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참 귀엽기도 하지.
보리. 보리. 보리수야
시골집 마당 뒤
해가 많이 내리지 않는 그 곳에
어느날 여리여리한 네가 자리를 잡고
한해
두해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너는
외로워하지 않고
바람듬뿍 맞고
햇살듬뿍 맞으며 크고 있었지
바람과 햇살 양분 삼아 열심히 살을 찌우더니
언젠가는 조그맣고 탱글한 열매 한두알 맺고
어느해는 보란듯이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기도 했지
그냥 그런가보다
올해는 열매가 많구나
올해는 열매가 몇 알 열리지 않았구나
나는 그러고 말았지.
바람맞고 햇살 받아 만들어낸 네 열매가
얼마나 실하고 맛있는지 큰 관심이 없었어
그 조그맣고 탱글한
젤리와도 같은 것이
그 붉고 반짝이는 빛은 루비와도 같은것이
어쩌다 그 고운 빛에 반해
한 알 따먹으면
들척지근....약간 씁쓸한 신맛이 도는 것도 같아서
나는 네 열매를 그리 좋아하진 않았어.
어느해처럼 주렁주렁 달려서
바닥에 붉은 열매들이 떨어져 뒹굴어도
오며가며 발 끝에 채이고 밟혀서
흙이 붉게 물들어도
참 열매가 너무 열렸구나. 하고 말았지.
유월에 시골집을 내려가니
올해 너는 가지마다 붉은 열매를 무수히도 달고 있더구나
가지 속으로 들어가 올려다보니
붉은 비가 내리는 것같이
온통 붉은 네 열매로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지.
너, 참 열심히도 열매를 맺었구나
누가 기다리지도 않고
누가 봐주지도 않는데
혼자 열심히 열심히.
그냥 한 번 보고 지나기에는
땅에 떨어져 온통 붉은빛으로 물들게 두기에는
어쩐지 너무나도 아까워서
봉지하나 잡아 들고
탱글탱글 빛나는 네 열매를
감탄하며 땄더랬지.
한봉지 가득 따도
네 가지마다 달린 열매는 한 알도 따지않은 것 처럼
여전히 붉은 열매가 가득했지.
정말 대단한 유월의 열매더구나
붉은 빛과 탱글거리는 반짝임에 반해서
한봉지 따들고 와서는
이 들척지근한 열매를 어쩌자고 이리 많이도 가져왔을까
잠깐 후회를 했다가
씻어 물기를 빼니 더 빛나던 붉은 빛에
또 예쁘다. 했다가
냄비에 담아 푹 끓이기 시작하니
온 집안에 퍼지는 달콤한 향에
기분이 좋아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변덕을 보이지 뭐야.
변덕을 보여도 어쩔 수 없게
네 열매는 정말 매력이 있더구나
씨를 빼고 살짝 끓이니 예쁜 핑크색의
새콤달콤한 주스가 되고
설탕 넣어 졸여주니
빨간빛의 달콤한 잼도 되더구나
입안에 살짝 감도는 열매의 향기와 맛이라니.
언제나 그렇듯이
별 거 아닌 듯 보아 넘겼다면
이 향과 맛을 나는 또 모르고 지나갔을 거야
한봉지 따들고
남은 열매는 수고스럽게 따고 그러지 말라며
친정엄마한테 당부처럼 말을 남기고 왔다가
네 열매의 주스와 잼을 맛보고
다음날 바로
친정엄마께 전화를 드렸지
오며가며 쉬엄쉬엄 따다가
냉동실에 얼려 두시라고.
곧 다시 가서 주스도 만들고
잼도 만들어야 겠다고..
변덕을 부렸지
네 열매 맛에 반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