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영화를 늦게야 보게 됐어요.
스포를 당하면 영화가 확 재미 없어지는 성격이라 여기서도 기생충에 대한 글은 모두 빼놨다가
어제 오늘 쭉 읽어봤는데 다들 감탄할 정도로 깊게 생각하고 잘 분석하셨더라구요.
그래서 이 허접한 글의 제목에 굳이 고찰이라는 현학적인 단어를 넣어 봤지만
글 내용은 아주 짧고 얕습니다 ㅎㅎㅎ
미리 고백하니까 욕하지 말아 주세요~~~
영화를 보고 머릿속에서 정리하느라 하루 이틀 정도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송강호가 박사장을 죽일때.. 어찌 보면 그 성격에 개연성이 없어
어느 분 말씀처럼 이방인의 살인 장면 같은 느낌까지 나잖아요.
그래서.. 단지 냄새난다고 (대놓고 뭐라 한 것도 아닌) 부끄럽게 만들었다고
딸이 죽어가는 상황에 왜 박사장에게 그리 했을까 생각해 봤는데
송강호가 박사장 부인(조여정)에게 연심을 품은 게 아닌가 싶더라구요.
길고 걍팍한 결혼 생활에 아내에 대한 - 서로에 대한 설렘이나 애정이 많이 희석된 상황에
아내와 정반대로 젊고 아름다운 박사장 부인을 만나게 됐고
가족들에게 칭찬도 하잖아요.
아내는 돈이 다리미라는 명언을 남기며 흘려 들었지만.
사우나실? 에서 이정은에 대한 얘기를 조심스레 할 때 조여정에게 불쑥 손을 내민 것도
비밀을 공유하는 대상에 대한 심리적인 거리와 좁은 장소에서 가까이 붙어 있는 물리적인 거리
둘 다 확 줄어들면서 스킨십을 시도하는 걸로 느껴졌구요.
비오는 날 밤 거실 탁자 밑에서 박사장 부부가 냄새에 대한 얘기를 하고 관계를 가질때
냄새나 당시 상황때문에도 그렇지만 혼자 이성을 마음에 담게 된 사람으로써의 (타당하지 않은) 분노를
갖게 된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런 맥락에서 박사장에게 자꾸 아내를 사랑하냐고 묻는 장면도 나오는 거고..
물론 이게 살인의 동기 전부는 아니고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와 본인을 무시하는 듯한 박사장에게
계속 느껴운 분노도 있었겠지만 어느 정도 영향을 준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무도 이런 의견은 안 쓰셔서 한 번 써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