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8년, 결혼 6년차 맞벌이 부부입니다. 4살짜리 아이 하나 키우고 있어요.
요즘 들어 정말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걸까, 하는 불안감마저 듭니다.
저희는 맞벌이하면서 양가 부모님의 정기적 도움은 받고 있지 않아요. 시댁은 멀고, 친정은 가까운데...친정부모님도 맞벌이하시는 중이라 저희 부부에게 일이 생겼을 때만 도와주십니다.
그런데 저희엄마도 아이를 너무 보고 싶어하셔서...평균 일주일에 한번 정도 하원 도와주시는 거 같아요.^^ 나머지 등하원은 100% 남편이 책임집니다. (저보다 출근이 늦고 퇴근은 유동적이라...보통 9시~9시반 사이에 아이 등원시키고 6시에 남편이 하원시킵니다. 저는 집에서 9 to 6라 8시에 나갔다가 7시에 돌아오고요)
아침에는 아이랑 남편이 자고 있으니 제 몸 하나만 챙겨서 출근하면 되니 가뿐합니다.
퇴근하고 오면 아이랑 남편이 버스정류장으로 절 마중나와요. 보자마자 신나게 달려가서 안아주고...남편이랑 아이 손 잡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가끔 놀이터 블랙홀에 빠지면 8시까지 끌려다닐 때도 있고요.(요즘 해가 너무 깁니다..ㅋㅋ)
집에 오면 밥 안치고 반찬 한두가지 준비해서 식사 차리고, 남편이 먼저 식사 시작하고, 저는 아이 먹이면서 한두숟갈씩 먹다가, 아이 다 먹으면 마저 먹습니다.
설거지하고, 빨래도 하고, 아이 어린이집 식판 등도 닦고 준비하고, 다음날 아이 간식 준비하고...저 씻고, 아이 씻기면 9시는 훌쩍 넘겨요...
그러고 그때부터 셋이서 앉아서 놉니다..ㅋㅋ
참 별거 없는 일상인데 저는 왜그렇게 행복한지 모르겠어요.
버스타고 오면서 남편이랑 아이가 정류장에서 빼꼼히 얼굴 내밀고 기다리고 있으면 눈물이 펑펑 나고요. 둘이서 마트에 젤리 사먹으러 갔다거나...놀이터에서 노느라고 정류장에 안 나와 있으면 막 허전해요.
가끔 저녁 먹고 아이가 "엄마 우리 밖에 뭐가 있는지 궁금한데 한번 볼까? 휘~ 돌아보고 오자." 하면, 둘이서 손잡고 나갑니다. 그냥 동네 한바퀴 돌고 오는데 그게 그렇게 재밌어요. (아이가 30개월인데 말을 엄청 잘해서 대화가 통해요 ㅋㅋ) 유모차 끌고도 아니고, 힘들고 안고 업고도 아니고... 둘이서 손잡고 도란도란 얘기하면서 걷는 시간이 너무 신나요.
그렇게 걷다 들어오면 남편이 베란다에서 빨래 널다가 저희를 가만, 보고 있는 모습을 발견해요. 저희 집이 12층이고 저녁 시간이라 소리를 못지르고 아이랑 둘이 신나게 손 흔들다가 뛰어서 들어갑니다.
그러고 셋이 물고 빨고 신나서 가릉가릉....
엄마랑 아빠랑 뽀뽀해야지~~~하면 아이가 쏜살같이 달려와서 안된다고. 자기가 먼저 할거라고 아빠 얼굴에 침을 온통 발라놓습니다. 그럼 그게 또 그렇게 귀엽고 재밌고요.
밤에 잘 때 누워서는...(원래 저랑 아이랑 침대 위에, 남편은 침대 밑에 요를 깔고 자요) "오늘은 엄마랑 00이랑 아빠랑 셋이 같이 잘까?" 이러고 지 아빠가 누워 있는 요 밑에 가서 배 위에 손 가지런히 올리고 눈 감고 있는데...정말 예뻐죽겠고요...
엄마 아빠 귀에 대고 각각 "잘자~ 사랑해~~" "00이는 엄마 때문에 행복해~~~" "00이는 아빠가 제일~~좋아" 이러는데...정말 너무 예쁘고 행복해서 쉬가 나올 것만 같습니다....
남편도 좋은 사람이에요.
말수가 적고 무뚝뚝하지만 아이한테는 한없이 자상하고 ... 저한테도 최소한의 배려를 보일 줄 아는 남자지요.
맞벌이하면서 어린아이 키우는 시절에 부부 사이가 가장 많이 틀어진다고 하는데...
저희는 오히려 그 시기를 둘이 함께 지나면서 더욱 곤고해진 것 같아요.
뭐랄까, 나도 힘들지만 저 사람도 참 애쓰며 살고 있구나.....그래....저 사람은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구나...하는 믿음들이 생긴 것 같아요. 그래서 남편이 조금 이기적인 행동을 해도(휴일 아침에 혼자 늦잠자기.. 본인 영화본다고 아이 방치하기 등등) 화가 많이 나지 않아요. 그래, 저 사람도 사람이지... 쉬고 싶고 늘어지고 싶겠지... 이러고 제가 해요. 그러면 남편도 제가 늘어지고 싶은 어느 날, 배려해주더라고요...
어젯밤 좁아터진 침대 밑 요 위에 셋이 누워서는.....
이런 게 행복이구나...를 느꼈어요.
아이는 잘 안먹고, 잘 안 자고;;; 신생아때부터 저희 부부를 엄청 고생시켰던 인물이지만.....(조리원에서부터 유명했어요. 안 먹고 안 자는 애로.....산후도우미 이모님께서도 이 아이를 못 재우셨어요...2주 후에 돌아가시면서 제 손을 꼭 잡고는, 00엄마, 세상에는 억지로 안 되는 일이 많아. 특히 자식 일이 그렇지. 그냥 있는 그대로 00이의 성향을 받아들여. 많이 힘들거야. 그렇지만 그게 엄마가 가야 하는 길이기도 해... 고생해요....."라고 얘기하고 황급히 떠나셨어요..ㅋㅋㅋㅋㅋ) 어느새 엄마 아빠 맘을 들었다 놓는 30개월 귀요미로 거듭났네요...
그냥 아침에 출근했는데 사장님도 안오시고...ㅋㅋㅋㅋㅋㅋ 급히 처리할 일도 없고.....
여유가 생겨 떠들어봤습니다....
오늘 하루, 모두 행복하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