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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의 아픈 기억

.. 조회수 : 2,569
작성일 : 2019-06-09 10:29:32
며칠전 저희 개와 산책을 하다 작은 공원같은 곳을 갔는데 
사람이 없어 한적하고 
한쪽에 천막 지붕 같은게 있어서 비도 피할 수 있고 
나무와 풀로 우거져서 남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공간을 보고 

‘침낭 하나만 있으면 저기서 자면 딱이겠다’
는 생각이 드는거에요.
그리고 바로 뒤이어서 
‘ 내가 노숙자도 아니고 왜 저기서 잘 생각을 하지? ‘ 하고 혼자 웃겼어요. 



어릴때, 교회나 병원의 대기실 처럼 밤이 되면 비워지는 공간에 갈때마다 
밤에 이런데서 잘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아빠와 단 둘이 살았는데, 술에 취하면 심하게 폭력을 휘두르는 아빠를 피해 
도망다니는 일이 다반사였어요. 

여름엔 주로 문닫은 가게집 앞의 평상같은데서 잤어요. 
지나가던 어른들이 너 왜 거기서 자냐고 묻는게 창피해서 가급적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는 후미진 골목길을 선택했죠.
그런데 겨울에는 너무 추워서 정말 잘 데가 없었어요. 불켜진 남의 집 창문을 바라보며 저 창문 안 방은 얼마나 따뜻할까, 나도 따뜻한 방에서 이불 덮고 자고 싶다는 생각에 창문 안 사람들이 부러웠어요. 
교회라도 문이 열려 있으면  한겨울 밖보다는 따뜻할텐데 밤에는 교회도 문을 잠구더군요. 

한번은 어느 겨울날 밤, 눈까지 펑펑 오던  한겨울이었어요. 초딩 2학년때였고, 새벽 1-2시쯤.
너무 추워서 어떤집  처마 밑에서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체온을 유지하려고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는데
그 집 주인 아저씨가 대문을 열고 나왔다가( 아마 담배피러 나온듯 ) 저를 봤어요. 아무것도 묻지 않고 집에 들어와서 자래요. 
그집 방에 들어갔더니 (거실 같은거 없는 옛날 집) 한방에 다른 가족들이 여럿이 자고 았더라고요. 
너무 창피했지만 따뜻한 방에 들어 온것만으로도 좋아서 그집 식구들 발치에서 이불  살짝 당겨서 조금 덮고 웅크리고 누웠어요. 
그러다 날 밝을 때 깨서 다들 자고 있는 방에서 살짝 나왔어요.  
남의 집에서 그러고 잔게 너무 창피해서 고맙다고 말도 못했어요.

그렇게 밤에 잘 곳이 없어 헤매고 다녔던 어린 시절 , 일곱여덟살때부터 열다섯살때까지 계속 그렇게 살면서 
어디를 가도 ‘ 여기는 푹신한 의자도 있어서 밤에 이런 곳에서 잘 수 있으면 참 좋겠다  ‘ 는 생각을 하곤 했었어요. 

이제 30년도 더 지났는데, 아직도 어떤 공간에 가면 밤에 여기서 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제가 참 웃겨요 ㅋ

근데요, 제가 저렇게 살았던걸 아무도 잘 몰라요. 
고생하고 자란 이미지가 아니래요. 도도하고 차가운 성격의 외동딸 이미지래요.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말할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생모라는 여자가 저에게 
“ 버릇없이 잘못 키워져 성격이 나쁘다 “ 고 했을때 엄청난 분노가 일었어요. 
학대받고 자란 아이라면 주눅들어 순할거라 생각했던거 같아요. 
저는 제 주관이  강한 성격이에요.  그래서 제가 오냐오냐 잘 못 키워져서 그런거라고 하더라고요. 

마흔여섯에도 어릴적 노숙 취미를 잊지 못하고, 노숙하기 좋은 장소가 어딘가 저도 모르게 찾고 있는 제가 웃겨서 써 봣어요 ㅋㅋ




IP : 203.220.xxx.128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저씨
    '19.6.9 10:34 AM (110.70.xxx.185)

    하룻밤 재워준 아저씨 고마워요
    어린 나이에 혼자서...힘들었겠어요.
    그래도 잘 자라줘서 고맙네요.
    행복하세요~

  • 2. ...
    '19.6.9 10:38 AM (121.168.xxx.35) - 삭제된댓글

    그 아이가 잘 자라서 성인이 되었네요...
    본인 스스로를 기특해 하시길요.

    행복하세요!!^^

  • 3. 제제
    '19.6.9 10:39 AM (125.178.xxx.218)

    고단한 삶이었네요..
    지금은 잘 살고 있는거죠?
    아픈 기억 넘 생각하지 말고 늘 좋은 것만 생각해요~

  • 4. 원글님
    '19.6.9 10:41 AM (117.111.xxx.37)

    참 강인하면서 매력적인사람이네요 유머도있으시고~^^
    잘 견디고 당당하게 컸어요

  • 5. 아이구
    '19.6.9 10:44 AM (211.245.xxx.178)

    이 사람이 말이야. . 아침부터 말이야. .사람 찡하게 하네. .
    애썼슈. 여름에도 보일러 팍팍틀고 따뜻하게 살어유. . . 이건 쫌 아닌가. . . . .

  • 6. 위로드려요.
    '19.6.9 10:51 AM (124.50.xxx.65)

    저렇게
    생각도 못한 곳에서
    불쑥불쑥
    어린 시절의 상처가
    나를 갑자기 덮어오는 순간들이 있죠.
    이게 뭐라고 이런 기억들이
    전혀 의식도 못하고 있었는데 불쑥불쑥

    ㅜㅜ

  • 7. 마키에
    '19.6.9 11:44 AM (59.16.xxx.158)

    에구..... ㅠㅠ
    어린시절 잘 버텨오셨네요 장하세요...

  • 8. ...
    '19.6.9 12:08 PM (175.223.xxx.65)

    담담하게 쓰셨는데 저는 맘이 아파서 눈물이 핑도네요
    토닥토닥
    더 행복해지시길 바랍니다

  • 9. 공감
    '19.6.9 1:16 PM (27.59.xxx.21)

    따뜻하게 안아드릴게요. 님! 정말 성숙한 어른이 되었군요!

  • 10. 에구
    '19.6.9 1:47 PM (39.7.xxx.228) - 삭제된댓글

    무사히 잘 자라 다행입니다. 행복하게 잘 사시기를...

  • 11. 어휴.. 가슴이..
    '19.6.9 2:35 PM (124.56.xxx.51)

    정말 잘 자라셔서 다행이네요. 가슴이 막 아파요.

  • 12. ....
    '19.6.9 6:35 PM (122.58.xxx.122)

    저도 작은 공간을 보면
    여기서 살고싶다.
    어릴때 우리집보다도 더 크다
    이런 생각합니다.

  • 13. ..
    '19.6.10 7:27 PM (106.102.xxx.152)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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