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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와 취향에 대한 짧은 생각

가계부 조회수 : 3,491
작성일 : 2018-11-22 04:14:49

결혼할 때 반반 해서 늦게 결혼했어요. 그 와중에 아들 장가 보내시면서 예단도 받고 싶으시겠다 싶어서 예단도 했어요. 둘 다 나이 먹어서 결혼하니 자기가 번 걸로 결혼했고, 저도 결혼준비 제 돈으로 하고 남은 돈 들고 결혼했구요.

양가 어른들 모두 생활비 일부 보조해 드려야 하는 형편이라 그렇게 살다 보니 악착까지는 아니지만 물건을 사거나 할 땐 꼭 가성비를 따지게 되는 것 같아요. 가령 외출할 때는 집에 사다둔 생수를 챙겨나가거나(나가서 사면 시원하지만 비싸니까요) 생수를 사게 되면 주욱 보고 가장 저렴한 걸 사는 거죠. 어제는 어디 공공장소에 있다가 척 보기에도 좋아보이는 패딩을 입은 모녀를 봤는데 두 분 다 1인 1에비앙을 들고 계시더라구요. 우리네도 아닌데 왜 갑자기 눈에 띄어서는. 우와... 생수 취향이 있으시구나... 하다가 내가 뭐 물 한 병 못 사먹을까봐! 버럭도 했다가, 하긴 그 돈도 아까워서 정수기 찾아 헤맬 수도 있는데 그만한 돈은 쓸 수 있어 하다가 생각이 많았습니다.

에비앙이 부럽다기 보다는 취향이 있는 게 부러운 것 같아요. 물건을 하나 살 때도 가장 싼 거, 양 많은 게 아니라 내 취향에 맞는 물건을 가격을 좀 더 지불하더라도 그래도 마음에 드는 것을 구입하는 건데 워낙 그런 경험 자체가 없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것이 어떤 건지도 모르고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불해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지도 모르고 막연히 나도 뭔가 멋진 것을 갖고 싶다 이런 생각만 드는 거죠.

뭐 인생에 다사다난한 사건이야 워낙 많은 거지만 요새 저희집에는 특히나 시끌벅적한 일이 많은 것 같은데 아이 없는 두 가구 가정의 가장인 남편이 일 때문에 어려운 일을 겪을 때마다 제가 하는 말이. 우리는 부자니까 너무 괴롭게 살지 않아도 된다는 거에요.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살 만큼은 충분히 부자니까 괴로운데 꾹꾹 참으며 견디지는 말라고 토닥이곤 합니다.

진짜 고소득자나 아니면 금수저나 이런 사람들이 보면 쟤네 장난하나 싶을 정도의 '귀여운' 자산이지만 그래도 그게 작은 뒷심이랄까 그런 게 되주니 취향없는 무미건조한 삶이 허무하지만은 않다 싶기도 하구요. 그래도 앞으로는 메모지 한 장을 사더라도 꼭 맘에 드는 걸 사겠다 생각하니 점점 더 일상이 남루해지는 건 좀 맘에 안 드네요.

노동하는 새벽에 뻘소리가 길었습니다. 다들 편안한 하루 되시길.

IP : 222.109.xxx.61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8.11.22 4:43 AM (104.247.xxx.174)

    한 짠내 풍기는 사람으로서 공감가네요..
    특히 너무 아끼는게 버릇이되다보니 내 취향이 뭔지도 모르겠고 이정도값어치가 되는 물건인지 감도안오고 어느날 에라 나도 한번 질러보자 하고 사면 어이없는 물건 비싸게주고 사고있고...
    그 중간을 지키기가 쉽지 않네요. 저는 일단 품목을 좁혔어요. 이건 돈좀 쓰더라도 좋은거 쓰자 이건 그냥 싼거쓰자..이렇게요. 요즘은 목욕할때만이라도 사치좀부리자 하고 평생 안쓰던 비싼 비누 바디로션 쓰는데 목욕하고나면 내몸에서나는 향기가 그렇게 좋을수 없어요.
    적당히 쓸때쓰고 아낄때 아끼고 그러고 살려구요.

  • 2. ....
    '18.11.22 5:10 AM (39.117.xxx.187)

    적당히 쓰기도 해야하는거같아요
    너무 아끼면 나중에 쓸줄도 모르고 젊은시절 뭐햇나싶더라구요ㅠ
    가끔 한번씩 지르기도 하면서 사세요

  • 3. 생각해보니
    '18.11.22 6:12 AM (116.39.xxx.29)

    저도 생수를 비롯해 어지간한 건 싼 걸 고르네요.
    하지만 간장, 순두부,청국장은 꼭 국산콩으로, 휴지는 꼭 무형광 무표백을 고집하는군요. 그외 다른 건, 남편 내의는 3개 만원짜리, 양말은 10개 만원하는 시장표를 사더라도 겉옷은 검증된 브랜드를 산다는 것. 근데 이것도 사실 가성비 따진 거예요. 경험상 싼것 여러개보다 똘똘한 것 하나 사니 더 오래 입어요. 한참 입다가 손목,깃 낡았을 때 몇천원 들여 as받으면 또 몇년간 수명 연장되거든요.
    근데 이것도 내집 마련하고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안정된 후의 일이지 그전엔 원글님과 마찬가지였어요.
    너무 자책?하실 필요 없는 게, 그런 생활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게된 거고(양가 지원까지 하면서 안정되기가 어디 쉬운가요?), 한숨 돌리면서 이렇게 소비방식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거잖아요.

  • 4. ㅇㅇ
    '18.11.22 6:32 AM (121.168.xxx.41)

    저희 시어머니 짠돌이라면 어디 가도 1등이실 분인데요
    몇몇 종류는 고집하는 취향 있으세요
    생수는 삼다수 양조간장은 701. 이런 식으로.

    근데 취향없이 제일 싼 거 산다 ..
    이것도 하나의 취향이 아닐까 싶어요^^

    뭘 살지 모를 때 어떤 사람은 제일 비싼 거 산다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저처럼 중간 금액을 선택하거나
    우리 남편처럼 제일 싼 거 사는 사람이 있는 거죠

  • 5. ...
    '18.11.22 6:57 AM (116.36.xxx.197)

    모든걸 가성비로만 따지면 허무해지죠.
    무엇을 위해 아끼는가 싶죠.
    가끔 하나쯤은 마음에 드는거 사세요.
    그래야 행복하더라고요.

  • 6. ...
    '18.11.22 7:20 AM (182.229.xxx.243)

    저도 이제 좀 살만한데 몸에 배어 종종 튀어나오는 궁상이 고민이 될때가 있어요 ㅎㅎ 생수 얘기 깊은 공감됩니다. 집에서 병에 담아 나가고 사야할때도 편의점 pb상품 사는데 남편이 옆에서 보더니 '그냥 괜찮은걸로 사' 하더라고요 ㅎㅎ

  • 7. 저희집도
    '18.11.22 8:13 AM (175.223.xxx.83)

    아이 없는 맞벌이예요. 아예 결혼 할때 부터 딩크로 못박아 놨구요
    대신에 노후대책 몸관리 누구보다 철저히 합니다. 각자 용돈은 20~30만원씩 정해놔서 뭐 하고 싶으면 다 거기서 해결해요. 제 용돈으로 호텔 사우나 다녀오기도 하고 맛집가거나 분위기 좋은곳 가서 기분내요. 그러라고 돈 버는 거니깐
    그리고 나서 다음에는 이맛을 집에서 내가 만들어 봐야지 해요. 그렇게해서 발굴한 제 취향이나 좋은 것들이 많아요ㅡ 이베리코 돼지 고기는 인터넷으로 사서 냉동해놓고 하나씩 꺼내먹는데 집에서는 1인분 5천원, 5분도 안되게 후루룩 구워 먹을수 있고, 블루투스 키보드도 노트북 안들고 가서 까페가서 글쓸때 좋아요. 방콕 좋은 수영장 호텔들도 발굴해놨다가 좀 여유난다 싶으면 저가항공 30-40만원 주고 4,5일씩 다녀오구요. 맥주도 예전엔 즐겨먹었는데 맥주가 액체 탄수화물 폭탄이라고ㅡㅡ 대신 술땡길때마다 탄산수 인터넷으로 사서 대량으로 사먹어요.

  • 8. ....
    '18.11.22 8:58 AM (14.33.xxx.124) - 삭제된댓글

    물건의 값어치.
    어떤 물건을 구입할 때 가성비를 따지기도 하고 구입한 가격보다 싼 곳이 있으면 속이 상하기도 하는데요.

    그럴 때는 이런 생각이 들어요.
    물건의 값이라는 것이 원래 정해져 있는 걸까?
    물론 가격표라는 것은 있지만, 사용하는 사람이 어떤 가치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는 변한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타인이 보기엔 그 가치만큼 안돼 보이는 물건이라도 사용자가 의미를 부여하기 나름이 아닐까 하는..

    싼 것이나 비싼 것이나 마찬가지로..

  • 9. ㅋㅋㅋ
    '18.11.22 9:10 AM (210.109.xxx.130)

    저도 가성비충입니다...ㅋㅋ
    그러나 무조건 싼거 사는 건 아니고
    나름의 기준은 있습니다.
    일단 옷이나 신발은 브랜드 제품만 삽니다. (대신 할인할 때만)
    쌀은 고시히카리만 먹구요.
    어묵이나 게맛살 살 때는 반드시 어육 함량이 높은 걸로만 삽니다.
    아무리 싸도 어육 함량 낮은 건 안삽니다.
    채소, 과일은 마감 떨이제품 안삽니다. 그건 음식물 쓰레기를 사는 거나 마찬가지더군요.
    여행가면 좀 비싸도 전망 좋고 넓은 방 잡습니다.
    좀 비싸도 중고로 되팔 때 좋은 값 받을 수 있으면 그거 삽니다.

  • 10. ...
    '18.11.22 9:13 AM (203.226.xxx.99)

    가성비 소비도 취향이죠.그렇다고 무조건 싼거 사는건 아니잖아요.요즘 저렴이들도 물건들 좋습니다.잘 골라내는 센스 있어 주위사람들 제가 사는건 따라삽니다.

  • 11. ....
    '18.11.22 9:55 AM (119.192.xxx.122)

    요즘 워낙 가성비 가성비 하고 저도 가성비 신봉자이지만 가성비가 어차피 주관적이잖아요
    가격은 절대값이라도 성능은 본인이 느끼는 효용을 반영한 말이니까요
    가성비를 원론적으로 보면 무조건 싼 물건이 최고겠지요
    산업혁명과 자본주의의 축복을 받은 시대에 인건비 싼 나라에서 대량생산되는 저가 물건일수록 가성비가 좋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러나 암만 싸도 내가 그만큼의 가치도 못느끼면 나한테는 가성비 좋은 물건이 못되는 거고..
    저도 남들 보기 궁색하게 사는데 나이 들며 몇 가지는 고급 취향이 생기더군요
    고급 취향을 충족하려 돈이 들어가는 것도 있고 품이 들어가는 것도 있습니다
    또 바로 윗님 말씀처럼 저렴한 물건 중에서 쓸만한 놈 건지는 재미가 얼마나 쏠쏠한데요ㅎㅎ

  • 12.
    '18.11.22 12:00 PM (203.226.xxx.86) - 삭제된댓글

    뭐 원글님 관점도 수긍은 되는되요. 왠지 에비앙 모녀.. 그저께 82글 월천쓰는데 매달 마이너스 가계라 고민했던 글 생각나게 하네요. 아닐수도 있지만 소비라는게 어느 한축 스탠다드를 올리면 다른 축 빈곤해 보이지 않게 같이 올리고 올리고 하다보니 전반적으로 씀씀이가 확 늘어나거든요
    에비앙 들고 몽클 입고 5성호텔 부페서 식사하고.. 이게 한번 올라가면 다운사이징 하기가 힘들죠
    그래서 월천쓰던 가락으로 뭘해도 줄이기힘든게 되요 물려받을 재산이 많아 버는족족 마이너스 가계해도 괜찮다면 몰라도 아니라면 말년에 정서적 물질적 곤궁 겪지 않으려면 현명하게 가성비 해야죠

  • 13. 원글입니다
    '19.2.9 2:47 PM (222.109.xxx.61)

    어제는 친구네 집에 놀러갔다왔어요. 미술쪽 일하는 친구라 집안 곳곳에 그림과 꽃이 있구요. 가구며 그릇도 너무 예쁘더라구요. 거실에 러그도 너무 예쁜데 청소는 어찌하며 이 예쁜 소품들 먼지 안 타케 관리하나 궁금해하며 역시나 멋진 취향은 부럽지만 이번 생앤 안 될 것 같다 싶어 부러운 마음만 가득이네요. 글 하나 더 파서 하소연할만큼은 아니라 그냥 여기에 털어놓ㄱ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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