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국가 레바논이 난민을 받아들인 후에 이슬람 국가가 되어서 망했다는 황당한 루머가 어느새 널리 퍼져있더군요.
레바논은 독립할 때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기독교 국가였던 적이 없습니다.
레바논 영토 중에 기독교인들이 대다수였던 지역이 있었고, 원래 그곳을 레바논이라고 했던 건 맞습니다. 그때는
레바논이라고 하는 나라가 있던 건 아니고 그냥 지역 이름이었습니다.
1차대전 전까지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영토였던 곳인데, 전쟁 후에 프랑스가 관리하면서 이슬람교도들이 다수인 지역까지 포함해서 레바논이라는 나라로 독립시키기로 한 겁니다. 1920년대에 논의가 시작되어 1943년에 독립했습니다.
독립 당시에 레바논의 이슬람교도 비율은 40%였습니다.
지금은 기독교인이 그 정도 되고요.
기독교인이 처음에 더 많기는 했지만 기독교 국가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독립할 때부터 각 종교와 분파들이 협정을 맺어서 대통령은 기독교, 총리는 수니파 무슬림,국회의장은 시아 무슬림으로 하기로 정해놓았습니다. 그건 지금도 그렇고요.
독립 후에 서로 전혀 다른 사람들이 묶여서 만들어진 이 나라는 갈등이 있었습니다. 기독교도는 친서구 정책을 원하고, 이슬람교도는 아랍 국가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고요.
그리고 이슬람교도들이 인구가 늘어나서 무슨 이슬람 국가를 만들자는 건 아니고 정권에서 더 많은 지분을 요구했다고 하더군요.
요즘 도는 루머에 나오는 캡쳐 화면은 레바논 내전을 얘기하는 건데요.
먼저 레바논이 잘 살았던 건 프랑스와 연계해서 금융이 발달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몰려온 무슬림이란 건 다른 종교를 믿는 외부인들이 몰려와서 현지인을 몰아낸 대표적인 경우인, 이스라엘에서 쫓겨난 팔레스타인 난민들과 그들의 독립군 격인 PLO 이야기입니다.
팔레스타인 난민까지 들어와서 무슬림 세력에 가담하고 하니까 내부 갈등이 더 심해져서 결국 내전이 일어났습니다.
기독교도들은 기독교도들대로 민병대를 만들었고요.
토착 무슬림은 무슬림대로 민병대를 만들고 아주 난리가 났죠.
결정적으로 외부 세력이 들어오는데요. 먼저 시리아가 들어옵니다.
이슬람국가라서 무슬림을 도우러? 그럴 거 같지만, 시리아는 사실 세속주의 정부를 가진 국가입니다.
기독교 민병대를 돕는게 도움이 될 거 같으니까 군대를 몰고 와서 기독교도들을 돕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도 들어옵니다. 이스라엘이 들어온 건 만주에 일본 부대가 독립군을 진압하겠다고 들어간 것과
같은 까닭입니다.
PLO가 이스라엘에 미사일도 쏘고 그랬는데, 이참에 제거하러 간 거죠.
이스라엘은 기독교 민병대 편을 들었죠.
거기다가 시리아는 중간에 편을 바꿔서 무슬림 편을 들어버립니다.
종파별로 민병대를 만들어 싸워대고 엄청나게 복잡해집니다.
그러다가 나라가 엉망이 된 겁니다.
무슨 거지가 몰려와서 나라를 망하게 한 게 아니고요.
요즘 도는 루머는 평화로운 기독교인들이 일방적으로 고통받은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 레바논 내전 중에 가장 끔찍한
테러는 기독교 민병대가 저질렀습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를 점령하고는 친 이스라엘 기독교 민병대 지도자를 지도자로 세우려고 했는데, 대통령 되자마자
폭탄 테러로 죽고 맙니다.
누가 했는지는 불분명했고요.
이스라엘 군은 팔레스타인 PLO가 한 거라고 기독교 민병대에 말했습니다.
기독교 민병대는 복수를 한다고 팔레스타인 난민촌에 몰려갔는데,PLO는 이미 미국 특사와의 합의 후에 떠난 뒤였습니다.
그러자 이스라엘의 엄호 하에 난민들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네다섯살이나 되었을 애들까지 마구마구 죽여댔습니다.
1000 명이 넘는 인원을요.
레바논 내전은 결국 끝났고 다시 종파별로 권력을 나눠가지고 있습니다.
인구 비율을 반영해서 내전 전보다는 무슬림이 더 많이 가져간다는군요.
이런 얘기를 자꾸 제주도 난민하고 연결지어서 하는걸 보는데, 난민에 찬성할 수도 있고 반대할 수도 있지만
사실에 근거해서 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참고로 한국의 이슬람 교도 비율은 0.5%가 안 됩니다.
역사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어요.
레바논의 기독교도들이 살던 지역에는 원래 지금의 주요 도시들이 없었는데, 베이루트를 포함한 주요 도시들을 가지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무슬림들과 함께 억지로 나라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게 결국 경제적 이익을 위해 정치적 문제를 만든 셈이 되어버린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