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로제타 vs 기생충, 20년 간격의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

... 조회수 : 1,533
작성일 : 2019-05-31 12:53:09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20년 전인 1999년에 같은 상을 수상한 다르덴 형제의 '로제타'가 동시에 개봉되었습니다. 
벨기에 출신의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형제는 봉감독과 함께 2019년 이번 칸 영화제에서 '영 아메드'라는 작품을 경쟁부문에 내서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1999년 칸 황금 종려상을 수상한 '로제타'는 20년이 지나서야 우리나라에서 첫 개봉을 했습니다.

저는 어쩌다 수요일에 '로제타'를, 목요일에 '기생충'을 연달아 보게 되어, 의도치 않게 두 영화를 비교하게 되었습니다.

20년 간격을 두고 같은 상을 수상한 두(? 세?) 감독의 영화는 놀랍게도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시간, 장소, 국가, 시스템, 사람이 달라져도 발생하는 동일한 문제와 상황, 그 속에서 거의 비슷한 반응을 하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놀랍도록 똑같다는 것에 정말로 깜놀...

그러나 같은 주제와 소재를 풀어내는 감독들의 스타일은 극단적으로 다릅니다.

다르덴 형제의 카메라는 집요하게 주인공 로제타를 따라 다닙니다.
다큐인 듯 손에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로제타를 따라다니는 덕에 처음 십여분간은 정신 하나도 없이 멀미가 날 지경으로 흔들흔들합니다.
스토리 자체도 피해갈 곳 없이 갑갑하고 답답한데, 러닝 타임 내내 주인공을 몰아대고 밀어부칩니다.
어느 감독이 이 영화를 볼 때마다 '숨이 차다'고 표현했는데, 그 표현에 무릎을 탁 쳤다는...
주인공 로제타는 그저 열심히 일하고 싶고, 남들처럼 정상적으로, 일반적으로 살고 싶어하는 10대 소녀이지만, 그녀에게 그 작은 소망이 머나먼, 도저히 가질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리는 반복되는 상황이 관객조차도 힘들고 벅찹니다.
중간에 황당한 사건이 하나 작게 있는데, 실질적으로 이 영화의 반전포인트인데, 그 지점이 너무나 당황스러울정도로 놀랍고, 상식적으로는 납득이 잘 안되지만, 이 영화를 보다보면 로제타가 그럴 수도 있겠다고 이해가 갈 정도로 설득이 됩니다.
결국 다 내려놓고 극단의 선택을 하려고 해도 짜증나게 맘대로 되지 않는 우라질 세상같으니라고...
벨기에에서는 이 영화가 발표된 이후로 청소년의 취업에 대한 '로제타법'이 생겼다고 합니다.

주제의식이 뚜렷하고 강렬하게 문제제기를 했다는 점에서 큰 점수를 줬을 거고 그래서 영화제 심사위원들이 큰 상을 주었겠다는 생각이 확실히 들었습니다. 
그러나 일반 관객의 입장에서 감정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영화고, 때로는 지루하기도 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주인공에게 의문을 가지고, 나의 이해수준을 시험당하기 때문에 큰 영화제 수상작들에게 마음을 주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봉 감독의 '기생충'은 '로제타'와 너무나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만들었지만, 심지어 주인공의 이해하기 힘든 행동조차도 비슷했지만, 시종일관 관객이 즐길 수 있도록 판을 깔았습니다.
상징, 주제, 문제의식 같은 어려운 것들을 생각하지 않아도 일단 그냥 재미있다는게 너무나 장점입니다.
봉 감독이 한국 사람이어서 편애가 아니라, 일단 영화가 재미있고 쉽습니다.
장면마다 관객의 기대를 여지없이 깨고 뒷통수를 날리는 스토리의 전개로 영화를 보는 내내 밀당을 하며 끌려가다가 클라이막스에서는 에라 모르겠다 그냥 맥 놓고 쳐다보게 만드는, 관객을 허탈한 충격에 던져놓고 갑니다.
이 이야기가 여기서 시작해서 어떻게 이렇게 진행되지? 보면서도 황당하고 신기하게 전개되죠
상을 떠나서 그거 하나로도 좋은 영화다 싶었습니다

두 영화를 나란히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지독하게 '사실적'이라는 표현이 이렇게도 극명하게 반대로 표현될 수 있구나 하는 감탄?

다르덴 형제의 '로제타'는 자잘한 것들을 다 가지치고 로제타만을 추적하면서 그녀의 일상과 심리만 아주 사실적으로 간결하게 표현합니다. 화면과 사건이 매우 간결합니다.
그러나 봉감독의 '사실'적이라는 건, 현실을 삽으로 고대로 떠서 영화에다 집어넣은 것처럼 '사실'적입니다.
복잡하고 때로는 비상식적이고 때로는 부도덕하기도 하고, 이랬다 저랬다 뒤죽박죽이고 아이러니한 현실을 고대로 보여줍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던 찰리 채플린의 말이 봉감독 영화의 화면에서는 고대로 구현됩니다.
봉감독 영화의 대부분이 그랬듯이, '기생충'도 정확히 그 지점에서 별로 벗어나지 않습니다.
히히낙낙하면서도 뭔가 뒷통수가 서늘하고 갑갑하면서도 어이없이 웃음이 터지고...

그의 첫 장편이었던 '플란다스의 개'에서 보여준 똘기도 여전히 살아있고, 설국열차도 언뜻 느껴지고, 조금 약해지긴 했지만 '마더'에서 보여준 페이소스같은 것도 들어있고, 본인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모든 것을 집대성한 느낌조차 들었습니다.

그래서, '로제타'는 두번 보기엔 너무 힘들지만, '기생충'은 두번 이상도 충분히 볼 수는 있겠다, 싶었습니다.
IP : 14.38.xxx.81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9.5.31 2:24 PM (175.116.xxx.93)

    다르덴 형제 감독은 칸에서 황금종려상 두번 받았고 총 6번의 상을 탄 거장입니다.

  • 2. 봉보로봉봉
    '19.5.31 2:50 PM (219.254.xxx.109)

    멋진 대비글이네요..저랑 비슷하게 보신거 같아요..첫댓글이 참으로 이해안가는 댓글이지만.원글님 글에는 추천드리고 싶네요

  • 3. 어머나
    '19.5.31 5:33 PM (119.70.xxx.55)

    글을 정말 맛깔나게 잘 쓰시네요. 기생충은 내일 예매해놨는데 로제타도 보고싶게 만드시네요. 대비 하면서 우열을 가린게 아니라 주관적인 감상을 적으신건데 거장 운운 하는 첫댓글 ㅋㅋ풉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935060 기생충 한줄평이 어렵다고 30 ㅇㅇ 2019/06/01 5,443
935059 덩어리 사태로 무국 끓이는 방법 알려주세요 6 요리초보 2019/06/01 2,181
935058 봄밤 .와...한지민 ...팜므파탈이군요..^^ 20 뭐죠. ㅎㅎ.. 2019/06/01 9,710
935057 최효인이란 가수 아시나요? 4 ㅇㅇ 2019/06/01 1,192
935056 다이어트 할 때 입냄새.. 3 다이어트 2019/06/01 3,729
935055 탕수육비싸요 10 탕수육 2019/06/01 2,978
935054 소셜에 제주도 렌터카 원래이런가요? 3 ... 2019/06/01 1,695
935053 각방은 어떻게 쓰나요 7 인형 2019/06/01 2,794
935052 피오 왜 이렇게 구엽나요?? 11 강식당 2019/06/01 2,818
935051 친구가 한명도 없는 고등학생 아들 23 슬픈엄마 2019/06/01 9,402
935050 방탄 모르던 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16 방탄팬들만요.. 2019/06/01 3,873
935049 고운발 크림이요. 어떤 색 사야해요? 12 미운발 2019/06/01 9,714
935048 방탄 웸블리 콘서트요 10 ... 2019/06/01 2,834
935047 제주도 가는데도 여행자보험 필요한가요? 2 ㅎㅎ3333.. 2019/06/01 1,716
935046 봄밤 한지민 22 ... 2019/06/01 5,840
935045 전자제품 하이마트,대리점,백화점 제품이 다른가요? 1 ..... 2019/06/01 3,864
935044 대한항공 기내 수화물에 백팩 아주작은캐리어 가능한가요 4 여름가을 2019/06/01 6,317
935043 김정은이 기회를 날려버리는구나! 6 꺾은붓 2019/06/01 3,570
935042 최우식 너무 좋아요 37 ㅇㅇ 2019/06/01 7,318
935041 나이 들고 살 찌니.. 11 ㅜㅜ 2019/06/01 7,064
935040 깐풍기대첩 정재남 몽골대사, 감사착수 3 ㅇㅇ 2019/06/01 1,567
935039 기생충 보신 분만 질문받아주세요. 스포유 7 2019/06/01 2,272
935038 기생충 구멍도 은근 있어요(스포) 26 발견 2019/06/01 6,869
935037 대출이자원금 갚기가 버거운데요 5 ㅠㅠ 2019/06/01 3,259
935036 생일에는 꼭 미역국인가요 11 주말 2019/06/01 2,0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