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일주일이 되었네요
추석 연휴 마지막 날 , 갑작스레 헤어졌어요
매일 매일이 너무 힘든 나날이네요 …
제가 집이 지방이라 , 추석 전에 서로 집에 보낼 선물들도 들려 보냈는데
그 사람은 그 때도 마음 속으로 이별 준비를 하고 있었나봐요 .
연휴 마지막 날 , 서울 돌아와서 만났는데
느낌이 이상하더라구요 …
보통 저희 집으로 와서 만나는데 ,
문을 두드리지 않고 , 집 앞 카페에서 만나자고 .
저희 2 년 만났어요 . 알고 지낸지는 훨씬 오래 되었죠.
같은 학교 다니며 그 친구가 저를 오랜 기간 많이 좋아해서 시작된 관계였고
만나는 동안 제가 더 많이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
친구들과 같이 만나면 저를 너무 잘 챙기고 자상하게 대해주는 모습에
다른 사람들은 그 친구가 절 너무 많이 사랑하는 것 같아 보인다고 했지만 ,
사실은 제가 더 많이 사랑한 것 같아요 .
이상하다 생각하면서 집 앞 카페로 가니 ,
너의 생일 선물을 줄 수 없게 되었다 … 헤어지자
이렇게 얘기하더라구요
며칠 전 제 생일이었어요 .
그 사람은 제 생일에 프로포즈를 해 주기로 했거든요 .
몇 달 전 그 사람이 그 이야기를 하고 난 후 얼마나 생일을 기다려 왔는지 몰라요 .
상상만 해도 너무 행복했어요 .
그런데 그 선물을 해 줄 수 없다는 거죠 …
그 얘기를 멍하니 듣다가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니 … 언제부터 그런 생각 한거고
왜 하나도 티 내지 않았니
혹시 여자가 생긴거니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어요
그 친구의 대답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우리가 결혼하면 행복하지 않을 것 같대요 .
첫 번째 이유는 , 금전적인 문제예요 .
이전에 저 글 올렸다가 베스트 되어서 지웠는데 …
그 친구네 집에 빚이 많이 있어요 .
그리고 지금 … 부모님과 함께 친척집에 얹혀 사는 상태예요 .
빚이야 상속 포기를 하면 된다손 쳐도 , 집이 문제라서
저희가 결혼을 하게 되면 적어도 1 억정도를 대출해서 부모님 전세라도 구해 드려야 하는 상황이예요 .
그리고 그 친구가 부모님과 사이가 좋지 않아 전혀 같이 살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
저희가 살 집도 대출 받아 구해야했죠 .
그 친구 직업이 전문직이고 저도 대기업 다녀서
대출이야 어떻게든 해결한다 해도 …
그 친구 부모님께서 소득이 거의 없는 상태여서 결혼 후에도 생활비를 거의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
예전에 … 결혼 때문에 1 억을 대출받아 남자친구 부모님께 해드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글 올렸을 때
많은 분들이 반대하셨죠 .
네 … 그때 말씀 주셨던 대로 , 1 억이 끝이 아닌 상황이었어요 .
그렇지만 전 결혼 하려고 했구요 …
모두 이겨낼 수 있을거라 생각한 제 마음과 달리
그 친구는 힘들거라 생각 했나봐요 . 이번에 그 얘길 하더라구요 …
두 번째 , 이게 가장 큰 이유인데 …
이제 저한테 다 맞춰 줄만큼 저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대요 .
그 친구와 저는 참 많이 달라요 .
기본적인 정치 성향부터 평소에 좋아하는 것들 ,
그리고 인생의 지향점까지도요 .
정말 많이 다르지만 , 저를 너무 좋아하니까 제가 좋아하는 쪽으로 맞춰가려고
그 친구가 노력을 많이 했어요 .
물론 저도 그 친구에게 맞춰가려고 노력을 많이 했고 …
이제 서로 많이 닮아간다고 생각했는데 ,
그 친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봐요 .
저도 머리로는 이해 해요 …
그 친구는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부모님 사이를 포함해 가정이 불행해졌다고 생각해서
돈이 행복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
돈을 많이 벌게 되려면 그 친구의 직종상 젊은 날의 여유와 즐거움을 모두 포기해야 해요 .
야망도 있고 , 능력도 있어서 정말 성공할 수 있을 것 같구요 .
그렇지만 제가 그 옆에서 함께 행복해지긴 힘들겠죠 …
연애하는 중에도 그 친구 일이 많이 바빠서 만나지 못할 때면 많이 속상한데요
저는 여행도 좋아하고 , 아이가 생기면 아이에게도 자상한 아빠였으면 좋겠으니까요 .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함께 하는 미래가 행복할거라고 저 스스로를 다독여 왔는데
이렇게 헤어지고 나니 …. 참 허무하네요
여자가 생긴 건 아닌 것 같아요 .
그런걸로 거짓말 할 사람은 정말 아니거든요 …
프로포즈를 앞두고 미칠듯이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이라고 하는데 …
저한테는 정말 너무 아픈 생일 선물이었네요 …
처음엔 믿기지 않는 꿈 같아서 매달리고 또 매달리고 …
그럴수록 더 매몰차지는 그가 또 믿기지 않고 …
아직 잠을 잘 못자고 밥도 잘 못먹고 있지만
이제 조금씩 안정되어 가고 있는게 느껴져요 .
그렇지만 아직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무서워요 …
전화 하고 싶고 … 그의 예쁜 미소를 보고 싶구요
여러 번 이별을 겪으며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언제쯤이면 괜찮아질지 모르겠어요 .
학교 친구였던지라 친구, 선배 모두 다 너무 많이 얽혀있는데...
그 사람이 정말 행복해지기를 바라지만
지금 제가 힘든 만큼 그도 힘들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은 어쩔 수가 없네요 .
그런데 그는 그렇게 힘들지 않나봐요 …
갑자기 급한 일이 터져서 많이 바쁘거든요 . 바쁘면 생각은 별로 안 나잖아요 …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의 구절이 생각나요
사랑 받던 사람에게서 그 사랑이 없어졌을 때 , 그 사람의 빛도 꺼진다구요
사랑을 하는 사람의 빛은 스스로에게서 나오는 빛이라 착각하며 살지만
사실 그 빛은 상대방의 사랑이 내게서 반사되는 것이라구요 .
제가 참 못난이가 된 것 같네요 …..
친구들은 잘 헤어졌다고 ,
마음이든 물적인 것이든 좀 더 여유로운 사람을 만나라고 하지만
그런 사람은 그냥 그런 사람일 뿐 ….
제가 사랑한 그가 아니잖아요 .
저 어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