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 하나, 제가 초등 아니 국민학교 때 일입니다.
저는 체포자(체육 포기자).. 피구 빼고는 체육은 꽝이었던 아이였어요.
어느 날 넓이뛰기?를 체육 시간에 하는데
그날따라 전 제 친구들이랑 조잘대며 기분이 up 돼 있어서 내 차례가 온 줄도 몰랐죠.
평소에는 내 차례를 지켜보며 두근두근 왕 부담감을 안고 뛰었는데 그 날은
'어 내 차례네' 하면서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넓이뛰기를 했어요.
그랬더니 나도 모르게 부웅~~~ 날아서 그만 여자 애들 중에서 최고기록.
알고보니 그 날 넓이뛰기, 달리기, 등등 학교 대표를 뽑아 큰 대회에 내보내는 거였어요.
그때 기억나는 게 남자 선생님 두 분이 계셨는데 (이유는 기억 안 남 왜 두 분인지)
그 두분이 약간 난감해 하며 잠시 자기들끼리 회의 비슷한 걸 하던 게 생각나요.
추정컨대 '얘를 대표로 내 보내? 기록대로 하면 얘를 내보내야 하는데 좀 곤란하지 않나?' 이랬던 듯..
암튼 결론은 갑자기 제가 학교 대표로 큰 대회에 나가게 된 거예요.
넓이뛰기 남 대표 1명, 여 대표 1명.
남 대표는 공부도 무지 잘 하는 날쌘돌이. (인물도 괜찮음)
바글바글 각 학교 대표들이 모인 낯선 학교에서 그 남자 애가 먼저 뛰고 탈락한 후 나름 저라도 응원해 주려고
지켜보는 가운데..
제가 넓이뛰기를 했죠. 뛰는 순간 알았죠. 망했구나.. 라고. 사실 뛰기 전에 이미 알았죠.
그때 그 친구 왈 '와 뒤게 못 뛰었다' .... 그 멘트가 아직도 생생하네요.
암튼 많이 희석됐지만 30대까지도 그때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했는데...
생각해 보면
사실 체육 잘하기로 유명한 여자애들이 있었어요.
학교 대표 뽑을 때 저보다 불과 몇 센치 못 뛴 기록이었을 텐데
그 선생님들, 아마 30대 정도였던 걸로 기억됩니다. 그 분들은
그냥 그 애들을 대표로 보낼 '유도리'가 왜 없었던 걸까요?
그 분들도 갈등했던 게 내 어린 눈에도 보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참으로 원칙주의자였던 것 같아요.
교육업계 종사자로서 저도 결정에 앞서 갈등할 때가 많아요.
원칙으로 갈까? 아니야 '유연한' 사람이 '능력' 있는 거야..
아니야 뭐든지 원칙이 무너지면서 문제가 생기는 거야...
여러분이 그 선생님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셨을까요?
갑자기 요즘 그 선생님들 생각이 나서 일기장에 적을 얘기를 적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