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자타공인(?) 방임형 엄마예요.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데요,
일이 좀 많은 편이라 아이와 한 공간에 있을 뿐,
살뜰하게 뭘 챙겨주고 그러지를 못했어요.
아이가 어릴 때부터.. 머리가 나쁜 편은 아니어서,
그냥 무난하게 잘하려니 믿어왔어요.
한글도 세 돌 전에 혼자서 뗐고, 수개념도 혼자 책 보며 깨쳤어요.
제가 책 읽는 거 좋아해서 아이 책도 잘 읽어줬고..
요새는 바빠서 책은 못 읽어주지만, 심심하면 혼자 책 꺼내서 보고,
읽고 싶은 분야의 책이 생기면 이런 저런 책이 읽고 싶다고 얘기하는 편이에요.
1학년 공부야 어려울 게 없는 데다,
책을 좋아하니까 받아쓰기.. 이런 거에 문제가 될 게 없어서
내내 백점만 받아왔었어요.
그래서 '알아서' 잘하는 애인 줄 알았는데.....
2학년 2학기 들어서니까... 티가 확 나더라고요.
엄마가 안 챙겨준 티라고 할까요.. ㅠ ㅠ
일단 구구단부터 문제는 시작됐어요.
방학숙제가 구구단 외우기였는데,
설마 그거 하나 못 외울까 싶어서 전 "구구단 외웠지?" 하며 넘어갔고,
문제는 풀어도 입으로 술술 외우지 못했던 우리 아이는....
반에서 가장 늦게 구구단 외운 아이가 되어버렸답니다.
그런데 그런 사실을 전 몰랐다는 게 문제였어요.
알림장에 '구구단 외우기'라고 써져 있어지만,
반에 못 외운 친구가 있나 보다... 생각했는데,
알림장을 보던 남편이 아이에게 물어보자,
아이가 남편에게 사실대로 얘기를 하더라고요.
2단부터 9단까지 일어서서 외워야 하는데,
자기를 포함해서 3명만이 못 외웠다고요.
충격 받은 저랑 남편이, 아이한테 책을 갖고 오라고 해서 책을 보니까....
곳곳에 낙서며, 줄이며.... 난리도 아니더라고요.
풀라는 문제에 대한 답은 엉성하게 휘갈겨 놓고,
본문이며 질문이며.. 온통 낙서와 줄이었어요.
저나 남편이나.. 딱 모범생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책에 낙서하는 건 상상도 못하던 일이었거든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교과서에 나온 질문에 대한 답을 보고 또 한 번 놀라고 말았습니다.
글씨가 엉망인 건 둘째 치고.... 답이.. 틀리지는 않지만 적확하지는 않았거든요.
그래서 뒤늦게.. 이래서 선행을 하는구나... 반성하고
학교에서 뭘 배웠는지, 교과서 일일이 확인하고 있는데요.....
친정 부모님이 절 방임해서 그랬는지 몰라도,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과외 한 번 안 받고, 학원 한 번 다니지 못한 케이스입니다.
대학은 나름 좋은 곳을 나왔고... 사회 나가서도 크게 불편한 거 못 느끼며 살아왔어요.
다만 영어는.... 스피킹이 안 되니까 아쉽기는 합니다... ;;)
남편은 "얘는 잡아야 하는 스타일"이라면서,
제가 좀 더 아이 교육에 힘쓰기를 바라는데요....
어떤 게 현명한지는 모르겠습니다.
학습지며.. 그런 것들에 부정적인 입장이라
영어학원, 태권도 학원.. 딱 두 개만 다닙니다.
(태권도는 다닌지 이제 3주 되네요.
아이가 움직이는 걸 싫어합니다..;;;
갑자기 살이 쪄서 제가 억지로 다녀보자고 꼬셨어요.. ㅜ ㅜ)
어디까지 봐주는 게 맞는 걸까요?
요새는 부모의 정보력이 꼭 필요하다고 하지만,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문제에 부딪힐 줄은 몰랐습니다.
어떤 걸 보강해야 할지,
어떻게 잡아줘야 할지... 조언 부탁드릴게요.
첫 실망이라 그런지... 조언이 정말 간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