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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치과에 대한 기억 ..

치과 조회수 : 1,239
작성일 : 2018-07-11 17:50:27
치과 가기가 두려워 차일 피일 미루다가 밥을 못먹을 지경이 되어
치과에 가니 너무 늦었다고... 이를 빼고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고 했어요.

임플란트는 할아버지 할머니나 하는것인줄 알았는데...
나한테 임플란트는 늙음의 상징이였는데..

내가 임플란트를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6개월전부터 다니게 된 치과..

오늘 아침은 비가 와서 그런지 기분이 괜히 샤~~하면서 약간 감성적이 되어 버렸어요.

그때 눈에 보이는 서울대 치과 마크... 선생님이 서울대를 졸업하셨나봐요..

수십년전... 내가 이가 아퍼 처음 간 병원도 서울대 치대 병원이였어요..

그때 선생님이 내린 내 아픔의 원인은 사랑니...

당장 사랑니를 빼야 한다는 말에 겁부터 났고..

당연히 안빼겠다고 했지요..

그때 선생님의 말....

"안빼도 상관은 없어요.. 사랑니 있다고 죽는것은 아니니..
그런데 학생의 경우 사랑니가 옆으로 누워서 나고 있어요..
속도를 보면 고3 여름에 무지 아프겠네... 아마 아퍼서 공부 못할꺼야"

그말을 들은 우리 아빠가 당장 수술해 달라 했습니다.

그래서 의사 선생님과 조금 젊은 선생님이 나의 이를 가지고 수술을 진행하셨어요..

수술이 끝나고...

의사 선생님 옆에 있었던 젊었던 선생님이 집에 가는 나를 불렀어요..

그리고 누런 봉투를 내미셨지요..

"학생은 내 처음 환자예요... 수술이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건 학생을 치료 하면서 내가 사용했던 장갑이예요.. 기념으로 가져주세요"

얼떨결에 받아 집에 오니 의료용 장갑이 들어 있었습니다. 병원 냄새 풀풀 풍기면서..

하지만 그 순간 내 눈에서는 하트가 뽕뽕 나왔고...

'아 이것은 운명이다.. 난 저 아저씨한테 시집가야 겠다. 졸업하면 찾아가야지.. 결혼해 달라고..'

그 다음날 학교에 가서 친구들한테 치과 의사한테 시집간다고 동네 방네 소문을 내었어요..

친구들이 그러더라구요..

"너 치과의사한테 시집가려면 너도 대학은 나와야 하지 않겠니?"

"뭐라? 그런거야?"

"그럼 치과의사인데 수준은 맞쳐 줘야지"

"그래? 그럼 대학 가지 뭐.."

그때가 고 3 올라가기 전이였지만.... 정말 대학을 가야 하는지... 이런 생각을 심각하게 해본적이

없었어요...( 수십년전... 학력고사 세대입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독서실을 끊고 열심히 공부했어요..

지금과 다른 시대라.. 전 정말 고3 1년 공부 해서 대학 갔어요...

그때 내가 짠 학력고사 작전..

'국영수 1점이나 암기 과목 1점이나 똑같아... 능력도 안되는데 국영수에 목숨걸지 말자
암기 과목 다 백점 맞고 국영수 반타작을 최하로 생각하고 조금 더 잘봐 주면 왠만한 대학은
갈수 있어'

요즘 같으면 택도 없는 작전이지만 제 세대는 가능했어요..

교과서만 달달 외우고 특히 국민윤리나 사회 과목은 인간으로서 마땅히 가져야할

착하고 아름다운 마음씨만 가지면 다 맞을수 있는 상식적인 문제가 많았어요..

물론 철학과 법 , 경제 부분이 문제였지만.. 이것은 찍어도 반은 맞겠지 했고...(정말 긍정적..)

제가 그때 제 앞의 5년치 학력고사 문제를 조사해봤는데 몇문제 안나오더라구요..

그리고 대망의 학력고사를 끝내고..

전 정말 내 계획처럼 국 영 수 반타작보다 높게.. 암기 과목은 거의 만점...

그래서 저 나름 괜찮은 대학 갔어요...(나중에 보니 학교 꼴찌....)

운도 정말 좋았어요.. 아마 내 인생의 운은 그때가 최고였지 싶어요..

시험이 끝나자 마자 친구들이 서울대 치대 가자고 난리가 났었어요..

드디어 고백 하러 가냐고..

그러나 그때는 이미 밤의 문화 나이트에 빠져 있고 거기서 만난 애들과 노는 재미에 빠져 버렸던
나는 이미 치과 아저씨는 벌써 차버린지 오래였어요..(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오 노~~  그런 아저씨 어떻게 만나...내 또래도 이렇게 많은데"

그렇게 내 혼자만의 첫사랑은 끝났고....(상대방은 모르는..)

그렇게 세월이 흘러 사랑니 빼던 나는 이제 임플란트를 하게 된 중년이 되어 버렸습니다.

제가 치명적인 불치병이 있어요..

사람 이름과 얼굴을 잘 기억 못해요..

그런데도 그 치과 아저씨 이름은 아직 너무 또렷해요... 물론 얼굴은 희미하지만...

아저씨가 준 장갑도 결혼하기 전까지 고이 고이 간직했었는데...

사람들이 첫사랑을 기억하듯이..

치과 아저씨도 첫 환자를 가끔 기억해 줄까요?

IP : 219.240.xxx.141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ㅋㅋ
    '18.7.11 5:55 PM (1.235.xxx.53)

    글 잘 읽었어요 ㅋㅋㅋ
    저 40대 초반인데, 지금 임플란트 치료 중입니다. 우리 화이팅해욧!!

  • 2. ..
    '18.7.11 6:02 PM (222.237.xxx.88)

    첫환자는 당연히 기억하죠.
    환자에게 내 첫수술 환자라고 장갑까지 챙겨줄 정도면
    굉장히 뿌듯한 기억이라 평생 그 감격을 간직할거에요.
    잘못했네, 그때라도 찾아가 내가 당신의 첫수술녀였소하면
    뭔가 이루어졌을지도 모르죠.

  • 3. ㅋㅋ
    '18.7.11 7:27 PM (121.167.xxx.192)

    저도 고딩 때 치과샘 짝사랑했었더랬죠
    임플란트 안할 수 있는 방법 모색해보세요
    요즘 넘 흔하게들 하네요. 그래도 내 이가 최곤데..
    최대한 내 이 가지고 가게하는 의사가 좋은 의사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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