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계절이 바뀌고 남색 스크린으로 펼쳐진
창문앞에서 먼저 가슴이 쿵할때가 있어요.
심쿵이라는 말이 저절로 생각날정로요.
저녁 6시가 되고, 30분이 흘러가고,
7시가 되면, 어느새 하늘도 짙은 군청색으로 물들고
거리엔 가로등이 켜지고.
저멀리 누운 산능선들 사이로는 주황색 불들이 켜지고.
어둑어둑해져서 길가 건너편 저멀리 서있는 아파트들도
불이 켜져있고.
도로양옆의 플라타너스나무사이로
빨간불빛을 달고 머뭇머뭇 보이는 버스들과 노란 차창들과
그리고 군데군데 정물처럼 앉은 사람들의 얼굴들이 사진처럼
찰나의 순간에 내눈앞에서 스쳐지나갈때.
코끝으로 물기가 묻어나는 저녁공기속에
빨간 버스불빛도 수채화물감처럼 번져가면서 그렇게
사라져가고,
머리칼은 꿈처럼 살랑거리는데
가로등불빛도
버스불빛도
그렇게 먹먹하게 푸른 어둠속에 빛나는 창밖의 모습들이
너무 가슴이 아파와서
살포시 한숨지으면서 제눈도 그렇게 먹먹해지는 것같아요.
아, 조금있으면
은행나무잎들로 전부 노랗게 물들어 버리고 하늘도 노랗게 보일텐데
그 환한 불빛속을 어떻게 걸어오려고 나는 이렇게 가을이 가슴아플까요.
예전엔 저 산등성이주변에 빛나는 주황색 불빛들을
정말 어느 산골마을 낮은집창문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인줄 알았어요.
그 창문안은 어떤 곳일까.
무슨 이야기를 하고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하염없이 어두운 저녁을 바라보았던 쓸쓸한 나의 20대.
그때, 참 어렸던 시절이었지요.
제옆에는 6살된 늦둥이 아들이 늘 있는데
해지기전, 노을진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엄마,저녁하늘이 오렌지빛 하늘이지? 내가 식탁위에 흘린 오렌지주스보다도 더 멋진데?
그말에도 전 가슴이 심쿵.
우리아들, 마트에 계란 사러 나가는 내게
현관까지 배웅나와서
빨리 다녀와, 내맘알지?
그말에 저도 그래, 밤하늘을 날아서 빨리 달려올께라고 했더니
바람처럼?구름빵먹은 고양이처럼 그렇게 빨리 ?
그렇게 대답하네요.
옆에서 우리둘의 대화를 들은 엄마,
피식 웃어버리고 가을은 이렇게 먹먹하게 다가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