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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길동씨가 이해되었을때

나의 선인장 조회수 : 8,766
작성일 : 2019-02-18 21:19:26

볼록 텔레비젼이 보급형으로 나왔던 그 시절에

아기공룡 둘리를 즐겨봤었어요.

지금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노래가사들.

외로운 둘리는 귀여운 아기공룡, 둘리는 귀여운 내친구~~


둘리와 함께 등장하는 고길동씨가 참 미웠어용.

둘리를 늘 구박하고 미워했잖아요.

저는 늘 화면속의 둘리를 보면서 9살까지 1년을 지냈던

고모네집이 생각나요.


아빠는 진득하게 직업을 가져본적이 없었어요.

늘 가정환경조사서엔 무직으로 적어야 했어요.

그때 우리가족들은 얼마나 융통성이 없었는지

무직이 아닌 다른 직업군으로 적어도 되는것을,

초등생활을 거쳐 중학교 졸업을 할때까지도

그런 생각을 전연 못했어요.


무직이었던 탓에 늘 단칸방셋방살이와 찌그러진

냄비들이 책꽂이까지도 점령하고 올라앉은 그 작은 방안에

촉도낮은 전구한개가 어둠침침하게 빛나던 그 유년시절.

무학과 무직이었던 탓에 밝아오는 아침마다

남루한 푸른색 추리닝차림으로 창문없는 방에 누워

텔레비젼을 보고 있던 아빠.


제가 여덟살이던 초여름날,

작은 식당을 하던 우리집은 아빠의 술과 노름때문에

결국 문을닫았고 우리 셋은 각각 친척집으로 맡겨졌어요.

고모부의 눈빛이 여간 매서운게 아니더라구요.

핏발이 선 눈으로 흘겨보고 노려보고,

새벽다섯시마다 일어나, 청소하고 무릎꿇고 물걸레질을

하고 이층계단과 응접실을 닦고,신발장 정리하고, 현관쓸고

마당쓸고 쓰레기버리고, 부엌의 자잘한 심부름 하고.

빨래 널고 걷고. 물론 학교도 갔어요.


고모부네 집에서 더부살이를 하는동안

거실에 있는 화장실의 양변기를 한번도 쓰지못했어요.

마당 한켠에 있는 돼지막 옆의 재래식변소를 써야했어요.

고모부네 집에 있으면서 불투명한 유리병에 담긴 훼미리쥬스도 간혹

먹고, 바나나도 한개씩 먹기도 하고, 지붕을 흔드는 날선 바람이

허공을 가르는 겨울밤에도 사과를 먹을만큼 먹는것은 잘먹었어요.

그렇지만, 간혹 입술까지 떨면서 절 흘겨보는 고모부랑 눈빛이 마주치는건

참 심장병 걸릴것같았어요.


일년간 그렇게 지냈는데

제가 고등학생이 되고, 직장인이 되고 결혼해서 애엄마가 되어도

고모부는 늘 저를 그렇게 미워했어요.


그런 고모부도 고모가 돌아가시고 2년정도 사시다가 돌아가신게 십년쯤 되네요.

그런데도, 그 푸른 멍자국 같은 기억은

고모부의 부재를 잊게 할만큼, 아주 선명해요.

누군가에게 깊은 미움을 받을수 있는것.

그런 고모부를 올려다보면서 웃음과 울음이 섞인 표정으로 늘 엉거주춤했던 저는

저렇게 20대,30대를 관통하면서도 그렇게 고모부를 어려워했어요.

그러다가,

방울달린 털모자를 쓰고 가던 고모부를 정면으로 만났는데

그날은 저도 정색을 하고 그 옆을 스쳐지나갔어요.

무척, 떨떠름해하고 미워하더라구요.


사랑이란 감정도 상당히 디테일한데

미움이란 감정도 상당히 디테일하고 무지개처럼 섬세한 스펙트럼이 있어요.

저를 미워하는 사람의 눈빛속에 얼마나 많은 미움이란 감정이 여러 색깔로

농축되어있는지,


그러다가, 40이 가까운 나이에 어느날 불현듯 알아버렸어요.

나는 고길동씨를 이해한다.

온전히 자신의 가정을 위해 온몸을 다 바치고 사는데 같이 살자고

기대고 오는 타인이 얼마나 힘들었겠나.

고길동씨를 이해할때는 어른이 되는거라던데,

아, 어른이 되는건 이렇게 씁쓸한 거구나.


그래서 고모부를 이젠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온전히 이해한듯한데

그래도 그 서늘하고 미움으로 이글거리던 그 눈빛.

평생을 제 마음속을 들끓게 하고 힘들게 했어요.


고모네집을 떠나와, 엄마와 함께 아빠와 함께

살기 시작한 시절은 너무 가난해서 마치 북한 수용소 같았어요.

팔다리가 정신없이 마르고, 광대뼈가 튀어나오고,

가난이 덕지덕지 붙어서 비오는날도 우산을 챙겨가지 못했어요.

비오는 아침을 뚫고 횡단보도를 뛰어가면서 더 활발한척 했어요.

자존심은 이미 어딘가로 던져버리고 살았어요.


엄마는 팍팍한 살림살이에 물고 뜯을 건수가 생긴것마냥

고모네집에 살면서 그렇게 고모부한테 미움받고 살정도로 미운짓만 했냐고

이불에 가끔 오줌 싸대고,

미운짓만 했다고..


엄마는 그런 말을 많이 꺼냈어요.

제가 크면서 그 말도 가끔 잊지않고 손님처럼 날아들었어요.

그게 다 엄마,아빠 때문이라고.

날 버리고 떠나서 고모부가 날 미워하면서 동시에 엄마아빠를

미워한거라고. 그걸 모른거냐고.

나중엔 저도 같이 쏘아붙이고 싸웠어요.

결혼하고 애엄마가 된 제게도 그런말을 서슴치 않는 엄마가

한편 야속했어요.


제 맘속에 미움받는다는것도 큰 상처로 남아 안지워진다는

사실, 크게 알려준 고모부가 선뜻 이해되네요.

나도 어쩌면 그런 인간일수도 있겠구나 싶은 아뜩한 마음도 들고요.

제말은요,

어른이 된다는건 너그러워지고 지혜로워지는 게 아니라

어쩌면, 고길동씨를 이해하고 수긍하면서 나도 모르게

똑같은 모습으로 서있는 거같아요.



IP : 121.184.xxx.181
6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9.2.18 9:24 PM (116.36.xxx.197)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고길동이 이해된다는 사람은
    어른으로서 책임감을 뼈에 사무치게 느껴본 사람이죠.
    고모부님이 대단하신 분이셨네요.
    감정적으로는 미우셨겠지만 고모부님이 원글님에게 은인이네요.

  • 2. ...
    '19.2.18 9:27 PM (118.46.xxx.217)

    어린날의 우리 시누를 보는것같아 꼬옥
    안아주고 싶네요.
    부모없이 살아내느라 힘들었을 원글님
    앞으로는 행복만 있을거예요.
    토닥토닥.

  • 3. ...
    '19.2.18 9:28 PM (39.7.xxx.104)

    원글님 어린 날 고단한 모습이 연상되어서
    맘이 짠합니다.
    잘 버티고 잘 지내오셨어요.
    이제부턴 다 훌훌 털고 일어나
    더 행복하게 사세요.
    엄마도 참...

  • 4. 정말
    '19.2.18 9:29 PM (175.125.xxx.154)

    섬세한 감정을 하나씩 따라가면서 잘 읽었어요.
    이제 어른이 되어보니 그 옛날 어른들도 다 완전한 사람이 아닌.
    지금의 나처럼 뭔가 부족함이 있는 그래서 서툴게 세상을 살아가는 분들이였다고 생각이 되네요.
    지난일이라 한편의 수필처럼 읽어 내려갔지만
    그당시 어리디 어린 원글님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리네요.
    잘 커주셔서 감사해요.

  • 5. ..
    '19.2.18 9:30 PM (49.169.xxx.133)

    댓글들이 부티나네요..ㅎㅎ
    원글님 잘 크셨고 고모부도 큰 일 하신거네요.

  • 6. 순이엄마
    '19.2.18 9:32 PM (112.144.xxx.70)

    글이 상당히
    잘 읽었습니다.
    지금은 안녕하시지요?

  • 7. ...
    '19.2.18 9:33 PM (118.46.xxx.217)

    부티 ㅋㅋ 는 또 뭔가요?^^

  • 8.
    '19.2.18 9:33 PM (124.50.xxx.65)

    바보같은 엄마
    아이를 미워한게 아니라
    그 아이의 부모를 미워한건데
    자식 남한테 맡겨놓고 뭘 잘했다고
    자식 가슴에 상처남길 말을 하는지

  • 9. ......
    '19.2.18 9:34 PM (182.222.xxx.37) - 삭제된댓글

    아픈 기억이네요 원글님... ㅠㅠ 아무리 그래도 어린 조카한테 그렇게까지 했어야 했나.. 싶어요..

    그나저나 글을 정말 잘 쓰시네요.

  • 10. ......
    '19.2.18 9:35 PM (182.222.xxx.37)

    아픈 기억이네요 원글님... ㅠㅠ 아무리 그래도 어린 조카한테 그렇게까지 했어야 했나.. 싶어요.. 엄마는 말할것도 없고요.

    그나저나 글을 정말 잘 쓰시네요.

  • 11. ㅇㅇ
    '19.2.18 9:38 PM (121.173.xxx.241)

    토닥 토닥.
    이젠 좋은 날만 더 많기를....

    그리고 원글님 말씀이 옳아요.
    고모부의 미움은 원글님이 아니라 원글님 부모님을 향한거였겠죠.

  • 12. 나야나
    '19.2.18 9:42 PM (182.226.xxx.227)

    참말로 글을 잘 쓰십니다 그려...

  • 13. 고길동 같은
    '19.2.18 9:42 PM (125.142.xxx.145)

    고모부에 대한 이해,, 결국은 어른이어도
    불완전한 인간이라는 걸 나이 들어가며
    슬프지만 자연스럽게 아신 것 같네요.

  • 14. 님의
    '19.2.18 9:45 PM (118.218.xxx.190)

    마음이 많이 이해 되며
    지금의 내 모습은 어떤 어른일까 돌아 보게 됩니다...

  • 15. ㆍㆍㆍ
    '19.2.18 9:50 PM (210.178.xxx.192)

    글을 너무 잘 쓰시네요. 가슴이 막 저려와요. 이제 계속 행복하시길

  • 16. ㅇㅇ
    '19.2.18 9:51 PM (49.142.xxx.181)

    하도 험한 세상이라 그리 미워하면서 물리적으로 손대고 때리고 성폭행하고 하는 인간들이 더 많습니다.
    그래서 여자아이들은 부모가 손 놓으면 정말 무서운 세상을 사는거죠.
    째려보고 미운 눈으로 쳐다보기만 한 고모부가 그나마 다행...

  • 17. ...
    '19.2.18 9:53 PM (1.227.xxx.49)

    신데렐라 같은 분이신 거 같아요 신데렐라도 그렇게 집안일을 하면서도 미움에 같이 반응하는게 아니라 고운 마음을 간직해 나가잖아요. 원글님도 고모부의 미움을 받아서 같이 미워할수도 있지만 더 높은방식으로 살아오신 것 같고..
    혹시 직업이 작가신가요? 글이.. 일반인 글 같지가 않고 박완서님같은 재능이 느껴져서.. 원글님 아픔보다는 글솜씨에 감탄하며 여러번 읽었어요.
    유년시절은 아팠겠지만 대신 이런 재능도 받고.. 세상에 공짜 없구나 싶어요

  • 18. 무명인
    '19.2.18 9:58 PM (211.178.xxx.25)

    와 근데 원글님 글 진짜 잘 쓰시네요 지나가다 감탄

  • 19.
    '19.2.18 9:59 PM (125.177.xxx.105)

    글을 참 담담하게 잘쓰시네요
    원글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것 같아요
    당시엔 고길동이 신경질적이고 냉정하다 생각 했는데 어른이 되고 아이를 키워보니 둘리가 참 낯이 두껍구나 생각되네요ㅎㅎ

  • 20. 무명인
    '19.2.18 10:02 PM (211.178.xxx.25)

    왠지 저랑 비슷한 연배인 듯 한데 삶에 대한 통찰력이 대단하세요 스스로 부끄러워지네요 근데 저는 어릴 때 둘리와 그 일당들 진짜 싫었어요 고길동씨 너무 괴롭혀서 만화가 전혀 즐겁지가 않았어요 으휴 웬수들

  • 21. 무명인
    '19.2.18 10:03 PM (211.178.xxx.25)

    이미 작가이실 것도 같지만 혹시 아니시라면 재능 꼭 살리세요 꼭이요

  • 22. 고길동도
    '19.2.18 10:09 PM (125.142.xxx.145)

    고길동대로 이해가 되고 둘리도 둘리대로 애환이 있죠.
    사람 살이라는게 서로 상처 주고 받고 울고 웃고
    그런 과정의 무한 반복인 것 같아요. 그걸 덤덤이
    바라 볼 수 있으면 제대로 어른인 것 같구요.

  • 23. 정말
    '19.2.18 10:11 PM (121.133.xxx.248)

    글 잘쓰시네요.
    표현력도 좋으시고...

  • 24. ....
    '19.2.18 11:03 PM (211.48.xxx.93)

    제삼자지만 고모부 보다 엄마가 더 원망스럽네요.
    가난해도 사랑만큼은 넘치게 줄수도 있을텐데,
    엄마도 엄마의 엄마에게 충분함 사랑을 못 받으셨던 걸까요? 아뭏든 나이 먹고 어른이 되어 사는 건 참 힘들고 어려워요. 그대의 평화를 빕니다.

  • 25. rainforest
    '19.2.18 11:04 PM (125.131.xxx.234)

    웃음과 울음이 섞인 엉거주춤한 표정으로 늘 고모부를 대하는 어린 시절의 원글님이 눈 앞에 그려져서 눈물이 핑 도네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갈 수 있다면 그 시절로 돌아가 꼭 안아주고 싶어요.
    친조카도 아닌 처조카가 불쑥 들어와 살면 밉기도 하겠지만 그렇게 부려먹으면서 왜 그렇게 미운 티를 냈을까요.. 적당히 하지..

  • 26. 감동
    '19.2.18 11:06 PM (58.234.xxx.33)

    잘 읽었ㅇ니요. 글을 너무 잘쓰시네요.
    읽는 내내 먹먹하고 그 시절 원글님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에요.
    글 쓰는 재능을 살리신 일을 하고 계실꺼라는 생각이 드네요

  • 27. 와..
    '19.2.18 11:13 PM (175.223.xxx.165)

    글솜씨가 너무 부러워요.
    가끔씩 글 올려 주시면 안될까요?^^
    글솜씨 만큼이나 맘씨도 고우실 듯.
    행복하세요

  • 28. ...
    '19.2.18 11:17 PM (114.206.xxx.28)

    고모부 앞에서 숨죽이고 있었던 그 작은 아이를
    감싸안아주고 싶습니다.
    네 탓 아니라고..

    우리 이모가 감추고자했던 날선 눈빛
    이모부가 늘 냉랭했던 그 이유도
    원글님과 같은 이유였죠.

    나이가 들어서도 그 분들 앞에만 가면
    죄인처럼 느껴져서 더는 발길을 할 수가 없는데
    그런 것조차도 다시 죄책감으로
    내 맘을 짓누릅니다.

    내 자식은 그리 키우지않겠노라 다짐하고 또 다짐합니다.

    잘 버티어내셨군요. 원글님.
    상처가 원글님을 아프게 하지않길 기도합니다.

  • 29. 작가세요?
    '19.2.18 11:20 PM (218.154.xxx.140)

    와..
    이런 게시판에서만 보기엔 아까운 글인데요?ㅎ
    그 고모부가 그런 짐승의 것처럼? 날것의 미움을 보여준 사람이지만
    성적인 착취는 안했다는건 쳐주고 싶네요.
    어린 여자애들 손대는 중년남들 정말 많았거든요.
    의붓딸이든 조카든. 자기 친딸도요.

  • 30. ..
    '19.2.18 11:43 PM (118.38.xxx.142)

    글을 정말 잘 쓰시네요..
    담담한 글에 눈물이 나옵니다.
    원글님이 더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 31.
    '19.2.18 11:46 PM (183.107.xxx.248) - 삭제된댓글

    남의집 더부살이 해본 사람만이 느낄수 있는
    심장이 찌릿함이 있네요
    전 사십대가 되어서야 안볼 권리를 주장하고 있어요
    가해자들은 잊어도 당했던 어린피하자들은
    지금만나도 움추러 들어요
    이젠 다신 안보고 살꺼예요

  • 32. ....
    '19.2.18 11:59 PM (223.53.xxx.169) - 삭제된댓글

    아빠한테 매맞는 엄마였지만 꽃 향기 났다던 글 쓰신 분인가요?
    포악스런 현실을 예쁘게 포장하는 문체가 비슷합니다.
    저도 그런 어린 시절 보냈기에 이런 예쁘기만 한 글은 개인적으로 거부감이 들어요.

  • 33. 서슬퍼런
    '19.2.19 1:05 AM (24.4.xxx.79)

    고모부의 눈빛보다 그 어린 아이를 그런 환경으로 내몬 부모가 원망스럽네요.
    부모가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그 풍파는 아이들에게 닥쳐요.
    그래서 가끔 모든 것을 다 놓아버리고 싶을때도 아이들 얼굴보며 마음 다집니다

  • 34. 폴리
    '19.2.19 1:42 AM (222.232.xxx.88)

    짧지 않은 글인데 단숨에 읽었어요
    글솜씨가 정말 대단해요...

    저도 고모부보다 부모님이 더 밉네요
    미안하고 또 미안해해도 모자랄텐데...
    토닥토닥.. 안아드리고 싶어요
    모진 시간 버티어내느라 고생많으셨어요
    오늘은 더 행복하시길 바라요

  • 35. 레인아
    '19.2.19 3:52 AM (128.134.xxx.85)

    마음 아픈 글이네요
    이젠 행복하셨음 좋겠어요

  • 36. 원글
    '19.2.19 8:35 AM (121.184.xxx.215)

    어른들은 불의에 맞서 싸우고 슈퍼맨처럼 용기있고 지혜로울줄알았는데 사실은 현실과 이상사이에서 많은걸 체념하고 수많은 인파들속에서 익명성으로 사는게 더 속편하다는걸 아는거죠
    ^^
    그래서 과거 80년대 운동권에 몸담았던 그 젎었던 패기를 배나온 중년에도 곧잘 이야기하는 맘도 알것같아요
    적당히 지금은 현실에 구겨살지만 왕년의 나는 민주화의 현장에있었다고 결국 눈빛도 탁해지고 대출금에 아이들 교육비때문에 회사에서 마음속으론12번 사표쓰지만 왕년의 나는 말이지,이한열같은 역사의 현장 에 있던거라고 자위할정도로 어른이 되는건
    때로 스스로 비굴해지고 비열해지고 그러면서 최소한의 인간에대한 예의는 잃지않으려는 거같아요~

  • 37. ㅇㅇ
    '19.2.19 10:19 AM (115.21.xxx.144)

    글은 잘 읽었어요. 재능이 있으신 분인데 글쓰는데 나쁜 버릇이 드셔서....
    본인의 이야기를 할때는 저렇게 미사여구를 일부러 덕지덕지 붙이시면 오히려 읽는사람의 감정을 해치게 돼요. 진정성이 보이지 않게 되구요.
    저런 류의 문장들이 좋으시다면 차라리 소설을 써보시는게 나을거 같습니다.
    일반인같으면 얘기를 안할텐데 글에 관심있는분 같아서 드리는 말씀이에요
    저런 글쓰는 버릇이 고착이 되면 고치지 못합니다.

  • 38. 나참
    '19.2.19 11:23 AM (223.33.xxx.155)

    이런글에도 지적질 하는 사람이 ..... 기막혀서 정말 ..

  • 39. ...
    '19.2.19 11:30 AM (223.33.xxx.179) - 삭제된댓글

    저 위에 지적하시는 분...샘이 나셔서 그러시는지...너무나 마음을 두드리는 글...감사하기만 한데....원글님 이런 글 솜씨 정녕 아깝습니다 혹시 작가 아니시라면 지금이라도 도전해보시길....박완서작가님 책 읽는거 같아요

  • 40. ...
    '19.2.19 11:35 AM (223.33.xxx.179) - 삭제된댓글

    너무나 마음을 두드리는 글...감사하고 글솜씨가 놀랍기만 한데....원글님 이런 글 솜씨 정녕 아깝습니다 혹시 작가 아니시라면 지금이라도 도전해보시길....박완서작가님 책 읽는거 같아요

  • 41. ..
    '19.2.19 11:39 AM (218.52.xxx.206)

    님 어린시절의 모습을 떠올라 가슴 한켠이 아려오네요...
    지금은 현실에 구겨살지만 꿈을 가지고 사실거 같아요.
    단숨에 읽게되는..담백하게 쓰신 글 잘읽있습니다..
    글쓰기에 재능이 있으세요^^

  • 42. ..
    '19.2.19 11:41 AM (39.7.xxx.137)

    어른이 된다는 건 비로소 동화같은 판타지를 졸업하고 추악한 현실과 직면하는 거겠죠. 불의에 항거해 높이 든 팔목을 이젠 스스로 자르며 적당히 현실과 비겁하게 타협하는 게 편한 삶이라 자위하고 체념하는.

    원글님처럼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 천덕꾸러기로 남의 집에 얹혀 살았을 때 느꼈을 아픔과 고통이, 오랜 기간 마음을 다지고 또 다져 잘 숙성된 향기로운 좋은 글로 발화된 걸로 보여요.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울림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 43. 쓴소리를
    '19.2.19 11:45 AM (110.5.xxx.184)

    지적질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기서 머무를테고 나를 돌아보는 사람에겐 거름이 되어 발전하겠지요.
    ㅇㅇ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남얘기면 몰라도 본인 얘기는 있는 그대로가 최고의 힘을 가진다고 생각해요.

  • 44. 오지랖도
    '19.2.19 11:49 AM (223.33.xxx.155)

    여기가 무슨 백일장 열리는데에요? 굳이 그런 지적 하고 싶어 못견디겠으면 글쓰기 카페 같은데 가서 하시라고요.

  • 45. 저도
    '19.2.19 11:52 AM (49.143.xxx.69)

    담담한 글에 마음이 아파요.
    어른 되면 뭐든 잘 하고 그럴 줄 알았는데
    여전히 못 하는 거 투성이에요.
    글 잘 쓰시네요. 잘 읽었습니다.

  • 46. ㅇㅇ
    '19.2.19 11:53 AM (218.237.xxx.26)

    이렇게 진솔한 글인데 미사여구가 읽는 사람의 감정을 해치게 한다니... 참 이상한 사람 많네요.

  • 47. 어른
    '19.2.19 11:53 AM (39.118.xxx.38)

    어느사이 고길동을 이해하고 있더라고요. 신데렐라 새엄마를 백설공주 왕비를 소공녀 선생님을 한번 생각해보기도 하고요.

  • 48. ....
    '19.2.19 11:56 AM (175.113.xxx.77)

    이런 게시판에서 공짜로 읽기에 죄송한 맘이 드는 글입니다

  • 49. ...
    '19.2.19 12:37 PM (191.85.xxx.140)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신 바람에 큰 오빠 집에서 조카 셋과 올케랑 얹혀 살았기에 원글님 마음이 이해가 됩니다. 한 때는 올케 언니를 미워하였으나 나이가 들면서 그를 이해하게 되어 간다고 할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살던 시절, 차라리 죽어 버리겠다고 추운 겨울날 강가에 갔었던 기억,
    부담스런 짐짝 취급 당하고 집에선 아무도 하기 싫어하는 일들을 일부러 찾아가며 해서
    성인이 되고 나서도 저는 여전히 어딜가도 남들이 안하는 일들을 하는 습관이 밴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집에서 귀히 여김 받지 못하니 나와서도 나를 귀하게 여기는 사람이 없다는 것 또한 느끼고
    늘 '을'의 입장이 몸이 배여서 나의 필요보다 남의 필요를 더 많이 생각하는 스탈이 되었고요.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모두가 다 가는 수학여행인데 전교생 600명 중 대 여섯 명만 남은 학교에서
    잡초 뽑았던 기억이 납니다. 수학여행비 달라는 말 죽어도 못했고 신발이 다 찢어져도 그냥 신고 다녔고..
    그런 삶에 너무나 익숙해서 힘든 삶도 저항할 줄 모르고 그냥 받아 들였던거 같고 그러네요. 그렇더라고요.

  • 50. 나옹
    '19.2.19 12:43 PM (223.38.xxx.125)

    원글님 꼭 안아 드리고 싶네요.

  • 51.
    '19.2.19 12:52 PM (103.252.xxx.119)

    시차가 있어 이제서야 봤네요. 못읽고 지나쳤음 어쩔뻔 했을까 ! 할 정도로 아름다운 글입니다. 광화문 교보안에 있는 넓은 테이블이 그리워지는 시간입니다.

  • 52. 샐리
    '19.2.19 1:01 PM (163.152.xxx.5)

    원글님으로 인하여 풍족하지 못햇던 어린날의 추억을 되깊어 봅니다,

  • 53.
    '19.2.19 1:15 PM (112.186.xxx.45)

    저를 미워하던 사람이 우리 친가족이었어요.
    그러니 그게 그 사람의 한계였다는 걸 이해하기는 해도 마음 속으로 용서는 못하겠네요.

  • 54. 어릴때는
    '19.2.19 1:27 PM (110.70.xxx.178)

    이불에 실수 할 수도 있지요.
    가장이 일이 없어 집에서 놀게되면 가족이 다 힘들어지지요.
    원글님 나이때쯤에 잘사는 친척집에 가면 마늘도 까고 안마도 해드렸던 기억이 있네요. 고급 과자를 숨겨두고 자신의 딸에게만 먹이던 친척은 기억이 없는데, 그 영향인지 초중학교때 군것질을 많이하게 되더군요.
    원치않는 상황에서 맡겨진 아이 보다 , 그 아이의 부모가 더 미운게 맞을꺼예요. 낳아 놓고 양육책임은 다른 사람에게 전가한다고 생각했겠지요.

  • 55. ..
    '19.2.19 1:36 PM (49.97.xxx.92)

    원글님의 글 진솔한글 가슴을 울립니다.
    글이 담백하니 넘 좋아요

  • 56. 고생하셨네요
    '19.2.19 2:01 PM (61.82.xxx.218)

    이제는 성인이 되셨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그래도 고모부는 아침, 저녁 주말에만 마주치면 되니 낫네요.
    전 새어머니 슬하에서 자라서 늘~ 눈치보고 주눅들고 내집인데 편치 않고.
    원글님과 반대로 아빠가 계신 주말에만 편했던 기억이 있네요.
    이제는 내집에서 편히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고 먹고 싶은 대로 사는 삶이라 행복하네요

  • 57. ㆍㆍㆍ
    '19.2.19 2:47 PM (210.178.xxx.192)

    그나마 나쁜일(성추행 폭력)안 당하고 째려?만봐서 다행이라고 하면 좀 위로가 될까요ㅠㅠ 9살이면 아직 애기인데 고생 많으셨어요. 그리고 부모님들 넘 짜증나네요. 나중에 부모 호구되시지말고 원글님만 챙기세요.

  • 58. ..
    '19.2.19 5:23 PM (59.6.xxx.219) - 삭제된댓글

    지금은 행복하신거죠? 그럴거라 믿어요..

  • 59. 원글
    '19.2.19 8:56 PM (121.184.xxx.202)

    어릴때의 가난과 그로 인해 겪어야 했던 모멸감과 학교에서 왕따당하고, 자식의 일엔 전혀 관심없던 부모님
    을 둔 덕분에 뭐든지 혼자 결정내리고 혼자 뛰어야 했어요. 회사생활하면서 모아두는 적금도 만기가 가까와오면 온전히 제것이 되질 못했어요. 집에서 다 썼거든요. 이리저리 빚막는데 하루면 없어지던 돈들.
    참 허망하고 힘들었고, 어릴때부터 가난을 순응하고 살아서, 열심히 최선을 다해보고도 안되면 체념도 빨랐어요.
    스무살에 처음 자취를 해보기도 했는데, 보증금을 집에서 일단 빼서 쓴적이 있어서 그 자취방을 나와야 했어요. 어딜가야 할지 몰라 막막해서 집을 나올때 들고나왔던 이불보따리위에 앉아 새벽한시까지 그냥 앉아있었어요. 겨울을 앞둔 11월이라 아무도 없고 저멀리 아파트 창문안에서 어떤 여자가 그런 나를 계속 팔괴고 보고있었어요. 나는 갈곳이 없는데, 그 여자의 어깨너머는 노란 불빛이 온화하게 감싸여 있고,
    그땐 돈이 없던 스무살이었어요. 가난과 온화하지않은 집, 알콜중독이던 생활능력없던 아빠,
    그런 시절을 어찌 건너왔을까 하면서도 발밑의 얼음장이 깨질까봐 조심조심 걷고 쉽게 마음을 열지도
    누군가에게 쉽게 다가가지도 않는 저는 어찌보면, 행복보다는 오늘 하루도 편안히 갔다는 것에 더 안심하는것같기도 해요.

  • 60. 안녕물고기
    '19.2.20 8:06 AM (99.102.xxx.108)

    어릴 때 서러운 기억은 평생 푸른 멍으로 남아서 가끔 날 궂은 날 시린 무릎처럼 살아나는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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