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당신을 알게 된 게 언제부터였던가요. 이젠 기억조차 까마득하군요. 당신을 처음 알았을 때, 당신이라는 분이 세상에 계시는 것만 해도 얼마나 즐거웠는지요. 여러 날 밤잠을 설치며 당신에게 드리는 긴 편지를 썼지요.
처음 당신이 나를 만나고 싶어한다는 전갈이 왔을 때,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아득히 밀려오는 기쁨에 온몸이 떨립니다. 당신은 나의 눈이었고, 나의 눈 속에서 당신은 푸른빛 도는 날개를 곧추세우며 막 솟아올랐습니다.
그래요, 그때만큼 지금 내 가슴은 뜨겁지 않아요. 오랜 세월, 당신을 사랑하기에는 내가 얼마나 허술한 사내인가를 뼈저리게 알았고, 당신의 사랑에 값할 만큼 미더운 사내가 되고 싶어 몸부림했지요. 그리하여 어느덧 당신은 내게 ‘사랑하는 분’이 아니라, ‘사랑해야 할 분’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젠 아시겠지요. 왜 내가 자꾸만 당신을 떠나려 하는지를 , 사랑의 의무는 사랑의 소실에 다름아니며, 사랑의 습관은 사랑의 모독일 테지요. 오, 아름다운 당신, 나날이 나는 잔인한 사랑의 습관 속에서 당신의 푸른 깃털을 도려내고 있었어요.
다시 한번 당신이 한껏 날개를 치며 솟아오르는 모습이 보고 싶습니다. 내가 당신을 떠남으로써만…… 당신을 사랑합니다.
- 이성복 남해금산 중
얼마전 82에서 제가 찾아드린 시인데 너무 좋아서요
나눔 조회수 : 1,276
작성일 : 2018-06-20 10:12:53
IP : 211.194.xxx.56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ㅇㅇ
'18.6.20 10:15 AM (121.152.xxx.203)이성복 시 느낌이 전혀 아니라
이름 읽고 놀랐지만 아름다운 글이네요
감사합니다2. ㄴㄴ
'18.6.20 11:01 AM (211.46.xxx.61)인간의 감정은 다 비슷한가봅니다...
시인도 시를 쓸때의 감정이 보통사람과 같은걸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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