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마음이 많이 힘드네요.
저는 학원 운영하는 원장쌤이예요.
8년 동안 정말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해요.
늦게까지 공부하고 학원 차려서 진짜 미친듯이 일만했어요.
30대 후반 아직 미혼이예요.
2년 전에 데리고 있던 선생님들이 뒷통수 쳐서 많은 걸 잃었어요.
사정 딱하다고 해서 월급도 많이주고 사정 다 봐주고 잘해줬는데 학생들 빼돌리고 몰래
월급 더 달라고 땡깡피우고 지각에 무단결근에 근태가 정말 엉망였구요.
요구하는 것도 많아지고...명절에 선물 좋은거 달라 회식 비싼거 먹자 등등
결국 내보내는 과정도 참 지저분했어요.
패악부리고 악담하고...그동안 잘 챙겨줬는데도 더 내놓으라고 난리더군요.
결국 제가 힘들어서 변호사 통해 처리하고...
그 뒤로 지금까지 혼자 운영하고 있어요.
그나마 다행인건 학생들 학부모님들 관리를 제가 해서 뒷탈이 크게 없었어요.
선생들이 제 욕해도 오히려 어머님들이 그럴리가 없는데? 이런 분위기...
그리고 괜찮은 선생님 한 분이 남아 자기 일 하면서 제 일조금 도와주고 있구요.
작년엔 정말 다 그만두고 떠나고 싶었어요.
월급 챙겨주느라 솔직히 저는 모은 돈도 별로 없었어요.
그동안 그래 월급 많이 주는 거 아니라고 너무 잘해주면 발등 찍힌다고 했지만
저는 어린 선생들 다 착하고 열심히 살려고 하는 애들이다...어려워서 내가 도와주면 더 잘할거다
학원 더 늘려야지 이런 욕심도 있어서 잘해줬는데 결국 결과가 이렇게 되네요.
크게 돈을 번 것도 아니고 사람잃고 상처받고...
그나마 남은건 절 믿고 몇 년동안 다니는 학생들과 어머님들...
작년에도 지금도 열심히 가르치는데 제가 너무 의욕이 없어 미안하네요.
초심을 잃은 거 같아서요.
홍보도 전혀 안하고 그냥 다니는 애들로 유지하면서 겨우겨우 멘탈 추스리는데...
스스로가 한심해요.제가 감당할만큼만 소수로 받아서 쉬엄쉬엄하긴 하지만...
한때 학생 수도 정말 많았고 매일 제가 뛰어다니며 홍보하고 밝고 열정넘치게 애들 가르쳤는데...
아침마다 동네 돌아다니며 전단지 돌리고 커리큘럼 연구하고...
그 열정이 이제 사라졌어요.
결혼을 하고싶거나 도피하고 싶지는 않아요.
주위에서 결혼해서 일 그만둬라고 하지만 그건 또 제 성향에 안맞아서ㅠ ㅠ
하는 일도 좋고 아이들도 좋아합니다.
슬슬 겁이 나기도 해요...
애들이 학년 올라가고 그만 둘 시기가 다가오니 하나 둘 줄어들거고
당연히 학생수 줄고...이러다가 망할까 겁도 나구요.
힘을 내야 되는데...계속 멍하네요.
다 잃은 기분이예요
너무 열심히 살고 믿고 잘해줬는데 돈도 사람도 잃으니...나이는 먹어가고...
그래도 다시 시작해야겠죠...
용기를 얻고싶어요.
비도 오고 마음도 울적해서 아이들 오기 전 끄적여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