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할머니의 돈벌이 방식.
(청과물 시장 인근)
행색이 초라하신 할머니가 저에게 말을 걸었어요.
스텐으로 된 간편 쇼핑수레 바닥에서부터 손잡이 끝까지 열무를 사서 높이 얹으셨는데 그걸 버스에 좀 실어달라고요.
할머니는 허리가 이미 많이 휘셨고 기력도 없어보였어요.
알겠다고. 도와드리겠다고 하며 버스을 기다렸어요.
제가 실어는 드리는데 내릴 때는 어떻게 하실꺼냐?
혼자는 못하실텐데요... 여쭈었더니 그 때는 또 버스에 탄 누군가에게 부탁하면 된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이 많은 열무를 사다가 김치담그셔서 자식들 나눠주시냐고 여쭈었더니 아니다. 김치를 팔아서 돈을 번다. 라고 하시더라구요.
저녁에 아이가 쌍꺼풀 수술을 했어요.
강남역 인근에서 수술하고 처방전을 받아 건물 1층 약국에 갔는데
연세가 많으신 할머니 약사님이 너무 티나는 가발을 쓰고 계시더라구요.
약국이 좁고 손님도 많고 엄청 바빴어요.
저희 약이 나왔는데 알약외에 (안연고 바를때 쓰라고) 비싼 면봉, 유리병에 들은 마시는 물약 패키지를 익숙한 손길로 봉지에 마구 담더니 계산을 하려고 하더라구요.
마치 처방전에 그 약들이 다 써 있는 것처럼요.
약 설명도 안 해주시고 급히 봉지에 담길래...
제가 정신을 차리고..
면봉은 왜 넣으셨어요? 빼주세요. 집에 있어요.
그리고 이 물약 패키지는 처방전에 있던 건가요?
물었더니.. 아니라고.
근데 이거 먹어야 붓기 쏙 빠지지 안 먹으면 퉁퉁붓는다고...헐....
제가 빼달라고 하니 기분 나쁜 듯 빼면서 붓는다고 또 겁을 주시더라구요.
면봉과 물약을 뺐는데도 미용수술이라 약값이 보험적용이 안 되어서
3일치 2만4천원이 나왔어요.
면봉이랑 물약패키지까지 다 넣었으면 얼마가 나왔을까요?
아침, 저녁으로 두 할머니의 돈벌이 방식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어요.
가난해 보이는 할머니는 (시민들에게 부탁은 하지만) 당신이 가지고 계신 손맛으로 김치를 담아 생계를 이어가시고.
저녁에 만난 약사 할머니는 강남 한복판에서 비싼 월세를 내기위해
필요도 없고, 원하지도 않았던 약들을 마치 처방전에 있었던 약처럼 위장해 봉지에 급히 담고 계산을 하려하셨나...
그나저나 나는 늙으면 뭘해서 먹고 살아야하나?
김치도 못 담그고, 전문직 면허증도 없는데 나는 어쩌나....
1. ᆢ
'18.11.6 8:26 PM (118.42.xxx.168) - 삭제된댓글평소에 책 많이 읽으셨나봐요
관찰도 잘하시고
생각도 많으시고요2. 333222
'18.11.6 8:29 PM (223.38.xxx.57)원글님 마음도 예쁘시네요.
바쁜 아침 출근길에 도와 주시고....
김치 담가 파시는 할머니는 평생 힘든 노동으로 사셨을 듯한데...형편 펴지셨음 하네요....3. 000
'18.11.6 8:41 PM (121.182.xxx.221)공감가는 내용의 글입니다...
마지막 한줄은 더더욱 공감이 가네요..^^4. 쓸개코
'18.11.6 8:43 PM (175.194.xxx.190)에고 열무파는 할머니 기력있을때 다니시는 건 좋은데 안다치셔야 할텐데요.
저도 같은 경험 이어 했으면 씁쓸했으려나요.5. 리봉리봉
'18.11.6 8:55 PM (121.165.xxx.46)누가 맞다 틀리다 나쁘다의 문제라기보다
살아가는 방식 차이죠.
나이들어 뭐해서 먹고사나는 젊어서부터
연구해야할 일이 되었어요.6. ㅇㅇ
'18.11.6 8:57 PM (211.36.xxx.233)따뜻하고 매력있어요.
냉소와 허세, 공격성에 진짜
피로감 쩌는데,님글은
청량해요.7. . ...
'18.11.6 9:01 PM (116.39.xxx.29)좋은 글 잘 읽었어요.
읽으면서 잠깐 '인간의 품위'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직업, 경제력, 어쩌면 외양까지 모든 조건을 갖췄으되 도덕성이 빠진 사람은 결코 얻지 못하는 것 ㅡ품위.8. ......
'18.11.6 9:10 PM (180.65.xxx.138)뭐가됐든 처방잔에 있지도않고. 손님이 요청한것도 아닌 물건들을 맘대로 담아 계산하는건 아닌거같아요. 저건 어디 신고할데 없나요.ㅡㅡa
9. ㅇㅇ
'18.11.6 9:11 PM (61.254.xxx.91) - 삭제된댓글이런 식의 글을 써 모아서
수필집을 내면 좋을 것 같아요.
모파상의 단편을 읽는 느낌이 들어요.10. 플럼스카페
'18.11.6 9:41 PM (220.79.xxx.41)이 소재로 잘못하면 우리네가 되는데 원글님이 쓰시니 같이 생각하게 됩니다.
11. ㄹㅌ
'18.11.6 9:46 PM (106.102.xxx.183)생각하게 만드는 글이네요
12. ㄹㄹㄹ
'18.11.6 9:57 PM (121.88.xxx.76)우리나라는 너무 단기간에 고도 성장을 해서 사람들이 품위가 없어요 돈이 있건 없건.
13. ㅇㅇ
'18.11.6 10:03 PM (211.36.xxx.43)원글도 좋지만 댓글이 더 좋네요
ㅡㅡㅡㅡㅡ
좋은 글 잘 읽었어요.
읽으면서 잠깐 '인간의 품위'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직업, 경제력, 어쩌면 외양까지 모든 조건을 갖췄으되 도덕성이 빠진 사람은 결코 얻지 못하는 것 ㅡ품위.14. 실수
'18.11.6 10:08 PM (76.71.xxx.201)얼마전에 약국에서 병원 처방전으로 약을 샀어요.
7500원 생각보다 저렴하네라고 생각했었어요
한달 쯤 지난 후 의료비 영수증이 필요해져서 그 약국에 가서 영수증을 달라했어요
그랬더니 4800원인데 자기네가 잘못 계산했었다고 차액 환불해주고 영수증 끊어 주네요
단순 실수로 금액 더 청구했었던 거겠죠?15. ..
'18.11.6 10:13 PM (223.62.xxx.43)정말 생각하게 하는 글이예요..
자신이 어디에 있건 상관없이..
정말댓글처럼 인간의 품위에 대해 생각하게 되네요.
그 약사같은 장사꾼 정말 싫어요.
얼마나 부자되려고...16. 단편수필집을
'18.11.6 10:32 PM (211.177.xxx.20)지금부터 조금씩 쓰고 노년에도 조금씩 써서 수필집을 내시면 되겠어요ㅎㅎ
글이 잔잔하니 좋아서요.
정말 잘하는게 노는거 말고는 암것도 없는 제가 노후에 걱정이지요ㅎㅎ17. 통찰력
'18.11.6 11:39 PM (121.161.xxx.154)관찰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장수시대에 노후준비란 필수지만
두 함니들 보며 많은생각이 듭니다.18. ....
'18.11.7 12:04 AM (121.167.xxx.153)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이런 글에 댓글들 읽다보면 기운이 나지요.19. 장수시대
'18.11.7 6:52 AM (175.198.xxx.197)노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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