먼저 외할아버지를 떠올리는 것.
이 모든 평범한 일상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앞만보고 열심히 살아온 엄마아빠 청춘의 결과물이
제 행복이 되었네요.





IP : 222.98.xxx.91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이런글
    '19.7.1 11:19 PM (124.50.xxx.87)

    이런 잔잔한 글이 좋아요.
    일하고 피곤하고. 삶의 무게도 무겁지만. 특별한게 아닌 작은 평화가 힘을 주네요.

  • 2. ^^
    '19.7.1 11:40 PM (39.123.xxx.85)

    글 잘 읽었습니다.
    눈물이 핑 돌기도 하고, 미소도 지어지고요.
    저도 평범하게 살아온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이런 잔잔한 글때문에, 82쿡에 오게 돼요.

  • 3. 좋아요
    '19.7.2 8:07 AM (123.111.xxx.75)

    평범해서 감사하다는 걸 잠시 잊고 살았네요.
    너무 앞만 보고 살았나봐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 4. 감사할 것에
    '19.7.2 10:21 AM (110.5.xxx.184)

    대해 안목이 있으신 분들이 다른이들보다 행복하게 사는 거 아시죠.
    눈뜨고 잘 살펴보면 감사할 것들이 널려있답니다.
    그걸 잘 찾아내는 사람들은 감사가 넘치고 행복이 날로 커져요.
    원글님은 그 안목을 갖추셨으니 행복할 일만 남았네요 ^^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947205 자존심때문에 일을 그만 두고 싶은데요 20 ㅎㅎ 2019/07/02 5,156
947204 kbs 팝스 오케스트라 단원이라면 .. 2019/07/02 1,003
947203 가정용 상비약 뭐 있나요?? 8 ... 2019/07/02 1,096
947202 이 원피스 반품해야할까요?한번봐주세요 41 향기 2019/07/02 6,050
947201 일본은 한국총선에 영향을 주고 파 14 윌리 2019/07/02 1,654
947200 여러 지방 다녀보니 나중에 은퇴하고 살고 싶은 지역은 35 우리나라 2019/07/02 7,089
947199 동상이몽 추자현씨 결혼식 2 보고 나서 5 동상이몽 2019/07/02 4,470
947198 불매운동 실천 배틀인가요? 8 하하 2019/07/02 1,126
947197 운동하러 다니시는분들 수강료가 월로 계산하면 얼마나 쓰시나요? 6 아카시 2019/07/02 1,299
947196 은명초등학교 화재는 학교관계자가 버린 담배꽁초 3 ㅇㅇㅇ 2019/07/02 2,437
947195 남자애기들도 예쁜 여자 알아보나요 14 본능 2019/07/02 5,579
947194 야 3당 대표 오늘 11시 기자회견 '심상정 해고' 민주당 규탄.. 9 이재명 김혜.. 2019/07/02 1,217
947193 요통땜에 요가는 빠졌는데요, 러닝은 어떨까요. 3 2019/07/02 1,205
947192 싱가포르 공항 트랜짓 호텔 이용해 보신분 계세요? 싱가포르 2019/07/02 923
947191 여름휴가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1 beast 2019/07/02 784
947190 믿을만한 기부처.. 초록우산 어린이 재단 어떤가요..? 2 어린이 재단.. 2019/07/02 1,570
947189 요즘 신라호텔 뷔페 어떤가요? 5 질문 2019/07/02 2,793
947188 4살2살 애 둘...왜이리 자주 아픈걸까요 ㅠㅠ 12 깐따삐약 2019/07/02 2,423
947187 iptime 비밀번호 바꿔야 할까요?? 2 궁금이 2019/07/02 2,006
947186 일본제품 불매운동 그렇게 까지 할필요 있을까? 9 불매 2019/07/02 1,206
947185 꿈에 나경원이 나왔는데 4 흐흠 2019/07/02 676
947184 애들 다 키웠다고 직장 그만두지 말라는데요. 20 00 2019/07/02 6,197
947183 이재명 "많이 가지는 것이 행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q.. 17 이재명 김혜.. 2019/07/02 1,548
947182 생연어 냉동했다 해동하니 넘 비려요 6 ... 2019/07/02 4,333
947181 혹시 부산에 헤어컷 잘하는 분 추천해주실수 없나여(비싸도 괜찮아.. 1 ㅇㅇ 2019/07/02 6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