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학교폭력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잘모르시는 분들이 많을텐데
그 이야기를 좀 하려고 합니다.
학교폭력문제 처리에 있어서 학교와 교사에 불만이 많으신 분들이 많던데
요즘 학교폭력문제는 법으로 다 정해져있어서 교사가 임의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요.
작년에 성추행범으로 몰려서 자살하신 교사를 조사한 동료교사를 욕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학생이 교사에 의해 학교폭력당한 사건이여서 사안접수가 되면 학폭담당교사는 좋든 싫든 그런 역할을 해야 해요.
그 교사라고 동료교사 성추행범 만들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닐 겁니다. 법이 그래요.
학교폭력사안은 규정된 절차를 다 거쳐야 하고 그 과정에서 행정적인 실수가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교사들이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죠.
처리과정에서 사소한 문제라도 있으면 재심이나 행정소송에서 문제가 되고 감사 등을 당할 수 있어서 부담스러운가봐요.
신고접수 24시간 이내에 교육청에 서면보고를 해야하고,
사건 접수 2주 이내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어야 하고
학폭위 개최 안내를 시간 여유를 갖고 서면 통보를 해야하는 등
시간 제한들이 있는데..
시간적으로 쫓길 때가 많다고 해요. 다른 업무도 보면서 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교사들이 매우 기피하는 자리인데요.
교사 업무 부담을 줄여준다며 학교폭력업무를 맡은 교사와 생활부장에게 시간강사를 붙여줘서 수업시간을 줄여줍니다.
그러니깐 교사보고 수업하지 말고 행정일 하라는 거죠.
그런데 이것도 시간강사를 구할 수 있을 때 이야기이지.
1주일에 꼴랑 몇 시간씩 수업하는 돈 안되는 시간강사 하려는 사람이 잘 없어서 사람 구하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더군요.
교사 업무부담이야 교사들 문제인거고 학부모가 신경 쓸 일은 아닙니다만
학교폭력 문제를 처리하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학부모도 굉장히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학교폭력사안이 생길 때마다 불려나와서 참가여비 꼴랑 몇만원 받고(학교에 따라 안 주는 학교도 많구요)
몇시간씩 굉장히 불쾌한 내용으로 토론을 하고 다른 집 아이에게 치명적인 조치들을 결정해야한다는 것이 굉장한 부담이죠.
웬만하면 학폭위원같은 거 안 할려고 하는데
자녀가 학교에서 임원이라도 맡으면 학교운영위원이며 뭐며 각종 감투 억지로 떠밀려서 같이 맡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학폭위원 위촉에 정당성이 없다고 시비에 말리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나라 학부모들 중에 학교의 학부모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무관심 속에서 학폭위원들이 결정이 되죠.
그렇게 뽑힌 학부모님들이 아이들 선도에 얼마나 전문성이 있겠습니까
자신들이 하는 결정의 무게는 무거운데 확신은 없으니 교사 의견에 치우치는 경우가 많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최소인원으로 돌리면 교감1 학부모4 외부위원1(주로 경찰) 6명이 될 수도 있는데
교감은 위원장으로 중립을 지키는지라 학부모들이 멘붕에 빠지기도 하죠.
점수제니 뭐니해서 학교폭력 조치에 명확한 기준이라도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굉장히 주관적인 잣대로 그냥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입니다.
점수에 맞춰서 조치를 결정하기보다는 조치를 결정하고 점수를 짜맞추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학폭위에 제대로 된 정보가 들어오는 것도 아닙니다.
학폭교사가 열심히 조사를 했겠지만 수사권이 없는 교사가 조사를 해봐야 얼마나 했겠습니까
그냥 관련 학생들 경위서 진술서만 정리해놓는 정도인데
피가해학생이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뭐가 맞는 말인지도 모르고 위원들이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가출등으로 관련학생들이 출석하지 않고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학폭위가 열리는 경우도 많고
학폭위와 별개로 학부모들이 법정다툼을 벌이는 경우도 많은데
그냥 동네 아줌마들로 구성된 학폭위인지라 큰 부담을 느낍니다.
경찰이 사건을 조사를 해도 학교에 그 내용을 알려주질 않습니다.
외부 전문가들을 늘리자고 하는데
돈 안 되고 부담스럽기만 한 학폭위에 열심히 참여할 외부 전문가를 구하기가 쉬울리가 없고
특히나 학폭위원이 되면 청렴법 대상이 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기피합니다.
학교에서 처리하기가 너무 힘드니 지역 교육청별로 학폭위를 구성하자는 의견이 오래전부터 나오고 있으나
교육청에서도 혼자서 여러 학교 몫을 다 맡으려니 굉장히 부담스럽죠. 매우 작은 사건도 다 학폭처리하도록 되어있으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학폭위에서 결정한 조치들이 교육적 효과라도 뛰어나다면 학폭위가 가치가 있겠지만
학폭위 조치는 사실 교육적 효과가 거의 없어 보입니다.
다른 실질적 효과도 없어요.
가해학생조치라고 해봐야
서면사과, 교내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이수, 학급교체, 출석정지, 강제전학, 퇴학 정도인데
중학교이하에선 퇴학 불가이구요.
서면사과는 그냥 편지 한장 적는 거구요.
교내봉사는 학생 수업을 빼지를 못하기 때문에 하루에 봉사활동시킬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교사가 아침 일찍 출근해서 쉬지 않고 징계학생들 쫓아다니고 늦게 퇴근해야 하는데
학생징계라기보단 사실상 교사징계에 가깝구요.
사회봉사는 받아주는 기관이 없습니다.
봉사기관에서 아이들 관리하려고 하면 굉장한 부담이니까요. 사고라도 생기면 관리부실로 봉사기관이 욕먹구요.
그렇다고 교사가 가서 하루종일 붙어있을 수도 없구요.
특별교육이수는 아이들 학교 빼먹고 놀러갔다오는 거구요.
출석정지는 그냥 아이한테 무단결석 늘려주는 효과밖에 없습니다.
출석정지상태에서도 아이를 학교밖에 방치할 수 없어서 등교를 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수업에 집어넣질 못하기 때문에 교사들이 이 아이 관리하는 것도 굉장한 부담이죠.
강제전학은 학교들끼리 폭탄 돌리기 하는 상황이구요.
특성고에선 강제전학이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강제전학 조치가 내려지면 아이는 조치내용 이수하지 않음을 이유로 퇴학당합니다.
강제전학이 내려졌는데 실질적으로 퇴학의 효과가 생기기 때문에 여기에 법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면 교육청이 패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죠.
그리고 제가 생각하기에 학폭위의 치명적인 문제점은
학폭조치 내용을 생활기록부에 기록한다는 것이죠.
이건 시행 처음부터 교사들 사이에서 문제제기가 많았던 것인데요.
생활기록부의 취지에 맞지 않을뿐더러
입시에 치명적 타격을 주기 때문에 악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죠.
학폭조치내용이 생활기록부에 영원히 기록될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학폭조치내용은 졸업하면 삭제됩니다.
순전히 입시에 타격을 주기 위해서 생활기록부에 기록하는 것입니다.
화해가 가능한 상황에서도 크지 않은 잘못을 가지고 상대방에게 치명적 타격을 주고 싶다는 악의에서
억지로 학폭위를 끌고나가서 상대방 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사실을 기록하게 만듭니다.
이걸 빌미로 가해학부모에게 금품을 요구하는 학부모도 있다고 하구요.
사소한 다툼도 학폭위에 올라가고 피해자가 강력히 원하면 작은 사안이여도 가해자에게 조치가 내려지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악용하는 거죠.
학교폭력에 있어서 일방적인 폭력이 아니라 서로 잘못이 있는 쌍방의 성격이 있는 문제가 많은 걸 생각하면 골치 아파집니다.
자기 아들이 다침에도 불구하고 순전히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겠다는 마음에서 학폭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 아들은 어차피 대학 못가니깐 니 아들도 입시 망치게 해줄게 그런 마음이죠.
수시가 80%인 요즘엔 굉장한 타격입니다.
이러다보니 고등학교에선 반대로 학폭을 은폐하려는 움직임이 생기기도 합니다.
전통적인 교사상을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은 학폭문제에 있어서 교사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줄 바라지만
교사들은 그럴 수가 없습니다. 중립을 지키지 않으면 상대 부모에게 공격당하기 때문이죠.
아이들 문제라면 교사가 해결하겠지만 학폭은 어른들 감정싸움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사가 판단할 때 한쪽이 잘못되었고 억울한 쪽이 있다는 걸 알아도 교사는 그걸 절대 티내면 안 됩니다.
기계적 중립을 지킬 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적극적인 교육활동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학폭사건에 대해서 학교의 무능 교사의 무능을 탓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제로 무능합니다.
그런데 제 생각엔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