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가 셋이예요.
그 동안 직장 열심히 다니다가 한 일년 쉬기로 하고 정말 집안 일에만 올인하는 중입니다.
82에 와서 노는 것도 재밌고 동네 맘까페도 가고 출퇴근 안 하니 여유가 있어 아이들하고 얘기를 예전보다 많이 하는데...
첫째가 지방 의대 다니는데 하는 말이 '결혼은 안한다. 졸업하고 페이닥터하면 먹고는 사니까 읽고 싶은 책 실컷 읽고 취미생활 맘껏하면서 살겠다'고 합니다.
자기는 지금 공부가 힘들어서 그렇지 행복하답니다.
둘째아들이 공부를 너무 못 해서 제가 도피유학까지 생각하고 있는데 큰아들이 저러니 좀 섭섭하더군요.
해외 나가 살면서 둘째아들 불러들이면 좀 좋을까...
한국에선 대학 안 나오면 뭐 할 게 없는 상황인데 선진유럽가면 기술 하나만 있어도 그럭저럭 살던데, 이러면서 저 혼자 생각이 많아지더라구요.
큰애가 제2외국어를 했고 공부머리는 좋아요. 그러니 한국에서 살 생각 말고 열심히 공부해서 나가 살면 좋겠다, 어제가 그런 생각이 드는 밤이었죠.
그런데 남편도 늦고 해서 교육방송 틀었는데 다큐시선이란 프로그램을 하더군요.
너무 놀랐어요.
20~30대 청년들이 결혼하겠다는 생각이 남성이 33% 여성이 22% 정도인 겁니다.
또 청년들의 얘기가 이해가 가는 겁니다.
이건 지나친 경쟁사회가 문제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리고 세상이 변하는구나... 변하는 걸 모르면 아이들한테 꼰대취급 당하겠다... 하면서 반성했습니다.
둘째아들이 내 아들이지 큰아들의 아들이 아닌데 내가 왜 큰애한테 슬그머니 둘째를 얹으려고 했을까.
사실 둘째도 공부 못하고 말썽꾼이긴 한데 인생이 해피하답니다. (언제까지 그럴런지는 몰라도)
세째는 딸인데 우리집 공주마마. 자기는 뭘 해도 부모 옆에서 살겠답니다.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좋답니다. 공부는 그냥 3~4등급인데 너무 해맑아요...
재밌는 것은 공부를 제일 못하는 둘째만 결혼을 꼭 하겠다고 하는 거예요.
대책없이 애 낳지 않았는데도 이런 나라에 살게해서 미안했는데 뭔가 다 모자라 보이는 내 아이들이 자기들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고 싶고 지금도 행복하다니 제가 더 이상 터치하는 건 아닌가 봅니다.
살면서 별 일 다 있었고 힘들었지만 여기서 만족하자 싶네요.
저는 노후대비나 열심히 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