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초4 아들과 산타 할아버지

메리크리스마스 조회수 : 1,693
작성일 : 2018-12-25 02:43:19

 제 아들은 초 4입니다.
 초 3이었던 작년 크리스마스 때까지는 산타할아버지를 의심해 본 적이 없는 순수한 영혼이에요.

 그런데, 올해는 친구들이나 동생들이 자꾸 산타할아버지가 부모님이라고 이야기 해주어서
 자꾸자꾸 의심이 들고, 그동안 산타 할아버지에게 받은 성탄 카드의 글씨가 왠지 엄마, 아빠 글씨 같고
 (아들 왈 "잘 쓴 글씨는 엄마, 못 쓴 글씨는 아빠"라고 하더군요. 맞습니다..^^)
 왠지 산타할아버지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고..의심병이 도졌습니다.

 초 3때도 미술학원에서 그림 그리다가 아이들 사이에서 한 때 이런 논쟁에 휩싸인 적이 있는데,
 거의 결론이 "산타할아버지는 없다. 엄마, 아빠가 주시는 것이다."라고 날려는 찰라에
 "그럴 리가 없어. 우리 엄마가 그렇게 비싼 선물을 내게 해줄리 없어."
 라고 쉬크하게 제 아들이 결론을 내렸다고 하더군요.

 사실, 지금까지도 저는 아들에게 공식적으로 1년에 3번 5만원 상당의 선물을 해줍니다.
 어린이날, 생일, 크리스마스.. 친척들에게 받는 선물도 5만원을 안 넘게 조정합니다.
 대신 산타할아버지는 1년에 한 번, 10만원 상당의 선물을 해주시곤 했지요.
 그래서 크리스마스를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였습니다.

 올 한 해, 무지하게 엄마, 아빠 말을 안 들었습니다.
 심지어 오늘도 아침부터 제게 혼나고, 저녁때도 혼나고 그랬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엄마 말을 안 듣고, 심지어 산타 할아버지 존재를 의심하는 아이가
 과연 선물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엄마는 선물을 못받는다고 본다, 네가 양심이 있으면
 가슴에 손을 얹고 한 번 생각해보라고 이야기 했더니
 사실 양심에 찔리기는 하답니다. (하도 엄마 말을 안들어서요.) 그래도 선물은 받고 싶다네요.
 2개가 받고 싶은데, 말을 안 들었으니 하나라도 꼭 받았으면 한답니다.
 
 산타할아버지가 엄마일 것 같은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산타할아버지 선물을 받고 싶다고 합니다.
 그래도 의심을 떨치지 못하고 집안 구석구석을 뒤지며 엄마, 아빠가 숨겨놓았을 선물을 찾아서 한참을
 돌아다녔는데, 실패하고 나니..왠지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가 조금 더 신뢰가 가기 시작했나봐요.

 갑자기 산타 할아버지의 흔적을 찾겠다며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나가더니 완전 흥분해서 들어왔습니다.
 "엄마~!!! 빨간 옷을 입고, 빨간 모자를 쓴 뚱뚱한 하얀 수염의 아저씨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갔어요~!!"
 산타 할아버지가 무슨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내리냐며 뻥 아니냐고 하니 정말 이랍니다. (정말 진지하게..)

 그러더니 이번에는 앞베란다로 나가서 창을 열고 밖을 보더니..또 소리를 지릅니다.
 "엄마~!!! 누가 저 하늘 위에 지나가고 있어요~!!!!!"
 뻥 아니냐고 했더니 정말 진지하게 정말 보았답니다.

 선물 받고 싶으면(줄지 안줄지 모르겠지만) 빨리 들어가 자라고 했더니
 (그 때가 밤 12시.. 올해는 꼭 산타할아버지를 만나겠다며 버틴 겁니다.)
 산타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쓰겠답니다.
 믿지도 않는데, 왜 쓰냐고 했더니 그래도 선물 받고 싶어서 믿을 거랍니다. 
 "엄마가 볼지, 산타 할아버지가 볼지 모르겠지만..." 이러면서요.


  그러더니 "행운의 상자"라고 장담할 수 없는 행운의 상자를 만들어서 현관에 둘까,
  자기 놀이방에 둘까 막 고민하면서 들고 다니길래, 네가 자는 방에 두라고 했더니
  안방 화장대 의자에 올려놓고, 학교에서 만들어온 크리스마스 에코백까지 걸어두고
  선물을 에코백에 넣어달라는 주문서까지 붙여 놓고 침대로 들어갔습니다.
  들어가서도 한참을 꼼지락거리며 졸린 아빠의 짜증을 돋구더니 2시 가까이 되어서야 
  깊이 잠들었어요.
  
  장담할 수 없는 행운의 상자를 열어보았더니..
  모형 개미와 커다란 벌레 모형..(산타 할아버지 놀래키려고..-_-;;)을 테이프로 여기저기 붙여두고
  편지가 하나 들어 있는데, 눈사람과 루돌프 그림과 함께
  "산타할아버지께/ 안녕하세요. 저는 ***이에요. 제가 엄마 말을 안 듣긴 하지만 이제는
   노력할게요. 올해 선물도 부탁드려요~^_^ 2018/12/25 한국에 사는 ** 올림"
  
  근처 마트에 팔지를 앉아서 제가 몇 군데 전화 돌려서 아빠가 어렵게 사가지고 온
  레고 2개를 에코백이랑 그 밑에 두고, 장담할 수 없는 행운의 상자는 깊숙히 숨겼습니다.

  아마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입이 찢어질 정도로 기뻐할 거에요.
  정말 가지고 싶어했던 레고인데, 동네에서는 구할 수가 없었거든요.

  아들아..엄마, 아빠가 이렇게까지 노력하는데 내년에는 말 좀 들을래..??
  엄마도 이제 자러 가련다..^^



  
  







IP : 118.220.xxx.22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ㅎㅎ
    '18.12.25 3:10 AM (182.225.xxx.13)

    아들아~~ 내년엔 사춘기 도래해도 산타가 되어주기 위해 고생한 엄마아빠의 정상을 참작해 살살하자~~
    ^^ ;;;
    그래도 지나고 나니 그때가 그립네요.
    행복한 성탄이 되시길~~

  • 2.
    '18.12.25 3:15 AM (218.144.xxx.251)

    아고 구여워라~~~^^
    빵빵 터지면서 읽었네요ㅋ
    울아들 어릴때가 그립네요
    낼 아침이 기대됩니다^^

  • 3. 저런
    '18.12.25 4:10 AM (175.198.xxx.197)

    천진한 동심이 사라지면서 서서히 어른이 되겠지요..

  • 4. 초3딸
    '18.12.25 6:53 AM (175.117.xxx.200)

    저희 애는 이미 산타의 비밀을 아네요 ㅠ
    저더러 산타가 없는 거 아니냐고 그러길래
    그렇게 믿으면 산타가 안 오겠지 했더니
    제 앞에서 억지로 믿는 척 하다가
    지난 번엔 말실수도 하더라고요
    어마! 이거이거이거! 나 이거 크리스마스에 엄마가 사줘!
    아니 산타할아버지에게 사달라 해! ㅠㅠㅠ
    어제 자정까지 안 자서 저도 포장 못 하고 자고
    오늘 새벽6시에 갑자기 포장 안 한 게 기억나서
    제가 자다말고 작게 비명을 질렀더니 ㅠ
    애가 깨서 ㅠ
    잠이 안 온다면서 선물 찾을 기세길래
    잠 안 오면 엄마랑 나가서 수학문제집 좀 풀자고 협박해서 도로 재우고
    나와서 포장중이네요 ㅠ
    아 졸리네요 ㅠ
    아직 어린 둘째 때문에 엄마가 노력중인데 큰 딸 이렇게 방해를 하면 너는 이제 산타 없다 ㅠㅠㅠ

  • 5. 울집 4학년
    '18.12.25 8:58 AM (223.38.xxx.187)

    똑같은 스토리네요.
    80프로 이상은 산타 없다고 확신하지민
    20프로의 여지는 둔 채 설레는 마음으로 편지를 써서
    엄마 아빠 몰래 화분밑에(클스마스 트리도 아님)
    표정나게 두고 자더라구요.
    읽어보았더니 친구들 고발 ''걔네들은 동심이 없다.
    자기는 그렇지 않다''
    새벽 세시에 신랑이랑 편의점 가서 기프트카드 사왔네요.ㅎㅎ

  • 6. 햇살가득한뜰
    '18.12.25 10:12 AM (218.53.xxx.41)

    ㅋㅋ넘웃겨요 심지어 우리는 초4아들이 작년에 의심하다가 제가 한달전 핀란드 산타마을에서 보내주는 편지를신청해서 크리스마스 전날 도착한걸 보더니 정말 진짜였다고 넘넘 기뻐했네요ㅋ

  • 7. 햇살가득한뜰
    '18.12.25 10:14 AM (218.53.xxx.41)

    그동안은 엄마 글씨였다가 영어로 된 산타마을 엽서와 사진 편지보더니 아들둘이 너무기뻐했어요 자는동안 창문여는소리가 났다는 둥

  • 8. 귀여워요.
    '18.12.25 10:17 AM (118.220.xxx.22)

    댓글들 어린이도 너무 귀엽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887597 led등이 깜빡거려요 1 ... 2018/12/26 5,290
887596 보통 여행가면 나이 많은 사람이 안쪽을 차지하는게 기본인건가요?.. 10 2018/12/26 4,024
887595 어제 부터 목감기때문에 잠을못자겠어요. 목감기 2018/12/26 1,141
887594 맞벌이 독박육아... 조언부탁드립니다 9 ... 2018/12/26 2,618
887593 요즘 아이들 산타 다 안 믿죠? 22 산타는노인 2018/12/26 2,079
887592 저보다 10살 어린 사람이 이렇게 대하는데 예민한건가요? 5 ㅇㅇ 2018/12/26 3,444
887591 어제밤에 식중독증상으로 죽을뻔 4 힘들어 2018/12/26 3,181
887590 햇살론 혹은 그외의 정부지원대출 아시는 분 1 금융권 2018/12/26 901
887589 플라스틱.pvc 침대 깔판 써보신분 계세요?? 5 .... 2018/12/26 1,952
887588 층간소음땜에 자살하고 싶어요 38 자살 2018/12/26 22,737
887587 수시광탈하니 세상이 암흑 같아요 27 버거움 2018/12/26 7,208
887586 아빠의 문자 뭘까 내용펑했어요 댓글위로가 되니 지우지마세요 22 ..... 2018/12/26 5,764
887585 캐롤이 안나오는 이유ㅎ 7 ㄴㄷ 2018/12/26 3,973
887584 예비중3 특목고vs일반고 고민스럽네요 18 고민 2018/12/26 4,425
887583 2년 반에 24센티 컸어요 8 ... 2018/12/26 4,299
887582 정말 기이한 꿈 5 봄의꿈 2018/12/26 2,171
887581 가요대제전보다 라이브에이드가 더 아는곡이 많네요 2 .. 2018/12/26 1,747
887580 동네엄마에게 할말하고 연 끊었습니다. 24 ... 2018/12/26 25,017
887579 "청와대 오기 전 수집한 정보 맞다"..김태우.. 7 뉴스 2018/12/26 2,117
887578 다들 케잌선물 받는거 좋아하시나요? 48 50대아짐 2018/12/26 6,562
887577 생애 최초 마음에 든 가방이 단종됐다면.. 8 음.. 2018/12/26 3,205
887576 중2성적ㅜㅜ 15 다시시작 2018/12/26 3,505
887575 하수구냄새, 업체이용했는데 효과 못봤어요. 6 이불킥 2018/12/26 2,132
887574 12살 남아 가슴 몽우리가 잡혀요 2 다봄맘 2018/12/26 4,145
887573 현 정부 여당은 왜이리 힘도 없고 조용하죠? 19 .. 2018/12/26 2,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