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래, 편하게 생각해...
나 당신 큰누나나 막내 이모쯤 되는 사람이니까...
지금 점심 맛있게 먹고 있어?
사실 맛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 당신도 오늘 초 긴장일거 아냐?
부들부들 후들하고...
이게 실화냐? 이말 알지? 여기 유행어...
나도 그런데, 현장의 주인공인 동생은 어떻겠어?
아닌 척, 여유있는 척 하지만, 손에 땀나는거 나두 알아...
입에 들어가는게 밥인지 뭔지 모르겠을테지만, 그래도 지금 많이 먹어 둬.
우리 대통령님이 그래도 편하게 해주긴 하겠지만, 오후에도 할 일, 할 말 더 많을거거든. 든든히 먹어둬.
그래야 기분도 좋고 머리도 잘 돌아갈테니...
그리고 기대해 봐.
우리 대통령이 동생 온다고 맛난 거 많이 준비했으니까, 저녁때 일 다 끝나면 더 맛있는 거 먹을 거야.
고마워, 우리 대통령 드시라고 오리지날 평양 냉면 준비해 준거.
근데 알지? 여기 그거 목놓아 기다리는 사람, 엄청 많은 거?
당신 장사꾼 기질 다분하던데, 여기 빨리 하나 차려봐.
아마 남한돈 빗자루로 쓸어담을 수 있어.
집에 가자 마자 딴 거 말고 냉면집부터 좀 하자? 알았지? 누나 부탁이야.
그리고 늦었지만, 일단 반가워.
나 사실 당신이 꽤 괜찮은 똘아이일 거라고는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배포도 크고 생각보다 더 시원시원해서 맘에 들어.
유머도 있고 화통하고, 센스도 남한 젊은이 못지않던데?
이미 동생 여정이가 얘기해서 잘 알겠지만, 우리 대통령님 괜찮지?
말도 통하고...
아버지 뻘 되시지만, 아마 잘 해주실 꺼야.
믿고 하자는대로 해봐.
아마 동생 손해나는 일 없이 잘 해줄꺼야.
여기 남한 사람들은 다 맡겼어. 알아서 잘 하시라고...
이 말 들어봤어? '이니, 하고싶은 거 다 해!'
꼬치꼬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알아서 다 하시라고 동생한테 보냈어.
근데 이 양반이 꼼수도 모르고 정도만 찾아서 얼마나 일을 열심히 하는지 시켜놓은 우리가 다 미안할 지경이야.
긍께 동생도 믿고 이 양반 하자는대로 따라오면 떡이 생길꺼야.
이 누나 말, 한번 믿어봐.
이 양반 살살 꼬시면, 어렵고 골치아파도 해야하는 일이라면 다 잘 들어주거든. 별명이 해결사인 거, 들어서 알지?
눈만 껌뻑껌뻑하고 씩 웃기만 하는 것 같아도, 올매나 일을 척척 잘하는데...
사실 정치 안한다고 빼고 빼고 그런걸, 우리가 끌어다가 저 자리 앉힌 거거든
긍께 동생도 우리 대통령 아빠처럼 믿고 따르고 하자는대로, 다 해봐. 꼬장부리지 말고...
당신이 미사일 쏴대고 핵실험 할 때, 우리 대통령님 잠 못자게 한거 걱정해줘서 고마워
당신 앞으로 안한다고 했으니, 대장부가 두 말 안한다는 거 믿어 보겠어.
남한에 오긴 왔는데 겨우 남한 100m밖에 경험 못해서 좀 아쉬워.
울 대통령이 초청했다니, 담엔 서울 좀 보여줄께. 한번 더 와.
서울, 무지 재밌다.
글고, 우리 대통령 부모님 고향이 함흥이시라니까 그 담에는 거기도 한번 모시고 가고, 개마고원 트레킹이 소원이시라니, 거기도 한번 뫼시고 가고...
글고, 당신 둘만 왔다갔다 하믄 안돼.
나 울 아부지 고향이 개성인데, 결국 못 보고 돌아가셨어. 중학교 때 나오셨다는데...
내가 대신 보고 사진이라도 찍어서 납골당 문에라도 붙여드리고 싶다고....
오늘 일 많이 하고 집에 가서 열라 일해서 나도 개성에 빨리 좀 가게 해주라고.
오케이?
그려, 오늘 수고 많이하고, 저녁 맛있게 먹고 즐겁게 놀다가.
누난 바빠서 일 좀 하러갈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