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어버이날 기분이 좋네요.
대딩, 고딩 아이들이 카네이션 화분 부모 각자 하나씩, 화분에 각자 현금 6만원씩 넣어서 아침에 줬어요.
아빠랑 언니보다 늦게 나가 조금 더 자다 혼자 밥먹던 작은아이도 오늘은 같이 아침 먹었고요 ^^
왜 하필 6만원씩이냐고 물어보니 둘이 가진 현금이 그것 밖에 없다고 ^^
남편과 제가 마음으로 됐으니 5만원은 돌려주겠다고 하니 아이들이 펄쩍 뛰어 그냥 받았어요.
아이들이 양쪽 조부모님들 이야기하며 제발 좋게 넘어가자고 해서 오늘은 그냥 받고 다음에 용돈으로 더 주려고요.
시부모님은 돌아가시고, 친정부모님과는 안만나고 있으니 어버이날이 모처럼만에 편하네요.
왜들 그렇게 무슨 날만 되면 자식들 진을 빼셨던지. 형제들 이간질시켜 만나면 분위기 안좋고, 만나는 날을
정하기까지도 별 우여곡절이 다 있고....
각자 집안에서 맏이인 저와 남편이 20여년 드센 부모님들과 형제들에 치여 무슨 날마다 통화하고, 만나면서
괴로워하던 걸 보고 자란 아이들이 이제는 엄마, 아빠 해방이라며 아침에 꽃과 선물을 주는데 기쁘면서도
울컥했어요. 신기하게도 작년에 시부모님 돌아가시며 동시에 의도치 않게 친정부모님과도 안만나게 되었어요.
그런데 저도 어릴 때를 생각해보니 어버이날이면 기쁜 마음으로 색종이로 카네이션도 만들고, 유치한 선물이지만
선물도 드리고 그랬는데 어른이 돼서는 왜 이렇게 됐나 모르겠네요.
양쪽 부모님들을 반면교사 삼아 아이들이 어버이날 이런 선물을 계속 기분 좋게 할 수 있도록 정말 노력하려고요.
오늘 아침에 그랬어요. 선물 꼭 안해도 된다고, 나중에 독립하면 무슨 날 부모 기억하고 있다는 표시로 전화
한통화만 하면 된다고요. 아이들이 빈말이라도 그럴일 없을거라고 하니 그냥 막연하게 기분은 좋네요.
어버이날 엄마가 집에서 저녁하면 안된다고 아이들이 좋은 식당으로 저녁 예약을 해놨다며 예쁘게 꾸미고
있으라네요.
20년 넘게 무슨 날마다 화나고, 울며 불며 모임 주도했던 그 시간이 끔찍하게 느껴지네요. 이제는 다 잊고
저희 부부는 아이들이 언제나 즐거운 마음으로 무슨날 챙길수 있게 노력하려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