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계기로,
열손가락과 손바닥의 지문결과로 지능과 성격을 알아낸다는 검사를 7살 우리아이가
하게되었어요.
심리센터를 운영하실예정이라는 심리상담사를
지인께 소개받았던 거고,
저도 약식으로 소정의 비용을 추가하고 받았어요.
한달정도의 시간이 걸린뒤
검사결과가 나왔는데
1번부터 10번까지 아이가 뭘 잘하고 취약한 부분이 뭔지
성격은 어떤편인지에 대한 그런 천편일률적인 내용들이었고요,
저는 낭만적 감성형인 스타일이랍니다.
"정연씨같은 이런 손금은요,
기가 세고 무서운 상사를 만나면 스스로 알아서 허리를 조아리고 기어야 할거에요
할말도 못하고, 슬슬 기어야 할거에요,"
심리센터를 열 예정이 있으신분이,
제게 그렇게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순간, 옆에 7살 아들도 있는데 얼굴이 달아오르고
모멸감인지, 분노인지, 웃음이 나와버리더라구요.
공교롭게도, 7년의 밤을 다 읽은 다음날이었더라구요.
그 책중 구절속에
그 현수라는 남자는 남들에게 허리를 굽히고 살아온 천박한 근성이 뼛속까지 몸에 밴
사람이었다라는 문장이 있었는데,
그 심리상담사의 말을 들은순간 그 문장이 통째로 생각나더라구요.
우리집식탁주변엔
저말고도 그 상담사, 그 상담사를 소개해준 어설프게 아는 지인,
7살 아들과 어린이집을 같이 다니고있는 은재엄마도 있었어요.
그냥 넘어가버렸습니다.
다음주 목요일 오후 두시를 예약하자는데
저는 이미 이 자리를 또 만들 생각이 없었고
검사결과가 한달여를 넘길동안, 이 상담사분께서
우리집과 은재네를 번갈아 가면서 오셨어요.
그렇게 시간이 흐른뒤에야 오늘도 검사가 안나왔고
다음주에 나올거라는 대답을 세번 들었고요.
그렇게 비바람이 불고, 추운 목요일오후에
우리집에 오고 있는중이라는 지인의 전화를 받았어요.
큰애 시험기간이라 안된다고 했고
은재네도 비슷한 중학생아이가 있다보니,
똑같은 답변을 들었어요.
갈곳이 없어진 그 상담사와 그 지인분이
금요일인 내일, 다시 들르겠다고 해서
내일은 애아빠가 연차쓰고 빨리 집에 올예정이라고 해도
막무가내여서 결국 제가 그 상담사선생님이 제게 했던 막말에 대한
앙금을 말했어요.
그때 왜 이야기하지않았느냐고 해서
그 분위기를 깰수가 없었다고, 했고
그 상담사선생님께 좋은 말로 건넬 끝인사가 생각나지 않았고
그런식으로 밑도 끝도없이 후벼파는 그 단정적인 언사에 너무 놀라서
다시는 안만나고 싶다고 했어요.
심리상담까지 전공을 하셨으면-솔직히 이 부분은 어디까지 했고 어떤 커리큘럼을 거쳤는지 모름.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치료를 하는게 목적일텐데 단순히
지문한장을 보고 저렇게 말을 내뱉는 사람을
어떻게 우리집 식탁에 또 초대를 하고, 다과를 준비하냐고 했어요.
그랬더니, 스터티카페를 예약을 하시겠다고 해서
이 빗속을 뚫고 가야할정도의 이유나, 목적이나, 타당성이 있느냐고 했어요.
그 심리선생님도 라포형성이 중요하다고 하던데 라포는 커녕, 뽀글대는 거품한개도 남아있지않고
언니도, 중간에 말을 옮긴 입장이 되셨으니, 슬기롭고 현명하신 분이니까 잘 대처하실줄 믿고
앞으로는 그분과 연결하지 말라고 했어요,
제 직장생활을 한번이라도 보셨는지 반문하고 싶은데다가, 누구나 사람은
최선을 다해서 벼랑끝에서도 버티고 사는 이유들이 있는데 그런식으로
날 짓밟는 상담사를 어떤 형식으로든 마주치고 싶지 않으니
저와 앞으로도 인연이 되시려면, 중간에 잘 옮겨 전해달라고 했어요.
참, 어이없고 생각할수록 기가 차네요.
그런말을 하고도 다음주에 또 우리집 식탁에 초대받을거란 생각을 하시니
어리둥절하네요.
참고로, 전 직장생활이든 무엇이든 알아서 기던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