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극복하셨나요 라고 물으려다가
극복이 안되는 것이라는 걸 너무 잘 아니까..
어떻게 지내세요라고 묻게됩니다.
5월 암투병중이던 엄마가 돌아가셨어요.
홀엄마였고 45년 내 인생중에 43년을 같이 살았어요.
돌아가시고 나서 처음엔 현실구분이 안되었고
다음엔 나 자신에 관한 죄책감이 심하게 들었어요.
부끄럽게도 주변에서 효녀라고 해주고
엄마랑 친구처럼 목욕탕부터 여행지까지 늘 같이 한몸처럼 움직였는데
왜 내가 엄마 병 들게했고, 병을 깊게 했고, 명을 재촉했다는 죄책감이 드는지...
같이 살았었기 때문에 옷 등의 유품은 정리했어도 집안 곳곳
냉장고며 냉동고 가득한 암에 좋다는 음식들 냉동식품들...
남편이 출근하고
아이가 학교가고
낮에 빈 시간 동안이 한동안은 미쳐서 우는 시간이었어요.
어느날은 엄마 침대에서 발구르며 울고
어느날은 하루종일 누워서 울고
어느날은 술 마시고 울고
그래서 안된다는거 너무 잘 알고
혹시라도 영혼이나 신이나 사후세계가 뭐 그런것들이
존재한다고 하면 엄마가 나를 보고 슬퍼할거라는거 알지만
마음이 내마음대로 안되더라구요.
고맙고 착한 남편은 머리 써가며 일해야하는 직업인데
나때문에 원래 늦던 퇴근시간을 최대한 저녁 식사시간에 맞춰서 와요.
한동안은 내가 자살이라도 할까봐 불안해서
강아지 지켜보는 씨씨티비로 저를 보더라구요. (켜지면 소리가 좀 나서 알아요)
82쿡 검색해서 부모님 돌아가신분들 글을 거의다 찾아 읽었어요.
많이 울고 위로도 받고 또 10년 20년 지나도 괴롭단 분들 글 읽고
너무 공감됨에 허탈하기도하고.
가슴에 구멍이 큰게 나서 내 속과밖으로 바람이 휭휭 들락이는거 같아요.
아침에 가난했지만 고마운 할머니가 키워줬단 글 읽고 정말 마음이 아팠어요.
요즘은 법륜스님 금강경과 반야심경 강의를 하루종일 틀어놔요.
그러나 제대로된 불교신자도 아니었고 불법이 너무 얕은 제가 들으니
어떤 점에선 와....하며 큰 위로가 되었다가
어떤면에선 왜 이렇게 부처님은 어렵게 말씀을 하셨을까
아주 어려운 수수께끼처럼 풀기가 어렵고 깨치기 어려울까 싶기도 해요.
하지만 위안이 되는건 사실이니까 눈뜨면 틀어두고 있어요.
누구라도 만나서 말을 하면 눈물이 터지니
누구를 만나기도 쉽지않아요.
눈에 지방종같은게 생겨서 절개하고 꼬맸는데
너무 울어서 덧나다보니 눈때문에도 사람 만나기도 꺼려지고요.
비만 오면 미친년이 되고요.
장례식내내 비왔고 발인날 날이 개었어요.
어제는 재활용 버리러 주차장에 나갔다가
주차장에서 강아지 산책 시키던 할머니 두분과
강아지 만지며 이야기를 좀 하다보니
(강아지가 목줄이 없이 저에게 뛰어와서 할머니가 미안하셨는지
강아지를 나무라시길래..저는 강아지를 좋아하고 짖지도 않고 그저 냄새 맡으러 온거니
야단치지 마시라며 이야기를 하게 됐어요)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쩌다 엄마가 돌아가셨다고 그래서 울다 나와서 얼굴이 이렇다고 말했는데
할머니도 따라 우시면서 자기 친정엄마 생각난다며 ㅜㅜ
10년만 더 살아주시지...
72세 요즘 시대엔 한창인 나이인데 말이에요.
사랑하는 엄마를 보내고 나니
세상 그 무엇도 흥미있는게 없어요.
아이에게 속상한 일이 생기면 내가 더 서럽고
길에 행복한 사람들 보면 외롭고
자연스런 현상인가 아니면 내가 미쳤나 자꾸 생각하곤 해요.
어떻게들 지내고 계세요?
더불어서 깊은 위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