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만난 유치원생의 자작시한줄

[밝은햇빛]

목덜미에 땀띠가 너무 많이 나고 벌겋게 타서 

병원에 갔더니, 카운터에 흰색 종이를  다섯장의 꽃잎이 붙어있는 모양으로 오려

사각형의 작은 상자에 붙여놓고 그 빈여백에

색이 없어도 곱다

라고 쓰인 단 한줄의 글.

연필로 쓰여진 비뚤비뚤한 글씨.

어머, 어쩌면 이렇게 시적이야?

색이 없어도 곱다

라는 간단한 그 글뒤로

저절로 나태주의 시한구절이

저절로 떠오르네요.

너도 그렇다...

그 글 한구절을 쓴 사람이

놀랍게도 병원 간호사의 어린 일곱살딸이래요.

색이 없어도 곱다.

자꾸 생각나네요.

[와우]

대단한 여운을 주는 시네요

[원글]

맞죠!!
대단한 여운, 어제 병원을 나서고 보도블럭을 걸어오는중에도 그 글이 자꾸 떠오르는거에요

[근데]

아이가 '곱다'는 표현을 쓰나요?
왠지 그 간호사분이 쓴 구절일 듯~^^;

[곱다]

7세의 어휘가 아닌듯.. 할머니가 키우셨으면 어쩜 가능

[ㅠㅠ]

뭔가 감동이네요

[쓸개코]

정말 여운이 남네요. 꼬마솜씨가 근사해요.

[333222]

순수한 마음에서 나온 시. 이래서 아이들이 천재적인 가 봅니다.

[곱다]

보다 더한 표현도 가능한 나이입니다.
여아들 여섯살만 되어도 같이 폭풍수다가 가능한데
내용도 알차 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쓸개코]

가능할걸요.
울 여아조카가 감수성이 풍부해요.
여섯살때 가을 밤에 차타고 어디 가는데 차창좀 열어달래요.
감은머리가 아직 덜말랐던터라 감기걸린다고 열지말자고 하니..
가을밤 냄새가 맡고 싶대요. 문 열어줬더니 참 멋지다고..^^
일곱살때는 유치원에 말을 밉게 하는 친구가 있대요.
제동생이 조카에게 속상했겠다.. 하니 괜찮대요.
자기는 마음속에 벽돌을 쌓는대요.
예쁜말 하는 친구는 O를 그리고 미운말 하는 친구는 X를 그린대요.
원글님이 말씀하신 그 꼬마만큼 수준있는건 아닌데 감수성 남다른 애들이 있더라고요.

[은이맘]

흠~~~시적이네요 어른이 아이들 마음 좀 알아줘야 겠어요

[에공]

곱다라는 단어를 모른다는 게 아니라
어린이가 사용하는 단어는 아니라는 거죠.
위 어느 분 말씀처럼 할머니가 키우셨으면 혹시 모르지만요...

[곱다]

지역 불꽃축제할때 아파트 옥상을 개방해요.동네사람들 모두 옥상에서 불꽃놀이 구경하고 내려가는데 엘베에서 6살짜리 친구딸 하는말 "엄마 너무 좋았어. 이런 맛에 사나봐" 그말에 엘레베이터안이 팡 터졌어요. 6살이 곱다란말 못할거 없죠.

[원글]

곱다라는 단어말고도 색(色)이란 단어도 이미 시에요. 그러니까 저 문장 자체가 이미 시에요.

전 일곱살 유치원생이 썼다고 믿어요.

[쓸개코]

ㅎㅎㅎㅎㅎㅎㅎㅎ 182님 재밌네요.ㅎ 이런 맛에 사나봐 ㅎㅎㅎ

[곱다]

이런맛에 사나봐.....ㅋㅋㅋㅋ
너무웃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