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도 돌전에 어린이집에 다니던 아이었지만 이번에 누나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합격(?)이 되어 기쁜마음으로 옮기게 되었어요. 이제 3세라서 그런지 적응기간이 길더라구요.
그렇게 적응기간 동안 아이들과 엄마들이 다같이 교실에 옹기종기 모여 함께 놀다가 조금씩 아이들과 헤어지는 시간을 가지는데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니 그 안에서 아이들의 사교성과 관련하여 느끼는 바가 있어서 써봅니다.
우선 친구들이 옆에 와서 장난감을 만지거나 근처로 와서 놀경우에 짜증을 내며 울고 소리를 지르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엄마나 교사가 살짝만 중재해주면 짜증내지 않고 옆의 친구와 사이좋게 놀이를 이어나가는 아이들이 있어요.
우선 친화력이 좋고 다른 아이들과도 수월하게 지내는 아이들의 엄마는 적응기간에도 다른아이들의 이름을 빨리 외우고 자신의 아이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힘들어하는 다른아이들을 먼저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요. 하지만 아이가 적응에 어려움을 많이 겪는 아이의 엄마는주변의 다른 아이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들어본 적도 없을 뿐만 아니라 전혀 도움을 주거나 하는 모습을 볼수가 없더라구요. 물론 자신의 아이가 힘들어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다른 아이들에게 관심을 전혀 주려고 하는 마음이 아닌듯 했어요.
한 예를 들면, 선생님이 놀이시간 중간에 여러가지 색색의 풍선을 큰 비닐봉지에 가득 담아와서 방안에 뿌려놓았어요. 아이들과 엄마들은 다같이 환호성을 지르며 풍선을 잡으려고 하던 때였어요. 적응에 어려움을 겪던 한아이의 엄마는 풍선을 풀어놓는 즉시 눈에 띄는 핑크색의 풍선을 집더니 짜증을 내고 있는 자신의 아이에게 내밀며 주더라구요. 아이는 계속 짜증을 내며 울던 중이라 풍선은 쳐다보지도 않는 와중에 다른 아이가 그 엄마에게 매달려 그풍선을 달라고 졸랐어요.
아마도 다른 엄마였다면 바로 자기 발밑에 굴러다니는 다른 풍선을 집어 자신에게 풍선달라는 아이에게 조용히 하나 집어줬을거에요. 그런데 그 엄마는 풍선을 달라고 자신의 바지를 붙잡는 그 아이를 한번 쳐다도 보지않고 자신의 아이에게만 풍선을 내밀기 바쁘더군요. 결국 매달려있던 아이는 선생님으로부터 풍선을 받고 놀았어요.
이미 그시기에는 엄마들이 자신의 아이말고 옆자리에 앉은 다른 아이들에게 식판에서 밥도 떠서 떠먹여주며 서로서로 아이들을 선생님보다 더 살뜰히 챙기던 시기였기에 제가 그 장면을 목격하고는 하루종일 울며 어린이집을 거부하던 아이가 안타깝다가 저럴만도 하구나.. 라고 생각이 바뀌게 되었어요.
다른 아이에게 눈길 한번 안주는 엄마의 아이가 과연 다른 아이들을 배려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 엄마가 다른 사람들과 친화력있게, 혹은 배려심있게 행동하는걸 본적이 없는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 배려심있게 행동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이런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첫째낳고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에 나가기 시작할 무렵, 그때는 아이가 아직 잘 걷지도 못할 나이라서 태워줄 놀이기구가 마땅치 않았어요. 그물모양의 밧줄을 타고 올라가야 미끄럼틀을 탈 수 있는 놀이기구여서 아이 혼자 올라가는건 엄두도 못내고 제가 팔다리 하나하나 잡아주고 몸을 거의 다 들어주다시피 해야 올라가는 시늉이라도 내면서 놀이기구에 올라탈 수 있었더랬죠. 그래서 다른 아이들이 다 올라갈때까지 기다렸다가 아무도 올라가는 사람이 없으면 그때서야 아이를 잡아 놀이기구에 올려주곤 했어요.
그래서 나가면 주로 아이가 놀이기구 옆에 서서 다른 아이들이 다 탈때까지 기다리는게 주로 할일이었는데, 그동안 저는 별로 할것도 없고, 아이에게 말도 가르쳐줄겸, 다른 아이들을 보고 "와~ 잘한다~", "언니, 오빠 멋지다~" "와~ 잘탄다~" 하면서 먼저 타고 있는 아이들에게 칭찬도 하고 박수도 쳐주곤 했어요. 그렇게 몇번 하니 저희 아이도 자동으로 제가 하지 않아도 다른 아이들을 보면 와~ 잘한다~ 하고 박수도 쳐주고 잘탄다~ 하면서 웃어주기도 하더라구요.
(참고로 저도 친구가 없는 성격이라 다른 엄마들에게 말을 걸거나 하지는 않아요. 맞벌이라 단지 엄마들과 친해질 일도 없구요. 개인적으로 만나는 친구도 없어 제가 다른 친구를 대하는걸 아이도 본적이 없어요. 그래서 유전적으로 저에게서 친화력을 받았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놀이터에서 아이들에게 칭찬하는게 도움이 되었는지, 지금도 저희아이는 놀이터에 가면 천연덕스럽게 다른 아이들에게 말을 걸고 들이대고(?) 어느새 친구가 되어 함께 놀고 있어요. 나이차이가 서너살 이상이 나는것 같아도 받아주는 아이가 있으면 어느새 친구가 되어있더라구요. 그렇다고 해서 아이가 엘리베이터에서 어른들에게 인사도 잘하고 얘기도 잘할만큼 성격이 좋지도 못하거든요. 가끔 모르는 어른들이 예쁘다 칭찬하면 부끄러워서 제 뒤에 숨고 쳐다보지도 못하는 아이인데, 다른 아이들과는 참 잘 친해지더라구요..
둘째는 역시나 둘째여서인지 첫째보다 더 사회성이 좋구요. 태어나자마자 누나와 놀아버릇해서인지 다른 아이들과 있는게 어색하지 않고 사람들을 잘 따라요. 왠지 어린이집에서의 적응기간을 거치고 나니 첫째와 놀이터에서 보냈던 시간이 생각이 나면서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82쿡 보면 아이가 너무나 친구를 못사귀고 힘들어한다는 고민을 하는 엄마들이 많아서 한번 써봐요.
아직 세돌도 안된 아이가 친구와 사이좋게 놀기를 바란다는건 불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보기에 다른 아이들보다 확연히 다른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힘들어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이제라도 엄마인 내가 먼저 놀이터 등에서 다른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말도 걸고 칭찬도 해주는 모습을 보여주면 어떨까 싶어요. 결국 아이가 배울 수 있는 사람은 엄마니까요.
개인적으로 겪고 느낀점이라 일반화 시키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도 생각합니다만, 이제 출산을 앞두거나 아주 어린아이들을 키우시고 계시다면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일이 아닐까 해서 굳이 적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