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언니 잘가요...

아마 조회수 : 3,491
작성일 : 2018-10-23 12:15:11
모두가 꽃처럼 별처럼 예쁘고 빛나던 시절에 그녀를 만났습니다.
처음으로 내게 '아가씨'라 불러줬던 그녀
워낙 속 좋아 보이고 푸근하던 그녀는 예민하던 재수 시절 갑작스럽게 엄마를 여읜 사촌 오빠에겐 때론 엄마 같고 누이 같은 존재였을 것입니다.
그녀의 삶은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제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바람펴서 마누라 혈압 터져 죽게 만들고 첫째 아들은 기어코 애인과 헤어지게 하고 자기가 고른 며느리로 장가들게 한 시아버지... 그런 분 모시고 살다 몇 년 만에 두 손 들고 나온 첫째 대신 손주를 둘씩이나 낳았건만 허락 없이 자기들끼리 연애했다고 결혼식도 안 올려주고 외면당한 그녀가 시아버지를 모시고 같이 살게 되었습니다. 우이동에서 몇 대가 살았기에 몇백억 땅 부자임에도 아버지로서 일절 지원도 안 해주고 자리 못 잡는 둘째 오빠네 가족은 참 어렵게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어렵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집도 바로 근처여서 가끔 만나게 되면 그녀는 늘 웃고 있었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고모부도 늙고 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장례식장에 가보니 제일 많이 우는 사람은 그녀였습니다. 전 돌아가신 고모부에게 일절 연민이 없었습니다. 고모부의 고모에 대한 외면으로 괴로워하는 고모를 자주 보았고 아들만 둘 있던 고모는 하필이면 저를 보면서 엄마에게 '나도 저런 딸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말을 툭하면 하는 바람에 그리고 둘째 할머니의 생신날 고모가 당고모들과 울면서 하소연하다가 혈압이 터져서 돌아가셨습니다. 하필 그 방에 저도 있었습니다. 그 기억을 또렷이 갖고 있던 저는 장례식장에서 그녀에게 "고모부는 자기 죄 다 안 받고 갔다"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녀는 "아가씨 그런 소리 하지 말아요. 아버님이 얼마나 아프다가 돌아가셨는데요. 그 벌 다 받고 가셨어요."
그리고 유산을 받고 도봉구를 떠났습니다. 그리고 전 초대를 받지 않았는데 못 올렸던 결혼식도 절에서 올렸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해피엔딩일 것으로 생각하고 살고 있었습니다. 부모를 일찍 여의고 자매 셋이 서로 의지하며 살다가 막내가 갑자기 여유가 생기자 늘 삶이 팍팍했던 두 언니와 관계가 멀어졌다네요. 그리고 우울증이 왔답니다. 자기 언니도 선거 참관인 하게 해달라고 미안한 듯이 부탁했던 그녀가 떠오르며 가슴이 또 아픕니다. 스치듯 어렵게 사는 언니를 걱정하는 말을 했던 그녀가 생각납니다. 일찍 여읜 친정부모님이 이북출신이라고 주구장창 한나라당만 찍는다고 오빠들은 복장터져 했는데 그래도 시아버지가 빨갱이라고 절 만나지 말라고 했다는데도 '아가씨'라고 하면서 반가워해주고 어느순간 이명박을 가리키면서 "저새끼가 우리 노무현 대통령을 죽였다"라고 할 때 '언니도 많이 발전했구려~'속으로 웃음이 났습니다.

언니 궁금했던 시어머니 만나니 반갑소? 자식들 눈에 밟혀 그렇게 가고 싶소?

미안해요! 늘 받기만 한 것같고... 언니가 그렇게 외롭고 힘든지 몰랐소. 잘가소. 살아온 날에 비하면 우리가 만날 날이 얼마나 남았겠소. 거기 먼저간 사람들 아이들도 많고 언니가 좋아하는 꽃도 많이 피었겠죠? 거기서도 푸근하게 기분좋게 그렇게 사시요. 거기 분들 다들 언니 만나 좋아할 겁니다.
IP : 124.58.xxx.178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ㅜㅜ
    '18.10.23 12:19 PM (211.186.xxx.162)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ㅜㅜ
    원글님께도 위로를전해요. ㅜㅜ

  • 2. 누구나
    '18.10.23 12:25 PM (221.138.xxx.232)

    인생은 한편의 소설같군요,,,
    눈물 웃음 다 흘러 흘러가네요
    우리도 잔잔히 흘러갑시다~~~

  • 3. ㅠㅠ
    '18.10.23 12:27 PM (125.137.xxx.227)

    인생이 그렇네요. ..

    윗님 말씀 넘 좋네요.
    우리도 잔잔히 흘러갑시다~~~

  • 4. 우울해도
    '18.10.23 1:27 PM (114.203.xxx.61)

    앞날 좋은날기대하며 그냥 사시지ㅜ
    고인의 명복을 빌어요~

  • 5. ㅠㅠ
    '18.10.23 1:57 PM (121.181.xxx.103)

    왜.... ㅠㅠㅠㅠㅠ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866734 그냥 딱 맛있는 분식집 라면같은 라면은 뭘까요 6 .. 2018/10/23 2,365
866733 정부 욕먹이고 싶은 중앙 기레기가 제목단 꼴좀 보세요 2 asd 2018/10/23 800
866732 전세 빠지는데 두달 걸렸어요.. 7 .... 2018/10/23 3,618
866731 스무살 청년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한 일 7 ........ 2018/10/23 4,360
866730 랩 싫어하는데 방탄 RM 믹스테입? 눈물나네요 16 와우~ 2018/10/23 2,914
866729 지금 개미들 미친듯이 사들이네요.. 14 왕창 2018/10/23 6,700
866728 낮에는 괜찮은데 밤에 잘때만 허리가 아파요. 1 .... 2018/10/23 1,554
866727 만두국 육수는 뭐로 내나요 17 .... 2018/10/23 3,353
866726 또띠아는 꼭 데워야하는건 아니죠? 1 스노피 2018/10/23 1,013
866725 연평·백령도 K-9자주포 중대단위로 빼내 육지서 사격훈련 한다 4 ........ 2018/10/23 791
866724 아버지가 트럼프만큼 돈많으면 5 ㅇㅇ 2018/10/23 1,367
866723 '번더 스테이지' 예전거 영상 볼수있는 방법 있을까요? 3 방탄 2018/10/23 758
866722 시어머니가 자꾸 아들을 부르시네요 64 ... 2018/10/23 19,437
866721 에트로는 보통 드는 나이대가 몆살이 어울리나요 17 선물 2018/10/23 6,737
866720 세탁기에서 끝난빨래, 손으로 다시 헹구시나요 28 10월 23.. 2018/10/23 3,891
866719 뚜레주르 모델이 소녀시대 윤아로 바뀌었군여... 글로시ㅂS 2018/10/23 1,303
866718 하태경 이재명이 갑자기 자세 낮춘 이유 유죄가 나올까 봐 21 읍읍이 제명.. 2018/10/23 2,826
866717 조원진에게조차 동정받는 이재명 11 재명아웃 2018/10/23 1,613
866716 같은 김친데 통마다 맛이 다른건 왜일까요? 2 오렌지 2018/10/23 1,412
866715 도배지 색깔 추천-메이플 색에 어울리는-해주세요 3 .... 2018/10/23 1,968
866714 파마한지 보름쯤 된 머리 다듬어도 될까요 2 ㅡㆍㅡ 2018/10/23 1,302
866713 분양받은아파트 친한친구한테 말할필요없겠죠? 21 굳이 2018/10/23 5,683
866712 질 좋은 목 도리(머플러) 사려고 하는데 어디로 갈까요?? 13 ... 2018/10/23 3,540
866711 만리장성 여행하신분께 문의 드립니다. 3 . . . 2018/10/23 1,175
866710 싱크대 공사 최근에 하신분 얼마 드셨나요 5 .. 2018/10/23 2,2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