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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류근시인의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 읽어보신분^^

녹두삼계탕 예약 조회수 : 2,386
작성일 : 2018-08-14 01:51:58

왜 제가 여태까지 이책을 못읽어봤을까 궁금해하면서 출판일자를 보니까.

2013년 7월 30일날 출판된거였네요.

오년전 그해, 그 7월 30일을 기준으로 정확히 12일전에 저는 39세의 다소 늦은 나이로 아기를 낳았었어요.

이미 열살된 큰애가 있었는데도 9년이나 지난뒤의 출산은 너무 힘들었어요.

그리고 초등생이 된 얌전한 외동딸아이를 키우는 그 호젓한 일과는, 우리집에 찾아온 둘째의 등장으로

뭔가 어수선하고, 실미도 부대원같은 고달픈 나날로 순식간에 바뀌었지요.

잠도 아껴가면서 이유식을 만들어야 하니, 그 상황에 책을 읽을 틈이 전혀 없었어요.


바로 길 건너편에 도서관이 있었는데도, 책한권 빌릴 여유조차 나지않고.

아기를 업고, 잠을 재우는 조용한 한낮, 창밖으로 자동차 경적소리가 울리면 왠지 바깥풍경이 보고싶어져서

얼른 베란다창문에 다가가 얼씬대던 기억도 살며시 떠오르네요.


초봄 어느날, 박범신이 도서관에 온다는 날짜가 도서관건물에 적혀있고, 그 프랭카드를 보면서 많이 아쉬웠는데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박범신소설가가 급한 발걸음으로 도서관정문안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우연히

아기를 안은 채 창가에서 보고 얼마나 아쉬워했는지...


류근시인은 이책을 쓸당시 무척 가난했나봐요.

연탄값에, 월세값을 늘 걱정하면서 살아요.

분명 산문집인데 글귀가 시인의 문장이라 역시 정갈하네요.

그리고, 가난이 처절하게 묻어있는데도 순백의 빨래처럼 빛나고있는 일상들.


중간중간 욕이 많이 써있는데 처음엔 저도 많이 놀랐어요.

시인들은 두 부류가 있는것 같아요.

어쩔수없이 가난과 함께 살아가는 시인들은

산문집속에서도 집을 방이라고 하더라구요.

나의 외로운 단칸방으로 간다는 식으로 쓰고 자신에게도 무척 겸손해요.

그런데 또 이런 시인도 있어요.

시인으로써 어느정도 사회적인 지위도 확보되어 있고

명예도 있고 안정적인 직업도 있는 분은

자신이 쓴 시들을 나열하면서 이건 어디 현판에 걸려있고

이건 어디 교과서에 실려있다고 구구절절 길게 자랑하고

어느 나라에 갔더니, 이름만 듣고서 그냥 여권발급을 해주었다고하고

나의 시를 암송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하고.


어떤시인은 겨울에 보일러를 못때어서 밥통을 안고 잤다는 시인도 있는데

어떤 시인은 얼마전 교장선생님에서 은퇴하고 편안히 여생을 보내게되었다고

베란다에 있는 꽃들도 내가 산게 아니다, 어디서 얻었거나 주워온거라고 쓴 글들은

저절로 눈쌀이 찌푸려져요.


은근히 자기자신의 글솜씨에 대해 자화자찬하거나 박경리선생님이 허리춤을 붙들면서

다른데로 안가게 붙들어달라고 다른 문인들에게 말했다는 작가들,

류근시인의 겸손함을 좀 배웠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이젠 류근시인 지금은 좀 괜찮게 사나요.

장가도 못간것 같은데,

오래전 자취방에 몰래 들어온 도둑고양이가 무서워 내쫒지도 못하고

도둑고양이 옆에 살그머니 쪼그리고 앉아만 있었다는 예전의 그 누군가도 생각나네요.

일방적으로 저를 좋아해주던 불쌍할정도로 말랐던 그 나이도 많던 노총각이 류근시이의 책을 읽고 있는데

불현듯 생각나고, 류근시인은 책에서는 옛날애인들도 자주 만난다고 적어놓긴했는데 (주로 밥을 옛애인들이 사준다고)

어떻게 하면 헤어지고도 다시 만나 이렇게 편안하게 밥도 먹고 유쾌한 농담도 하는 퍼펙트한 인간관계를 구성할수 있는걸까요.


한동안  역사저널에도 잘 나왔었는데 얼마전부터 나오지도 않고.

더 내놓은 책도 없는 듯하고, 밥은 굶지않고 잘 사는지

궁금하네요.



IP : 220.89.xxx.63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
    '18.8.14 2:15 AM (58.233.xxx.49)

    원글님의 글을 읽으니 참 좋네요. 류근 시인의 시를 아직 안 읽어봤는데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주에 서점에 가서 꼭 읽어봐야겠어요. 역사저널 저도 가끔 봤는데 정말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자려다 다시 불 켜고 뭔가를 끄적거려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에 원글님 글을 읽게 됐어요. 짧지만 좋은 시간이네요^^

  • 2. 감사해요
    '18.8.14 2:28 AM (24.85.xxx.34)

    류근시인 책 읽어보고싶게 만드는 좋은 글이네요~

  • 3. 원글
    '18.8.14 2:36 AM (121.184.xxx.215)

    류근시인 책을 다읽고나서도 뭔가 여운이 남아요
    외롭고 높고 가난하고 쓸쓸한
    이란 싯구절은 모든 시인들이 거의 인용하다시피 하는데
    류근시인의 산문집속에선 당당하네요
    월세 를 못내 쫒겨난 월세집마당빨래줄에 미처 챙기지못한
    수면양말 을 아쉬워하면서 추운 방을 걱정하는 류근시인이
    정작 가난앞에서도 비굴하지않아요
    유쾌한 해학이 있어요

  • 4. 저도 좋아요
    '18.8.14 2:47 AM (72.219.xxx.187)

    류근시인 결혼하셨어요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 꼼짝도 못하고 사신다고..하셨고요
    지금은 좋은 동네..라고 쓰고, 이명박과 같은 동네라고 읽는다...에 사신다고 밝히셨어요
    가난이 싫어 사업하고 돈을 벌었는데, 마음이 헛해서, 그만 두시고, 방송과 글을 쓰신다고
    본인이 올리신 글을 읽었어요

    유머감각도 있고, 글도 좋고요.
    그런데, 좀 친한 사람들한테 약해서, 편을 들어주면 안될 사람도 편들어주고..
    같이 방송하는 멸치대가리 같은 박사출신의 개그맨인가 하는 사람이
    극우의 이상한 말을 해서, 비난 받으면 쉴드 쳐주는등..의 행동도 해서,
    그냥 그런면도 있지요.

    그래도, 그만하기 힘든 사람이라고 주제넘게 총평을 올립니다

  • 5. 시인
    '18.8.14 7:04 AM (175.223.xxx.80)

    시인은 결혼도 하셨고 돈도 시말고 다른 일로 많이 버셨고 강남 사시고..그렇다고 알고 있습니다 ㅎㅎ

  • 6. rainforest
    '18.8.14 7:20 AM (211.192.xxx.80)

    애인은 친구나 지인을 그렇게 부르는 거 같고, 페북 보니 논현동 사시더라구요.
    글에는 가끔 시골 단칸방 얘길 자주 하는데 원고 쓸때 가있는건지 좀 헷갈릴 때도 있구요.ㅋ
    이 분 지난 번에 전해철 지사 후보 사모님과의 인연 얘기하며 지지해서 화제가 됐었죠.

  • 7. 에궁
    '18.8.14 8:16 AM (211.48.xxx.170) - 삭제된댓글

    류근 시인 컬러링 서비스 사업 초창기에 시작해서 돈 엄청 벌었어요.
    집도 강남이고 백억대 자산가로 아는데요.
    가난했던 것은 아주 젊었을 때 잠시이구요.
    가난이니 옛날 애인이니 하는 것은 시적 상상력일 뿐이죠.

  • 8. 22
    '18.8.14 10:40 AM (220.87.xxx.51)

    역사저널에서 결혼하신거 많이 언급하셨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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