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오전에 카톡을 보내왔더군요.
'노회찬 의원 자살하셨다고 뉴스 나옴. 기분이 너무 너무 이상함.'
남편의 기분이 어떠한지 알겠더군요.
노회찬 의원을 개인적으로 알지는 못해도 저희 가족에겐 나름 특별한 그와의 기억이 있어요.
대략 10년 전이에요.
둘째 돌잔치 뷔페를 예약하러 부산의 어느 뷔페를 갔습니다.
남편은 큰 아들 손 잡고 저는 둘째 아기띠 하고 엘리베이터를 탔어요.
저희 가족만 있던 엘리베이터에 갑자기 어떤 무리가 들어오더군요.
그 중 까만 땡돌 같은 남자가 우리 가족을 보고 안녕하십니까, 먼저 인사를 하더라고요.
노희찬 의원이었어요.
저는 어머, 하고 인사를 했고요. 얼떨결에 남편은 악수를 했죠.
저희 보고 식사하러 가시냐고 해서 돌잔치 예약하러 왔어요 했더니 아기띠에서 찡찡대고 있던 둘째를 보고
'아이고 그렇습니까. 아가야 건강하고 예쁘게 자라거라.'
이런 식으로 덕담을 해주시는 거에요.
그러면서 큰 아이 머리도 쓰다듬어주시고요.
정치인을 그렇게 가까이 본 것도 처음이지만 유명인이 서스럼없이 좋은 인상으로 먼저 다가와 준 게 너무 놀라웠어요.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엘리베이터 내려서 남편도 놀랐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딱히 정의당을 밀진 않았지만 그때의 인상이 너무 좋았던지라 우리 부부는 늘 노회찬 의원은 응원했었어요.
그때 건강하고 예쁘게 잘 자라라던 둘째는 벌써 11살이 되어서 말썽많이 피우는 초등 4학년이 되었지요.
그리고 얼마전 지방 선거에서 아주 찰나로 뵈었어요.
제가 부산에 사는데 범일동에 일이 있어서 갔거든요.
제 차가 노란색 더비틀이에요. 마침 정의당 부산시장 후보 유세차량이 지나가는데 노회찬 의원이 타고 계신거에요.
저는 괜히 반가워서 창문을 다 열고 막 손을 흔들었더니
차 색깔이 너무 예쁘다고 어린아이 처럼 손을 막 흔들어주시는거에요.
물론 10년 전 그 애기 엄마라는 건 모르셨겠지만 저는 다시 뵈니 반갑고 응원하는 마음에 더 환하게 인사했어요.
마음 한 켠이 너무 먹먹해요.
비록 작고 작은 일화지만 그에게서 느꼈던 좋은 감정이 남아 있어서인지
하루 종일 멍하고 우울했어요.
부산 어디 조문이라도 할 수 있다면 가고 싶은데.
제 앞에서 햄버거를 열심히 삼키고 있는 둘째를 보고 있으니 점점 심장이 아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