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에 복잡한 일이 있어서 제가 가야 하는데 남편이 하루 휴가내고 저랑 같이 갔다 왔어요.
남편도 바쁜데 제가 친정일 때문에 너무 힘들어하니까 저를 위해서 시간 내준거죠.
아침에 남편이 저녁시간에 해설이 있는 오페라 티켓을 받았다고 이따 가지 않겠냐고 하더라고요.
오페라 중에 각 장에 아리아 하나 정도씩만 공연하고 해설로 설명하는,
오페라 입문하는 사람 대상인 공연이라 하더라고요.
그래서 가겠다고 했어요.
어제 제 친정 일 보느라고 아침부터 이른 오후까지 시간 쓰고
(하루 종일 걸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일찍 끝났어요)
저도 남편도 늦게 출근해서
저녁에 오페라 보러 서둘러 가느라고 저는 저녁 먹을 시간이 없었거든요.
공연 끝나고 제가 남편에게 집에 가서든 이 근처든 얼른 저녁먹자고 하니까
남편이 공연 보러오기 전에 자기는 간단하게 저녁을 먹었대요.
그래서 그럼 그냥 나는 집에 가서 차려 먹겠다 하니까
남편이 그러지 말고 이 근처 식당 안다고 나 저녁 먹게 가자 하더라고요.
저는 간단한 일품요리겠거니 했는데
가서보니 꽤나 괜찮은 파스타집이었어요.
파스타 말고도 이탈리안 요리 여럿 있었는데 저 혼자 비프샐러드를 시켜서 먹었어요.
제가 원래 식성이 좋은데 잘 먹으니까 남편이 보기 좋다 하더라고요.
집에 와서 머리도 복잡하니 산보하자고 하니까 남편이 따라나서더라고요.
남편 손 잡고 아파트 근처 산보하면서 이런저런 얘기 했는데
뭐 딱이 남편이 저를 위로하는 말을 한건 없는데도 친정 일로 속상했던 마음도 진정이 되더라고요.
제가 여태 사는게 너무너무 힘들었고 아직도 이겨내야 할 일들 많은데
남편이 나를 위해 하루 시간 내준거
저녁 사준거, 남편이랑 산보하는거 이런 평범한 것이 너무너무 고맙게 느껴지고
이런 것 덕분에 살아갈 힘을 내는거다 싶더라고요.
내가 위로가 많이 필요한 시점이라서
평범하고 사소한 것도 거룩하게 느껴지는 가보다 했어요.
내가 남편 때문에도 고생스러운거 많았는데
이만하면 괜찮은 사람아닌가 하면서 힘내서 살아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