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생 아들이 있어요.
가까이로는 연대 논술이 코앞이고, 수능도 얼마 남지 않아서
걱정도 되지만 늘 큰소리 치는 아들땜에 혹시나,,,대박?하는 기대도 생겨요.
전 아들만 둘이에요.
목메달..이죠.
그렇지만 전 그렇게 생각 안해요.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고,,
제 자식들은 상식을 벗어날거란 생각도 안할뿐더러
제 성격이 다정다감한 편이 아니라
좋게 얘기하면 쏘~쿨~
나쁘게 얘기하면 무관심..이라 딸이 있었대도
아들만 있는것과 크게 다를게 없었을거 같거든요.
오늘은 갑자기
창밖으로 쏟아지는 환한 가을햇살을 보니 제 큰아이 얘기가 하고 싶어지네요.
작년 고3때
아들녀석이 공부한거에 비해 수능성적이 잘 나왔기에 대학을 가라고 했어요.점수에 맞춰서.
(잘 나왔다는 수준은 중.경.외.시를 얘기하는거에요.스카이 아니고..)
울고불고 난리더군요. 재수를 하겠다고,
하도 어이가 없어
공부에 별 흥미도 없고,성실하지도 않으며,열심히 하지도 않을거면서
왜 고등학교 내내 안하던 공부를 또 한다고 하냐고 열심히 말렸죠.
사람들이 흔히 착각하듯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거든요
'우리 애는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열심히 안한다'
그러므로 일년을 더한다고 해서 달라질건 없다..
근데요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결국 재수를 허락했어요.
아니, 사실 저는 더 버틸 수 있었는데 아빠가 주위의 꼬드김?에 넘어가서 허락했어요.
(인생에서 재수 1년은 암것도 아니다,재수해서 효과 있을수 있다,성적이 오른다,,등등)
재수를 시작할때 제가 제일 걱정했던건
새벽5시반에 일어나서 6시30분차를 타고 재수학원을 가야 하는데
코앞에 있는 고등학교 다닐때도 늘 지각에, 담 타넘어 다니던 놈이
과연 일어날 수 있을까...였어요. 아이를 깨우느라 내 피가 얼마나 마를까..싶은 걱정에 절로 한숨이 나왔죠.
근데요
정말 놀랍게도 울 게으른 아들이 한번도 지각한적이 없이
지금까지 그시간에 깨우면 따박따박 일어나 씻고 아침먹고 재수학원을 갔어요.
이것만 해도 얼마나 감사한지..
공부는...
아이는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엔 그런거 같지 않아요.
학원에서 나눠주는 교재들은 여전히 깨끗해요.(그래서 사실 뭘 갖고 공부하는지가 항상 의문이에요^^)
제가 생각하는 재수생은 헝클어진 머리에, 츄리닝 입고 공부를 엄청 열심히 하는 그런 모습인데
울 아들은 아줌마 파마머리에(제머리보다 길어요)
드라이에 엄청 신경쓰고요, 코가 마비될만큼 향수를 뿌리고,이상하게 생긴 목걸이를 꼬박꼬박 목에 걸어요
(가끔 제 목걸이를 훔쳐?하기도 해요)
이녀석은 어릴때부터 진짜진짜 절 힘들게 했어요.
밤에 열이 올라 응급실 간것도 수차례,성격은 어찌나 예민한지 땅바닥에 등을 댄적이 없을만큼 안고 키웠고요.
사춘기 오면서는 한마디도 안지고 말대답에, 가출도 했었구요(여름방학에 2박3일 가출했다 모기한테 엄청
물어 뜯기도 돌아왔죠, 그담부턴 절대 가출은 안하더라구요)
학교숙제도 안해가고요(노트 없으면 옆에 친구한테 한장 찢어 달래서 쓰는 놈 있죠?딱 그런애에요)
그래도 친구들은 많아요.
자기는 중,고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 해도 또 공부 안하고 그렇게 학창시절을 보낼거래요.
친구들과 열심히 노는걸로..
좋은 친구들을 만났기에 후회가 없다나요?
아들과 제가 생각하는 좋은 친구들은 좀 차이가 있죠.
전 모범생인 친구가 좋은거 같고, 아들은 의리가 있으면서 저하고 코드가 맞는 애들을 좋아하죠
(남들이 보면 날라리라고 생각되는 애들)
참으로 속도 많이 상하게 했고, 제 눈에서 눈물도 많이 흘리게 한 녀석인데(이녀석땜에 학교에 많이 불려갔어요.
각서도 쓰고요) 돌이켜 생각해보니 아들이 말썽을 부린만큼 그게 다 추억이 되어
아들만 생각하면 얘기거리가 참 많아요.
정말 책을 써도 될만큼 무궁무진한 얘기들이요..
지나고 보면 별거 아닌 일도 많고
제가 좀더 이해하고 넘어갈 수 도 있던 일들에 왜 그리 예민하게 반응해서
아들에게 가슴아픈 말들도 많이했고,상처도 많이 줬을까..후회도 돼요.
그래도 이녀석..성격이 다혈질이긴 하지만 참 자상해요.
밤11시에 들어와서 늘 웃는 얼굴로 다녀왔다고 인사도 잘하구요,
매주 목요일이면 재활용 했냐고,,물어보고 안했으면 도와주구요,
날씨 추워졌다고 두꺼운 이불덮고 주무시라고,,도 하구요,
저한테 좀 대들었다 싶으면 바로 사과도 하구요,,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같은거 잊지 않고 챙기구요..
대학가면 집 떠나서 사는게 소원이긴 하지만 외로워할 엄마생각에 고민도 하구요..
나중에 지 결혼하면 며느리한테 잘해줘야 한다고 협박?도 하구요..
다만 걱정은 결혼해도 애를 낳을까,,말까,,생각중이라 하더라구요.
왜 그러냐 했더니
저같은 녀석 나오면 너무 힘들어서 못키울거 같다고..
지가 생각해도 지가 좀 너무..심하게 엄마를 힘들게 하면서 컸다..라고 생각해서 그런거 같기도 해요.(철 들었죠?^^)
아직까진 아들에게 말해 주지 못했지만 수능 끝나면 말해줘야 할거 같아요.
키울때는 정말 힘들게 해서 엄마도 많이 울었지만
돌이켜보면 '네가 내 아들이어서 행복했던 적이 더 많았다' ..라구요.
사실은 말썽 부리며 크는게 정상적으로 크고 있다는 증거인데
엄마 입장에서는 말잘듣고 공부 잘하는 모범생을 원하다 보니 잔소리를 많이 한거지요.
이번 수능에서 생각했던거만큼 결과가 안나오면 아들이 실망할까 걱정되지만(1만큼 공부하고5만큼 바라는 녀석이라)
전 '애썼다',, 등 두드려 주며 안아주려구요.
대학을 어디를 가든 재수할때 새벽에 일어났던 그 자세로 하면 뭔들 못하겠나 싶거든요.
출세한 삶보다 본인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해달라고 늘 맘으로 기도하면서 살아요.
아들녀석 입에서 처음으로 '엄마'..라는 부름이 나왔을때 제가 얼마나 감격하고 행복했는지를
잊고 살지 않으려구요.
아들은 연세대를 가고 싶어해요.
재수하면서 논술 준비도 했고, 6.9월 모평성적으로는 가능해 보이기도 하지만
막상 수능에서는 어떤 변수가 생길지도 모르고...
만약 연대를 가게 된다면 가까운 꿈을 이뤘으니 더 긍정적으로 변해서 열심히 생활할거 같은데..
여기 82회원분들중에도 10월1일에 연대 수시 논술 보러 오는 자녀 둔 분들 많으시죠?
비록 얼굴을 몰라 스쳐 지나도 서로 알아보진 못하겠지만
모두모두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전 제 아들을 정말정말 사랑합니다.
그리고 제 아들이 이세상을 사랑하며 살아가길 늘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