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모는 수십년에 걸친 당신의 패악질을 다 잊으신 듯.
독한 말을 쏟아붓고 제 돈 뺏어가고 온갖 악행을 다 벌려놓고도
마치 그동안 별일 없었다는 듯이
이제와서 스스럼 없이 전화하고,
내가 해외에 일 보고 돌아와서 전화하지 않으면
아들보고 저 왔냐고 몇번이나 채근해서 전화하게끔 시키려고 하고..
어머니가 그럴 땐
아니 우리 고부사이가 그렇게 전화하고 겉으로라도 살가운 척이라도 할 수 있던 사이였나
새삼스럽게 의아하네요.
저는 기억력이 좋아서 당신이 제게 퍼붓던 독한 말과 표정 잊지 않습니다.
특히 우리 아이 아플때 나와 우리 애에게 퍼붓던 악담... 절대로 잊을 수 없어요.
어머니는 다 잊은 것처럼, 아니 내가 다 잊었기를 바라는 모양인데
그럴리가..
이제와서 시모가 잊은 듯이 행동하는 것이 더 구차하네요.
에이..
뭐..
그러거나 말거나..
그렇게 못된 사람이 이제와서 택할 수 있는 선택이
내가 정말 잘못했다.. 너무 미안하구나.. 이런 것일 수가 없죠.
그런 생각 자체도 없을 것인데.
뭐 아무 의미 없네요. 그런 사과 시모께게 받아봤자 뭐합니까.
그것 마저도 전문분야인 생쑈의 일환일텐데.
사과를 한다면 또 무슨 꿍꿍이를 벌리는 것일테니.
솔직히 시모가 그렇게 못된 사람이었기에,
하늘 아래 땅 위에 나 혼자 일구면서 살지 않으면 안되는거 분명히 자각하게 되어
나는 부인으로서, 엄마로서, 또 직장인으로서 더더욱 발전할 수 있었어요.
30여년 악행으로 온갖 파렴치한 행위로 점철된 삶을 살아온 시모가
이제와서 갑자기 다 잊은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는 걸 보니
너무 뻔뻔하고 인간으로서 부끄럽네요.
사람의 탈을 썻다면 이럴 수는 없다고 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