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마흔인데, 살면살수록 저를 더 모르겠어요.
남편이랑 아주 어릴적부터 친구인데, 저를 오래 봐온 사람이라 저의 장단점을 잘 알아요. 어떨때보면 저보다 더 저를 잘 아는 느낌이랄까요. 배우자이니까 특히 장점을 많이 알아봐주지요.
어렸을때부터 저는 가르치는 걸 잘했대요. 대학때부터 과외든 멘토든 꾸준히 뭔가를 가르쳐왔는데 스킬이 대단히 뛰어나다기 보다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을 잘하는 것같아요. 타인을 잘 관찰하고, 대화를 통해서 결핍을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은 좀 있는 것 같아요. 그를 바탕으로 동기부여를 잘 시키는 거죠. 사실 저는 그게 저의 큰 특기인줄 몰랐는데, 사십년 쯤 살며 아이를 키워보니 다른사람들은 그런 일들을 어려워하고, 저는 다른 사람들보다 그런 일들(엄마들은 그런일을 많이하지요) 쉽게 한다는걸 알게 되었어요. 82쿡에 많은 글들을 썼었고, 베스트에도 여러번 올랐었는데 그 때마다 댓글을 주신 분들 가운데 몇몇 통찰력있으신 분들은 저를 그렇게 평가하신 분들이 많았어요.
꼭 제가 가르치는 학생 뿐만이 아니고요,
제주변에는 항상 사람이 많아요.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시간이 많은 것도 아니고, 얼굴도 안예쁘고요. 관계에 있어 적극적이지도 않아요. 오히려 수동적이지요. 제 스스로 제가 자존감 따위가 높다고도 생각해본적 없어요.
그런데 항상 만나자는 사람이 많고, 모임에서 찾아주는 사람이 됐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해요. 저는 다른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특별히 어렵지 않아요. 근데 그러다보면 자꾸만 타인이 제게 가까이 오고 싶어해서 오히려 관계가 깊어질 때면 제가 제 마음에 불편을 느끼기 시작할 때가 있을 정도에요. 저에게 비밀스런 이야기를 털어놓는 사람이 살면서 정말 많았어요. 전 다들 그러고 사는 줄 알았어요. 근데 나이가 마흔쯤 되니까 제가 유난한 케이스 같기도 하더라고요
제가 종종 제 스스로에 대해서 고민하는 부분이 이 지점 인데요.
전 제가 잘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예를 들어 전 운동을 아주 잘하는데요, 운동을 좋아하지 않아요.
학창시절(심지어 회사생활을 할때도) 운동을 해서 칭찬을 받은적이 많고, 상도 받고, 저와 함께 팀을 하고 싶어하는 친구들도 많았었는데, 저는 그런 과정들이 별로 특별히 여겨지지도 않고,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잘하는 일을 꽤 좋아하기 마련인데, 별로 그렇지 않더라고요.
사람들이 제 주변에 많은것도... 저는 좋을떄보단 싫을때도 많아요. 전 혼자있을때가 가장 행복한데 말이죠.
이 부분이 제가 스스로를 드라이브 하는 능력이 좀 떨어지는 지점이라고 생각이 돼요.
내가 잘하는 것을 좋아하면 참 좋을텐데, 저는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아까도 이야기했듯이, 가르치는 일에 소질이 있고 , 그로인해 돈도 벌고, 인기도 얻었으면 그 일이 좋아질 법도 하고, 그것들을 통해 뭔가 인생의 한 활로가 더 열릴 수 있을텐데, 저는 그렇지가 않아요. 그 점이 참 스스로에게 안타깝달까요.
어떤 상황에도 잘 흔들리지 않는 무던하고 안정적인 성품을 지녔다면, 삶에 대한 열정은 없는 거죠.
타고난 성향이긴 한데,
제 안에 어떤 결핍때문에 그런 것일까.
이러한 제 스스로가 항상 궁금해요. 나는 왜 그럴까..
오늘도 두명이나 사람을 만났어요
한명은 멀리서 찾아온 분인데(관계는 오래됐지만, 만나기는 오랜만인)
펑펑 울며 자기 가족에게도 이야기를 못했다며, 힘들었던 이혼과정중 대외용이 아닌 실제 이혼 사유에 대해서 털어 놓았어요..
또 한명은
오늘 처음 보는 분인데, 해외에 있는 후배가 이 분을 통해 저에게 선물을 보내면서, 겸사겸사 저를 꼭 한번 만나보라고 한 거에요.
초면인 분과 약 한시간 가량 차를 마시고 헤어졌는데,.. 생각해보니 저에겐 이런식의 관계들이 꽤 많아요.
물론 함께 있는 시간동안은 진실된 대화를 나누었지만,,, 저에겐 그렇게 큰 의미가 아니더라고요.
늘 돌아서면서, 전 저 스스로에 대해서 늘 의문이 생겨요.
혹시 통찰 있으신분이 계시다면 저를 좀 찔러주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