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우상, 악질 경찰
개인적으로는 악질 경찰은 아무런 호기심이 생기지 않아서 돈, 우상 두편을 봤습니다.
주말권에 진입하는, 아니 극장에서는 이미 주말 금액으로 책정된 금요일이라 혹시 보실까 하는 분들께 도움이 될까 하여 개인적인 감상을 적어 봅니다.
1. 우상
일단 출연 배우진이 워낙 화려해서 이목을 잡아 끌었습니다.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
한석규 배우의 연기야 언제나 믿음직했으나, 설경구 배우는 딱히 연기력이 있다 생각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설경구 배우의 연기는 제가 본 그의 영화 가운데 최고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천우희 배우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연기 경력과 내공이 엄청난 두 선배 배우를 압도하는 에너지를 뿜어내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차세대 배우로 손꼽히는 이유가 있음을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영화 자체는 쉽지 않습니다.
평들이 다양하게 갈리는 이유가 확실히 있습니다.
한국어 듣기평가냐, 자막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난무할 정도로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고 하는데, 전 감독의 연출 의도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설경구 배우의 웅얼거림은 캐릭터의 성격을 표현하는 방법의 한가지로 이해했고, 천우희 배우를 비롯한 몇몇 조연의 연변, 하얼빈 조선족 언어도 잘 안들려도 대충 이해하고 넘어갈 정도였습니다.
그 이외에도 일부러 소리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거나 건너건너 멀리 들리는 느낌인 장면들이 많습니다
스토리는 자극적이고 때론 잔인합니다.
그런데 영화가 다 끝나고 나면 스릴러나 호러 영화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영화가 불친절하고 이해하기 힘들다는 평이 많은 이유의 한 원인이라고 생각됩니다.
표면적으로는 범죄, 추리, 복수극처럼 보이는데, 다 끝나고 나면 전혀 다른 영화처럼 느껴집니다.
오롯이 세명의 캐릭터의 행동과 심리만을 쭉 따라가는 스토리입니다.
런닝타임이 짧지도 않은데 엄청난 흡입력과 집중력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한번 보고는 제대로 따라잡기 힘든 영화입니다.
각본, 감독의 능력이 출중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황해, 곡성을 떠올린다는데, 전 톤은 완전히 다른데도 언뜻 박찬욱의 그림자가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흥행이 실패할 것은 확실합니다. 글쎄요, 10만이나 보려나...
하지만 매니아들은 열광할만한 영화입니다.
저도 이 영화에 홀릭할 기운이 느껴지니까요.
흥행에 연연하지 않고 출연한 배우들, 제작자들이 참 고맙습니다.
흥행에 참패해도 이런 영화 하나는 남겨놓는 것이 한국 영화계에는 중요한 일이고, 배우들의 필모에 이 영화 하나 들어있는게 자랑스러울 영화 맞습니다.
다만, 제작비가 너무 많이 들어 거하게 말아먹어 다음에 이런 영화를 만들지 못하면 어쩌나하는 걱정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영화를 다른 분에게 권하지 않습니다.
2. 돈
'우상'에 비해서 아주 쉬운 영화입니다.
티켓값을 1만원 이하로 지불할 수 있으면 2시간 오락용으로 적당합니다.
티켓값 더 주면 안됩니다. 전 콜라, 팝콘 안사먹고 티켓값 딱 8천원만 주고 봤기 때문에 만족합니다.
주식, 투자 이런거 몰라도 보는데 무리없습니다.
전 영화 자체보다 세 배우의 연기를 비교하는 게 더 재미있었습니다
요즘 주지훈과 더불어 가장 열일하는 류준열, 이젠 중견이상이 된 유지태, 늦게 피는 꽃 조우진
유지태 배우는 더이상 기대가 없어지네요. '올드 보이'에서 한발자국도 달라지지 않는 그의 연기.
차라리 말랑말랑한 캐릭터를 선택하는게 낫겠어요. 계속 센 역만 맡는데 모든 영화의 배역이 다 똑같은 사람처럼 보입니다.
그의 연기 시계는 '올드 보이'에서 멈춘 듯
류준열은 정말 열일한다고 밖에 할 수가 없네요. 그래서 기특해요.
지금 나이에, 지금 경력에 망하든 말든 배역이 크거나 작거나간에 이렇게 열심히 막 나오고 찍고 일해야 합니다.
지금은 작품, 배역, 돈 따져가며 고를 때가 아닌 걸 아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류준열은 한 영국 배우를 떠올리게 합니다.
정말 못 생겼는데 잘 생겨 보인다는 말을 듣더니, 어느 틈에 잘생김을 연기한다는 평을 듣는 그 배우.
이 영화에 나오는 류준열은 못 생겼는데 잘 생겨보이는 착각에 이르릅니다.
아직 원탑 주연은 모자라지만 몇년 지나면 원탑도 가능하겠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늦게 피는 꽃, 조우진
최근 나오는 한국 영화에 이 분 안나오는 영화 찾기가 더 어렵습니다.
예전에는 이경영 배우가 안나오는 한국 영화가 없었는데, 요즘은 조우진 배우 안나오는 영화가 드뭅니다.
그러나 이경영 배우와 조우진 배우의 차이는 극명합니다.
이경영 배우는 다른 영화에서 봐도 다 똑같은 한사람처럼 보이지만, 조우진 배우는 정말 '팔색조'라는 표현에 걸맞게 정말 너무 다른 배역을 기가막히게 표현합니다.
이 분의 강점은 배역이 한정지은 고정관념을 깨는 캐릭터 창출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눈길을 끄는 씬 스틸러적 본능에 기초한 연기.
이 영화에서도 근엄한 공무원의 숨기지 않은 또라이성을 여지없이 잘 보여줍니다. 그 말투..... ㅎㅎㅎ
개인적인 건 모르니 할말은 없고, 류준열이 조우진 배우의 이런 면을 잘 배웠으면 좋겠어요
한국 영화가 아닌 외국 영화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라스트 미션', '더 페이버릿 ; 여왕의 여자'의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특별전으로 한정 상영되고 있는 '송곳니', '더 랍스터', '킬링 디어', 이탈리아 전 총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를 다룬 '그때 그들', 아직도 힘쓰고 있는 '캡틴 마블'들이 걸려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란티모스 감독의 영화들이 아주 인상적이어서 '더 페이버릿 : 여왕의 여자'를 흥미롭게 보셨던 분들께는 권하고 싶습니다. 매우 스타일이 다르지만, 란티모스 감독의 원래 날것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스 감독이지만, 이런 천재를 영화로 만난다는 즐거움을 한껏 느낄 수 있습니다.
아주 조용하고 잔잔한, 그러나 인생, 사랑에 대한 생각을 해보고 싶다면, '나는 다른 언어로 꿈꾼다'를 권해봅니다
남미 문학의 비현실적인 환상의 느낌이 묻어있는 아름다운 영화라고 우겨봅니다
이번 주 극장은 그다지 흥미롭지 못했고, 기대에도 다소 미흡했지만, 다음주에는 흥미 진진한 영화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겟 아웃'으로 흥분시켰던 조던 필 감독의 '어스', 매즈 미켈슨의 생존 영화 '아틱', 기가막힌 홍보로 제 시선을 끌었던 '더 길티'
한작품이라도 이번주에 했으면 좋았을걸... 나 다음주 바쁜데.... 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