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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이 딸이 하나라서 힐러리 클린턴이라고..

조회수 : 3,161
작성일 : 2018-04-17 15:17:54

아이를 낳기 전에는 몰랐어요.

어릴때 딱 한살차이 남동생이 왜 위인에는 남자만 많고 여자는 얼마 없냐고 조롱할때

분한 마음에 엄마한테 물어봤더니

그 위인의 엄마들은 모두 여자란다..라는 대답을 듣고

어린 마음에 어이가 없어서.. 아빠는 모두 남자인데..싶어서

납득이 안되었었죠. 그저 남동생과 싸움에 내명분을 잃어서 화가 났구요.

 

언제나 공부 잘했고 그 힘든 유학생활도 견뎠고, 미국에서도 누구나 부러워하는 직장에 들어가서

뚝심있게 승진했고 말로만 들으면 화려한 직장생활을 하면서 - 지금은 미국 말고 다른 해외살아요-

그때까지도 몰랐어요. 난 내가 잘나서 이렇게 사는줄 알았어요.

나처럼 열심히 살지 않아서 다른 여자들이 다 중간에 주저 앉는줄 알았지요. ㅋ

결혼을 하고도 오랫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덕분에 오랫동안 커리어는 승승장구 했어요.

 

아이를 낳고서야 알게 됐어요.

나 이전세대.. 그보다도 더 이전세대 여자들중에왜 위인으로 이름난 여자들이 그리 드문지.

그때는 피임약도 없었던 때니.. ㅎ

한평생 아이를 열명씩 낳아서 키우는데.. 위인은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을 위인인가요..

살아남기도 힘들었을텐데...

아이 하나 낳고도 이렇게 벅차서 매일같이 기절할것 같은데..

난 내가 잘나서 공부잘하고 커리어 잡고 잘나간다고 생각했는데..

내 이전세대의 여자들이 나보다 병신이라서 그렇게 살았던게 아니란 것을요.

그리고 심지어 지금 세대 여자들도 대다수 마찬가지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요..

 

지금도 아마 한국에 있는 웬만한 맞벌이 직장맘 중에서는 그래도 제일로 편안한 삶을살고 있는 것일텐데.

탄력근무로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재택 근무 가능한 회사... 입주 도우미 아줌마..

그래도 아이 낳고 평소 몸무게보다 7킬로가 빠져서 돌아오지 않아요..

8시반이면 아이 재워놓고 다시 컴퓨터를 켜서 12시 1시까지일하는걸 만 3년 하고 나니까요..

 

저보다 몇년 앞서서 아이를 낳은 친구가 있어요. 그야말로 말로만 들어도 후덜덜한 삼형제.. 그것도 연년생으로.

그친구는 저보다 더 커리어가 잘나갔었어요. - 과거형이지요.

이름만 들어도 아는 미국계 대기업에 아시아팩과 유럽미들이스트 총책임자였었어요. 삼십대 중반에.

그친구 아들셋 낳고 결국 그만두고 집에서 엄마로만 살고 있어요.  5년 넘게.

 

저는 다행히?? 여자아이를 하나 낳았어요.그리고 더이상 낳을수 없습니다. 체력도 안되고 아이가 너무 늦게 와서 더 아이를 가질수 없는 나이에요.

 

내아이가 형제가 없어서 외로울것 같아서 그게 너무 미안해서 괴롭다고하니..

그친구가 그러네요. 힐러리 클린턴이..아이가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으면 대권주자로까지 가지 못했을꺼야.

그리고 그 하나 있는 아이가 딸이 아니라 아들이었어도 힘들었을껄.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둘이 배잡고 웃었어요.

그친구가 절 위로하더라구요. 그러니 지금 힘들어도커리어 놓지 말라고.. 넌 딸이 하나잖아.. 하구요..

 

엄마가 생각이 나더라구요. 그위인들의 엄마는 모두여자란다.....

어릴땐 몰랐어요. 엄마와 아빠가 하는일이 얼마나 하늘만큼땅만큼 다른지....

자기가 정말 좋은 아빠라고 굳건히 믿는 남편을 보면서...

난 그보다 백만배는 더 부모로서의 역할을 하는데.. 난 그래도 이렇게 항상 매일매일 못난 엄마인것 같아서 아이한테 미안한테... 

무슨 결론을 내고 싶어서 이렇게 길게도 썼는지 모르겠네요.

IP : 128.106.xxx.56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결론은
    '18.4.17 3:21 PM (175.198.xxx.197)

    어머니는 위대하다?????

  • 2. reda
    '18.4.17 3:22 PM (110.11.xxx.218)

    참 그렇죠? 저도 애낳기 전엔 일 안놓고싶었는데. 어찌보면 가장 본능적인 내 아기를 낳고 키우고 싶었을 뿐인데 애가 생기면 나는 주저앉고 남편은 책임감은 강해졌지만 별다른 생활의 변화가 없죠.. 그저 여자라서? 생물학적으로 여자가 임신 출산을 겪어서? 언젠가는 남자도 꼭 출산할수있거나 인공 자궁이라도 발명되던가 해야할거같아요

  • 3. 한wisdom
    '18.4.17 3:24 PM (211.114.xxx.56)

    아인슈타인 첫 아내가 아인슈타인보다 더 똑똑하고 논문도 뛰어났는데 아인슈타인이 논문을 도용했다는 말이 있지요. 아내는 아이 키우느라 공부가 밀렸고..세계적 학자는 아인슈타인이 되었고.
    이제서야 그 아내가 죽은 후지만 조국에서 인정받는다고 하더라구요.

  • 4. 저도 완전 공감이요
    '18.4.17 3:27 PM (14.39.xxx.7)

    그리고 전 그 와중에 큰.애 발달이 너무 느려서 7세라 이제 나갈 수 있는데도 못 나가요 ㅠㅠ 저도 님하고 같은 생각했어요 저 위 성공 계층에 여자가 드문건 육아와 양육 때문이라는 걸요... 저희 큰 애는 모든 걸 다 가르쳐주고 그래야해요 ㅜㅜ 발달지연으로 치료 받아요 근데 운좋게 딸이고 저닮아서 자기꺼 잘 챙겼다면 제가 다시 나갓을 거 같아여

  • 5. 얼마나 힘드실 지.
    '18.4.17 3:30 PM (211.247.xxx.98)

    상상이 가고도 남네요 . 제 딸이 비슷한데 미혼이라 그나마 버티거든요. 원글님 조금은 이기적이 되도 괜찮아요.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시고 당당한 엄마가 되시길.
    미안해하는 엄마는 아이에게 좋지 않아요..

  • 6. 그러게요
    '18.4.17 3:37 PM (165.132.xxx.127)

    똑똑하고 분별력있는 우리엄마..
    그때당시 누구보다 공부잘하고 전문직이었는데
    결혼하고 아이들 줄줄이 낳고 전업주부로..반 공인으로 사셨어요.

    한 여자로서 자기능력 발휘하면서 사셨으면 훨씬 더 당당하고 행복하셨을텐데..

    여자와 엄마를 병행하기가 지금보다 더 힘든시대였으니..
    하지만 딸로서 여전히 엄마의 일생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될수있는대로 여자라고해서 자기 커리어 놓지않을수 있고
    또 경력단절이 있다해도 다시 돌아갈수 있는 사회적 장치를 여자들이 나서서 만들어야해요.

  • 7. 그렇죠
    '18.4.17 3:38 PM (121.161.xxx.86)

    남자아이는 더 힘들죠 하아......도저히 이해안가지만 남자아이를 이해하려고 오늘도 노력해봅니다 ㅠㅠ 제인생 돌아보니 어느새 인생 반절이 아이때문에 사라졌어요 언제 사라진걸까요?? 애는 냅두고 나는 내인생 살았어도 알아서 혼자 저렇게 커다래졌을것같은 허무함도 들어요 이제와서 ㅎㅎ 두가지 다 안놓고 열심히 하는 님을 응원합니다 힘내세요

  • 8. ...
    '18.4.17 4:03 PM (125.177.xxx.158)

    생각하게 하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잘 읽었어요.

  • 9. 맞아요.
    '18.4.17 4:10 PM (223.33.xxx.215)

    똑같이 늦게 들어와도 남편은 미안함이 없어요.
    주말에 일이 있어서 나가는 것도~엄마니까 미안해야 하고...
    엄마니까 임신, 출산 과정 다 겪어내고 견디내면서 일도 몸도 마음도 엉망이 되는데, 남편은 아무런 제약없이 승승장구하고...
    그러다보니 남편에 비해서 나만 쭈구리 되는거 같고ㅜ어차피 요새 여자도 집에서 육아하고 살림만 하면 무능력한 취급받는데, 차라리
    남자로 태어나서 맘껏 일하고 사회생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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