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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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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수능수업 마무리하고 왔어요.

꿀잠 조회수 : 1,886
작성일 : 2018-11-14 02:04:21
개인수업 하는 강사예요.
일 년쯤 전에 글쓴 적 있어요. 가르치는 학생과의 에피소드 ㅋㅋ
그 학생 말고도 다른 아이들이 있지만 하여간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그 녀석이 고3이 되어 어느 새 1년이 갔네요

아오........ 한, 한 달쯤 전부터 이 마무리의 이야기를 좀 해보고 싶었는데
너무 바쁘고 너무 피곤해서 못 썼어요
오늘 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이제 돌아와 침대에 뻗어 있네요.
맥주 한 캔 마시고 내일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자리라! 이게 목표였는데 쥐포 구운 것만 한접시 다 먹을 때까지 맥주를 가지러 냉장고로 갈 수 없었어요, ....왜? 너무 피곤해서.


고삼이들은 수능 두어 달 앞두고는 다 그래요.
수능 보는 주까지 무슨 수업을 하냐
마무리해야지
집에서 쉬어야지
컨디션 조절해야지
그때 더 본다고 점수 안 오르죠, 그쵸 쌤. 그러니까 그 전 주까지 할게요.
그럼 저는 그래오. 어 그래 끄덕끄덕, 하고 싶은 대로 해.
그러나 100 중에 95, 이놈들은 다~ 말을 바꿉니다!
아 쌤 그냥 저 다음 주까지 (수능 보는 주까지) 할게요!

불안한 거죠.
이 녀석도 예외가 아니라서 자기는 수능 보는 주가 되기 전에 모든 수업을 다 정리하겠다고 하더니, 막판에 마음을 바꿨어요.
그러더니 요일도 바꿔 달라고 난리난리 (원래 수업날은 수요일)
아 화요일은 선약 잡았다고 했더니 그럼 일찍 수업하면 된다고 난리난리
학교 안 가냐고 하니까 조퇴하고 올 거라고 난리난리
하아......(난리라는 게 과장이 아니에요, 뭔가 우기거나 주장할 때 진짜 시끄러워요ㅠ)
그럼 그냥 저의 선약을 피해 월요일에 마지막 수업하는 게 어떠냐고 하니까 그럼 자기보고 월요일에도 조퇴하라는 거냐고 난리난리 (이건 무슨 논리...?)

아 시끄러....; ㅡ_ㅡ

그냥 오늘 수업 했어요.

그동안의 굵직한 애피소드, 녀석의 변화, 속상하고 풀리던 이야기들
일 년을 정리하며 말해 보고 싶었는데 느어무 피곤해서 정신을 잃을 것 같네요.
수많은 기출문제와 무거운 문제집, 안녕
일 년간 학생들에게 시킨 만큼 저도 풀었던 수천 문제의 나날이 일단멈춤, 으로 들어가요. 마음 같아서는 한 달쯤 쉬고 싶은데, 다른 학년 학생들의 기말이 있어서 그건 안 되지만 ㅜㅜㅜ 오늘밤엔 일단 푹 잘 겁니다.
수다 떨고 싶던 얘기는 내일 다시 쓰려구요 ㅋㅋ
(과연 쓸 수 있을까)

나의 학생들아, 모르는 학생들아 다들 잘 자렴~
자는 동안 모든 지식이 머리에 정리될 거야~ 자는 게 남는 거다, 꿈도 꾸지 말고 잘 자길......

————-
덧.
지금 눈앞에 틀어둔 KBS 스페셜에서 에콰도르 얼음장수 할아버지와 손자 이야기가 나오네요.
(예전에 본 적 있는 것도 같고....?)
부모 없는 손자를 키운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짐꾼으로 쓸 어린 당나귀를 사 줬어요.
다리를 다쳐서 값을 깎아 살 수 있었던 당나귀에게 손자는 침보라소라는 이름을 지어 주네요. 에베레스트보다 높은, 그들이 사는 산 이름이에요.
거대한 이름을 가진 작은 당나귀군요.....

저 손자는 고등학교를 이제 졸업했대요. 우리 학생들과 나이가 거의 같네요.
아직은 할아버지의 일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힘든 일을 왜 하는가?) 할아버지는 아이가 이 전통의 일을 이어받길 원하시는군요.
저 곳에서의 삶은 힘들어 보여요. 그러나 아름다운 일인 것 같기도 해요. 그러나 또 아르만도라는 이름의 저 아이가 할아버지의 소망에 끌려 주저앉는 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무얼 하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무슨 일을 하든 거기에 갇히지 않았으면 좋겠고. 어른이 되면 침보라소를 떠나 다른 곳에도 멀리멀리 가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둥지를 떠나 멀리 가고 많은 것을 보고 여러 사람을 만나고 이상한 이야기를 듣고, 그 모든 것을 눈동자에 담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 어린 사람들의 이런 모험들로 삶은 이어지곤 하니까요. 나의 학생들도 저 소년도, 지금은 머무르기보다는 떠나는 게 어울리는 나이.
그러나 이 역시 어디까지나 그들의 자유로운 선택에서였으면 좋겠고...
(소년이 산을 떠나 다른 일을 해 보겠다고 하면 할아버지는 슬퍼하시려나요.)
아이고 생각이 뒤죽박죽이네오. 그러니 저는 지금 자야 할 때. ㅋㅋ 다들 안녕히 주무세요~~
IP : 223.38.xxx.146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와우
    '18.11.14 2:09 AM (125.252.xxx.13)

    고생 많으셨어요!

  • 2. ...
    '18.11.14 7:06 AM (220.75.xxx.29)

    선생님 수고하셨어요.
    이제 바로 그날이 내일이네요.
    만족스러운 결과가 선생님의 학생들 그리고 다른 모든 학생들에게 있기를 빕니다.

  • 3. aa
    '18.11.14 7:06 AM (124.54.xxx.52)

    스무살을 맞이할 애들에게 보내는 예찬이네요
    침보라소 얘기까지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님에게도 굿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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