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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공사장의 고양이 구출하기

robles 조회수 : 953
작성일 : 2019-04-14 21:11:06
공사가 진척된다고 말만 있었지 거의 10년도 넘게 진척이 안 된 상태의 무허가 주택이 있습니다.
나무도 많고 숲도 많고 해서 고양이들이 많이 살고 있어요.
사실 이들이 이 무허가 주택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대부분 죽거나 누군가에게 입양되고 남은 고양이는 다섯 마리. 
이 아이들은 야생성이 강해서 사람들에게 잘 잡히지 않지만 이웃들이 그동안 보살폈고
무허가 주택에도 잠시 거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들이 조금씩 챙기기도 했나봅니다.

이중에 12살도 넘은 오래 된 고양이가 있는데 얘는 이빨이 없어서 아무거나 못 먹어요.
이 아이를 만난 것은 지난해 9월이었고 털이 부스스하고 윤기도 없고 이빨이 없어서
혀는 나오고 정말 이쁜 고양이는 아니었습니다. 같이 사는 사람들도 워낙 가난한 사람이다보니
이들 고양이들을 그렇게 마음 써가며 돌봐줄 처지는 아니어서 캣맘이 돌봤다고 해요.
그런데 이 아이들을 돌봤던 캣맘이 사망하고 이후에 멀리 살던 또 다른 캣맘이 가끔 와서 
돌봤다고 하니 아이들의 삶 또한 겨우 연명하는 수준이었던거 같아요. 

이 아이는 매우 겁이 많고 조심성이 많아서 사람에게 쉽게 다가오지 않아요.
그래도 지난 7개월간 습식사료와 통조림을 먹여가며 거둔 결과 아이의 털이 
확 달라졌습니다. 다른 고양이로부터 아이의 밥을 지키기 위해 그 아이가 다 먹을 때까지
한참 지켜봐야했어요. 그냥 밥만 턱 놔주고 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던 거죠.
그러다 보니 아이의 밥 먹이는 시간이 한 시간도 넘었고 그러면서 폐가 주변 청소도 하고.

제가 아시아 여자라 눈에 띄니까 주민들도 제가 고양이 밥 주는 걸 알아요.
이 아이가 가장 오래된 고양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그가 손길을 
허락하는 사람은 저하고 주택에 사는 나이 많은 할아버지 한 사람이었습니다.
언젠가 비가 엄청 오는 날, 차도 안 다니는 날 그래도 맘에 걸려서 밥 주러 갔더니
아이가 물끄러미 대문을 바라보고 있더군요. 누군가 오기를 기다렸는지.
퍼붓는 빗속에 내가 밥을 가지고 가서 먹이니까 그때부터 제가 맘을 열었던거 같아요. 
비오면 대부분의 캣맘이나 캣대디들이 밥을 놓고 가지 못했던가봐요.
그래서 그날도 아무도 안 오겠거니 하다가 제가 들어서니까 엄청 반가왔던지
에옹 에옹 하면서 크게 울더군요. 그리고 우리는 친해졌고 만질 수 있게 됐어요.

아이를 집에 데려가지 않았던 것은 왠지 
이 아이가 이 집을 굉장히 편안해 하는 것 같아서였고
같이 어울리는 고양이들이 있는데 좁은 아파트에서 적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던거죠.
거의 평생을 이곳에서 살다시피한 그가 우리집에 와서 길 생활을 그리워하면 어떡하나 했는데
지난 주 수요일 전격적으로 철거가 이뤄졌어요. 살던 사람도 설마했던거 같은데
그도 이삿짐을 나르면서 이 고양이를 데려가려고 했으나 이삿짐 사람들이 분주히
드나드니 어디로 숨어서 절대 안 나타나더라고 해요. 
그리고 집 대문에는 3미터도 넘는 울타리가 쳐져서 
아무도 들어갈수도 없고 아래 입구도 없어서 밥을 둘 자리도 없고요.

겨우 옆 회사 관리인에게 부탁해서 그들 부지로 들어가 철망으로 된 담 사이로 
밥을 넣어주면서 불렀더니 왜 이리로 오냐면서 이상해 하는거 같더군요.
'아줌마 왜 정문으로 안오고 이리로 오지?' 하는 얼굴이었고 옆 회사 관리인의 호의로
회사 땅을 지나 옆집 철망으로 밥 주던 이틀 째 아랫쪽 간신히 고양이가 나올만큼의
공간을 확보하고 밥 먹으라고 부르면서 잡기 시작한 찰나, 그는 엄청 놀라 버렸고
이후에는 제가 불러도 안 나타납니다. 

회사사람들의 선의에 언제까지 기댈 수가 없어
부득이 잡아서 데려올려고 서둘다보니 그리 된 것인데 어찌해야 할지 방법이 없네요.
그 아이는 오랫동안 누군가 안으로 들어와 밥 주는 것에 길들여졌고 절대 밖으로 나오지 않네요.
아이가 나무를 타고 옆집 회사 정문까지만 나와주면 방법이 있을텐데 말이죠. 
이미 그 아이는 저에 대한 신뢰를 거둔 것이 아닐까요?
고양이 구출이 정말 쉽지 않네요. 옆집 담을 통해 들어가는 것은 사유지 침입이라
문제가 많아서 경찰이나 검찰 등에 캣맘이 문의한 것 같은데 불려온 경찰은 
'그깟 늙은 고양이 한 마리 가지고' 하는 못마땅한 표정이 가득했습니다.
그들은 고양이를 알지 못하고 그 고양이의 스토리를 모르니까 그럴 수 밖에요.

많은 말들이 오갔지만 결국 해결된 것은 없고요. 
그나마 제가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줘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외에는. 
결국은 내가 이 일을 어찌든 해야 한다는 결론이 생기기도 하고
두 번이나 관리인 허락 맡고 들어가 아이를 불렀으나 숨어서 나오지 않은 걸 볼 때
거기서 그렇게 사는게 아이의 운명인가 싶기도 합니다. 
남은 삶은 그냥 제가 데리고 있고 싶은데.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 

IP : 191.84.xxx.147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우리나라인가요?
    '19.4.14 10:21 PM (110.15.xxx.15)

    아님 다른 아시안국인지?
    그동안 보살펴 주신것만도 감사한 일입니다.
    참 맘이 아프시겠어요.

  • 2.
    '19.4.14 10:28 PM (125.130.xxx.189)

    어휴ᆢ무조건 구조했으면 해요
    눈치보거나 민폐 안끼치려는 생각도 좋지만 한 생명체를 비참한 죽음에서 건지고 보호하는건데요
    길냥이 시절을 그리워는 하겠지만
    안온한 삶에 대한 행복감ㆍ감사ㆍ기본
    생존에 대한 안정감이 더 중요하겠죠
    고양이 살려주세요

  • 3. ::
    '19.4.14 10:49 PM (218.238.xxx.47)

    그동안 밥주시고 지켜봐 주었는데 어째요
    아마 냥이도 기다리고 있을것 같아요 고양이 키워보니
    다 기억하고 영특해요
    원글님이 집사가 되어주면 좋을텐데. 따스한 집에서 지내면
    더없이 냥이한데는 좋죠 원글님과도 좋은인연이고요
    냥이 글보니 제가 다 짠합니다

  • 4. 금지옥엽
    '19.4.14 10:55 PM (119.207.xxx.141)

    정말 맘이 고우신 분이네요!! 아이의 조심성과 경계심이 이 아이를 오래도록 살게 해준 무기였겠네요. 평생을 길냥이로
    살아와서 낯설어서 그렇지만 이빨도 없고 나이도 있다니 앞으로를 생각하면 원글님 품으로 가는게 아이의 행복일 것 같아요~~길냥이로서의 자유는 실컷 누렸을 거니까요. 포획틀이 있으면 잡기가 좀 수월하실 것 같은데요... 좋은 소식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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