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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기형도 시인이 얼만치 인지도가 있는건가요?

... 조회수 : 3,653
작성일 : 2018-04-02 17:16:27
우연히 소설 책보다가
기형도 시인이 언급되서
우리 나라에 이런 시인도 잇엇구나..
정도거든요? 저한테는요...


40중반인데
전혜린도 십년전쯤
여기 빨리에서 오르내리면서 찾아보다
가슴이 한쪽이 멍둔었는데
기형도 시인도 제 가슴이 멍울지게 해요

전혜린이나 기형도나
제 나이대 사람들한테
학창시절 쯤 한번씩 품어보는 작가인지요
IP : 211.244.xxx.179
4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8.4.2 5:18 PM (175.223.xxx.214)

    제가 산 시집이 많지않은데 산걸보면 꽤 유명한 시인이죠.
    요절했구요.

  • 2. ..
    '18.4.2 5:18 PM (106.240.xxx.43)

    전혜린은 잡글이나 쓴 사람인데, 기형도에 비할 바 아니죠.

  • 3. 저는
    '18.4.2 5:22 PM (59.6.xxx.151)

    처음에 시를 읽고 굉장히 충격 받았어요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처음 알고 찾아보니 사망 직후였죠
    우리는 장례를 치르고 소주를 마시고 이유없이 싸웠다는 동료 문인들의 글이 기억납니다

  • 4. ...
    '18.4.2 5:25 PM (218.147.xxx.79)

    첫시집이 고인이 된 후에 나왔어요.
    시도 좋지만 유고집이라 더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
    친정에 초판본이 있는데 작품들은 마음을 절절하게 하는게 있어요.

  • 5.
    '18.4.2 5:27 PM (211.244.xxx.179)

    윗님 잡글이라뇨 ㅡ.ㅡ

    전혜린 기형도 두분 모두 자살

  • 6. ...
    '18.4.2 5:27 PM (218.147.xxx.79)

    전혜린은 거품이구요.
    요즘말로 공신이었던 여잔데 친일파 아버지의 돈으로 그옛날 어렵던 시절에 풍족하게 자라 유학까지 갔다왔는데, 그렇게 혜택을 누려놓고도 평생 중2병에서 못벗어난 여자예요.

  • 7. 지나
    '18.4.2 5:29 PM (223.62.xxx.112)

    82엔 얼마나 대단한 분들만 모였길래
    남이 감동받았다, 가슴 멍들였다 하는 글에
    잡글이니 뭐니 하는건지...
    그렇게 얘기하면 원글님은 뭐가 되는지??
    특히 82에 전혜린 얘기만 나오면 까는 글들
    우르르 올라오는데 대체 본인들은 얼마나 대단하길래...

  • 8.
    '18.4.2 5:31 PM (124.49.xxx.246)

    비교할 바가 아니죠. 기형도 시인이랑요 고등학교 언어영역에도 나오는 시인인데 요즘 아이들은 웬만큼 공부했다면 들어는 봤을 인지도예요

  • 9. ...
    '18.4.2 5:32 PM (202.14.xxx.162)

    저두 엄청 끼고 다녔는데..
    딸내미 교과서에 엄마생각이 실렸길래
    아 내가 옛날사람이 됐구나 생각했어요

  • 10. ㅇㅇ
    '18.4.2 5:33 PM (175.125.xxx.72) - 삭제된댓글

    제가 알 정도이고. 좋아할 정도니까.
    기형도 시인 어마어마하게 유명한 인물인거예요 ㅎㅎ
    전40초반이예요

  • 11. 전혜린은
    '18.4.2 5:35 PM (106.240.xxx.43)

    윗분 정확히 지적.
    평생 중2병에서 벗어나지 못한 여자.

  • 12. ..
    '18.4.2 5:36 PM (106.240.xxx.43)

    전혜린은 동생인 전채린 교수가 훨배 나음..

  • 13. 우왕
    '18.4.2 5:37 PM (211.244.xxx.179)

    교과서에도 실려잇군요

    '마흔다섯 미선씨'
    마흔다섯에 홀려서 읽어본 책인데
    이 책에 너무도 당당히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우리모두 다 아는 시인으로 책 내용이 전개되서
    나만 무식해서 몰랐나? 했거든요
    ㅠㅠ

    저만 무식했네요 ㅋㅋ

  • 14. ..
    '18.4.2 5:37 PM (203.247.xxx.40) - 삭제된댓글

    기형도 시인은 교과서에 나오지 않았나요? 30후반인데 학교 다닐때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언급하신 기억이 나요.
    전혜린은 유행처럼?! 한동안 여학생들에게 꽤 인기가 있었어요.

  • 15. ........
    '18.4.2 5:38 PM (121.181.xxx.106)

    기형도 하면... 파고다극장.... 심야영화..... 의문스러운 그의 죽음이 떠올라요... 그래서 뭔가 더...

  • 16.
    '18.4.2 5:39 PM (116.41.xxx.150)

    기형도 자살 아녜요.
    극장에서 영화보다 심근경색으로 젊은 나이에 가신걸로 알아요.
    저에게 기형도는 뭐랄까 유재하 같은 느낌으로 와요.

  • 17.
    '18.4.2 5:40 PM (211.244.xxx.179)

    글쿤요
    심근경색이군요

    잘못 지적 감사합니다

  • 18. ㅇㅇ
    '18.4.2 5:40 PM (211.36.xxx.170) - 삭제된댓글

    댓글 수정하려다 지워졌네요.
    30후반인데 기형도 시인은 수업시간에 언급된 기억이 있어요. 그리고 전혜린은 한때 여학생들이 좋아했었어요.

  • 19.
    '18.4.2 5:42 PM (58.225.xxx.181) - 삭제된댓글

    기형도시인 자살아닌데....
    검색만해도 나와요

    전혜린은 부르조아에 친일자손으로 알고있어요

  • 20. 기형도
    '18.4.2 5:43 PM (211.215.xxx.107) - 삭제된댓글

    질투는 나의 힘

  • 21. 기형도
    '18.4.2 5:48 PM (222.101.xxx.116)

    83학번이에요
    한동안끼고 살았어요
    입속에 검은잎

    그러나50중반인 지금은
    안읽혀요 너무 어두워서
    ,,,,,

    흔들리는 청춘들은 지금도 열광할듯

  • 22. 교과서
    '18.4.2 5:50 PM (117.111.xxx.110)

    에도 시가 실렸잖아요 전 77년생입니다

  • 23. 기형도
    '18.4.2 5:50 PM (222.101.xxx.116)

    평론가 김현이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이라고 평했죠
    비유가 독특하고 신선했어요

    가엾은 내사랑 빈집에 갇혔네

  • 24. sfs
    '18.4.2 5:50 PM (152.99.xxx.13)

    젊은 나이의 죽음은 뭔가 신비롭고 신격화하는 힘이 있어요..젊어서 죽어야 생명력이 오래 가는 듯...

  • 25. ㅇㅇ
    '18.4.2 6:01 PM (36.106.xxx.149)

    86학번. 그당시 책깨나 읽는다는 분들은 한권쯤 사거나 봤을걸요? 입속의 검은 잎. 이후 기형도님 시가 국어교과서에도 실렸다니 몰랐네요.ㅎ

  • 26. 애엄마
    '18.4.2 6:05 PM (112.154.xxx.157)

    글쎄요. 그리 위대한 사람인가.

    기자출신이고 요절했고. 그의 사후 동료 기자들이 신격화한 부분이 있죠

  • 27. ...
    '18.4.2 6:08 PM (203.234.xxx.239)

    87이고 시인 지망생이던 선배가 선물해서 읽은뒤
    한동안 문지사 시집 엄청 샀었어요.
    전 기형도도 좋고 이성복 시인도 좋아요.

  • 28. 문지사
    '18.4.2 6:20 PM (211.36.xxx.55)

    시집중에서 가장 많이 팔린 시집이라니 아마 90년대 이후 등단한 시인중에선 가장 유명하지않을까요 전 초판샀었는데 너무 낡아져서 몇년전 다시 샀어요 젊을때도 좋았지만 나이 들어 읽어도 좋아요

  • 29. 흐음
    '18.4.2 6:27 PM (61.72.xxx.115)

    개인사와 요절 때문에
    더 알려지긴 했는데
    시도 참 좋아요
    감각있고 비교적 쉽고요
    젊은 나이의 감성이 가슴을 치죠

  • 30. 기형도 시
    '18.4.2 6:29 PM (125.178.xxx.159)

    읽으면 전 가슴이 아프더라구요.
    가난하게 살지만 영특해서 학력도 좋은데..심야극장에서 요절.
    그의 운명이었나봅니다.

  • 31. ...
    '18.4.2 6:38 PM (59.5.xxx.244)

    기형도는 신급이죠 .

  • 32. 단한권
    '18.4.2 6:47 PM (175.192.xxx.207)

    남긴 시집인데 지금도 기형도 연구는 참 많이 하고 있어요
    특유의 몇줄만 읽어도 기형도의 느낌을 알수 있죠
    타고난거 같아요 문재(文材)죠
    시속에 반짝이는 비유도 많아요
    진짜 시를 쓴 외롭고 고독했던 사람으로 기억합니다
    그렇다고 천재다라고 띄우는건 좀 오버구요

  • 33. 기형도
    '18.4.2 6:47 PM (175.223.xxx.173) - 삭제된댓글

    그의 시를 읽으면 가슴이 먹먹해지죠.
    이별의 슬픔을 폐쇄적으로 표현한 '빈집'이라든지
    잘못 걸어온 희망에 대한 좌절을 정말 멋지게 표현해낸 '정거장에서 충고' 라든지요.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혼란하고 슬픔이 극단으로 치닫일때 기형도 시와 뭉크의 그림은 정말 위안이 되요.
    어떤시는 오래 읽으면 질리는데
    그의 시는 읽을수록 가슴이 아려오네요.
    특히나 비오는 깊은 새벽녘에 읽으면 더더욱..

  • 34. ㅡㅡ
    '18.4.2 7:03 PM (117.111.xxx.26)

    미국 살 때 친했던 미국인 친구가 있었는데
    기형도를 알더군요. 영문번역판과 한국어판 모두 가지고 있었고, 어떤 시대적 배경에서 쓴 건지도 줄줄 꿰고 있었어요. 아시안도 아니었고 미국에서 나고 자란 흑인이었네요.

  • 35. 햇살
    '18.4.2 7:05 PM (211.172.xxx.154)

    제가 미국가기전 모든 책을 다 버렸지만 기형도 시집은 가지고 갔습니다...

  • 36. 기억을 더듬어
    '18.4.2 7:13 PM (222.106.xxx.19)

    기형도가 연세대 나왔는데 재학시절부터 문학하는 친구들과 어울렸나봐요.
    그래서 작가들 사이에서 알려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김현은 기형도의 어린시절 경험함 극심한 가난을 중점으로 기형도 시의 세계를 해석했지만
    어린시절의 가난만으론 이해가 안되는 게 있어요.
    기형도가 자주 다녔던 극장엔 특정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는 말이 있었는데
    이렇다 해도 그의 시세계를 이해하는덴 한계가 있어요.

    조영남이 조선일보에 칼럼을 쓸 때 정기적으로 만나는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있는데
    책을 선정해서 읽고 모임에서 토론을 한다는 글을 썼는데 다음 읽을 책이 기형도 시집이라고 해서
    대중적으로 기형도가 알려졌어요.
    마광수가 죽기 몇 년 전 조영남과 인터뷰한 글이 조선일보에 실렸는데
    마광수 자신이 심사위원였던 모 신문사 신춘문예 공모에 기형도가 응모를 했대요.
    순전히 기형도가 자신과 아는 사람이라 뽑아줬는데 젊은 나이에 죽어 유명해졌다고 하니까
    조영남이 씁쓸해했었어요.
    조영남은 상업적 감각이 있어 돈이 될만한 걸 알아보거든요.
    나쁜 의미가 아니라, 관리만 잘하면 오래 갈 수 있다는 걸 안다는 거죠.
    조영남이 송창식이라면 껌뻑 죽잖아요. 방송출연도 약속과 다르면 펑크내는 송창식 뒷감당 다하면서요.

  • 37. hap
    '18.4.2 7:44 PM (122.45.xxx.28)

    곱씹음의 여운이 참 긴 시인이예요.

  • 38. ...
    '18.4.2 8:05 PM (220.117.xxx.161)

    조영남이 다음 읽을 책이 기형도 시집이라고 해서 기형도가 대중적으로 알려졌다구요?
    그럴리가요 ㅋ

  • 39. 220.117님
    '18.4.2 8:32 PM (222.106.xxx.19)

    그때 모임 멤버들 중 지금은 고인이 된 행복전도사 최윤희씨와 소설가 이윤기씨가 있었어요.
    대중들의 관심을 끌만한 인물들이잖아요.
    저도 조영남 칼럼 읽고 기형도를 알게 되었어요.
    장영희교수도 조영남 칼럼으로 대중적으로 유명해졌어요.

  • 40. ..
    '18.4.2 8:49 PM (124.58.xxx.221)

    요절해서 유명세를 타게된거는 맞죠. 기형도가 장정일에 대해서 쓴 글이 있었는데, 장정일에 대해 "이 아이는...어쩌구" 뭐 이런식으로 기술해서 나이차이가 꽤 나는 줄 알았더니, 기형도 60년생 장정일 62년생.. 좀 뜨악했죠.

  • 41. ....
    '18.4.2 9:15 PM (211.36.xxx.169) - 삭제된댓글

    악몽> 혹은 혹은

    나는 말없이 만원 짜리 지폐를 들이밀었다.
    못생긴 매표소에서 티켓을 받아 쥔 손은
    엉거주춤한 각도로 극장 휴게실의 난간을 찾는다.
    애써 태연함을 추구하는 안면 근육.
    허나 연신 식은땀을 흘려댄다.
    눈치 없는 뒷덜미. 냄새난다.
    휴게실은 이미 살롱 우아댁**들의 차지다.
    쫓기듯 극장 안으로 들어간 나는, 죄지은 사람 마냥
    주섬주섬 가방을 싸안는다. 불쾌한 의자에 몸을 파묻는다.
    입술사이로 절로 흘러나온다. 한숨.
    무관심하게 이별 장면을 읊어댄다. 스크린.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웬 사내 옆자리에 와 앉았다.
    옆을 볼 용기도 나지 앉을 틈에
    그의 손은 나의 사타구니를 만지작거린다.
    불쾌하게 좋아지는 기분. 꼬리를 타고 솟아오른다.
    얌전한 고양이가 과감하게 그의 지퍼를 내린다.
    배곯은 아이 마냥 뻔뻔한 성기를 빨아댄다. 뻔뻔. 하. 다.
    이윽고 몸을 틀어대는 사내. 벌써?
    사납게 앞으로 고꾸라지는 사내의 몸. 이상. 하. 다.
    나,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확인한다. 낯. 익다.
    우스꽝스레 일그러져 고통스러워하는 얼굴. 소리내지 못한다.
    맙소사. 이내 사내는 극장바닥에 고꾸라져 요동을 쳐댄다.
    엄마야 이걸 어쩌면 좋담.
    공포에 휩싸인 보갈년은,
    무작정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달려나갔다.
    밝은 빛에 눈이 멀어버릴 것 같았지만
    내달리는 발걸음을 멈출 수는 없었다.
    얼마나 뛰었을까. 겨우겨우 정신을 차린 나.
    어느 낯선 골목, 썩어 가는 나무대문 앞에 앉아있다.
    그러나 흐르는 눈물은 멈추지 앉는다.
    지독히 짠 눈물 맛은 두려운 마음 탓이었을까.
    아님 죄책감 때문이었을까.
    그렇게 쓰러진 사내는 살았을까,
    아님 죽었을까.

    파고다 극장의 쇠퇴와 종묘공원

    90년대 후반, 파고다 극장과 종로의 게이 바들은 이태원의 신흥 게이 업소군집 지역에 많은 손님들을 잃었다. 동성애자인권운동이 일으킨 변화였다. 상업적으로나 상징적으로나 그 의미는 크게 달라졌다. 하지만 오늘도 파고다 극장과 심야의 종묘공원에는 일회용 섹스를 기대하며 적잖은 남성 동성애자들이 모여들고 있다. 그들에게 종로는 무엇일까. 경험을 축적하고 가시성을 부여해줄 물리적 공간을 갖지 못한 한국의 동성애자들에게 종로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는 기형도가 살아있었다면, 동성애자인권운동 이후의 종로를 어떻게 노래했을지 자못 궁금하다. 그래서 여름이면 다른 이반*** 친구들과 종묘공원에 가 술을 마시며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그 비 내리던 종묘의 여름밤, 나도 무책임한 자연의 은유를 분실한 것일까? 언제부터인가 나는, 선잠 자는 밤이면 언제나, 기형도와 닮은 누군가를 마주하는 악몽을 꾼다. 반드시.


    * '보갈'은 갈보를 뒤집어 만든 말로서 동성애자를 지칭하는 동성애자 사회의 자기비하적 은어이다.
    ** '살롱'은 파고다 극장을 지칭하는 은어이며 '살롱 우아댁'은 파고다 극장에서 터를 잡고 크루징을 하는 공공연한 동성애자들을 지칭하는 은어이다.
    *** '이반 異般'이란 일반 一般을 변형해 만든 말로서 성적 소수자를 총칭한다. 애초에는 남성 동성애자만을 지칭하는 은어였으나, 90년대 중반 일부 인권운동가들이 그 의미를 재정의한 이래, 인터넷을 통해 널리 사용되면서 성적 소수자 사회 내의 대중적 언어로 자리잡았다.


    이정우 queerART@yahoo.co.kr
    전직 동성애자운동가. 무크지 디자인|텍스트 편집 기획자. 얼마 전 아트선재센터의 어시스턴트 큐레이터를 사직하고 강의와 시각문화비평, 그리고 독립 큐레이팅에 집중하고 있다.
    ---------
    기형도가 쓴 시예요.
    기형도가 동성애자란 얘기 있고, 극장에서 복상사로 죽었어요.

  • 42. ....
    '18.4.2 9:16 PM (211.36.xxx.169) - 삭제된댓글

    악몽> 혹은 혹은

    나는 말없이 만원 짜리 지폐를 들이밀었다.
    못생긴 매표소에서 티켓을 받아 쥔 손은
    엉거주춤한 각도로 극장 휴게실의 난간을 찾는다.
    애써 태연함을 추구하는 안면 근육.
    허나 연신 식은땀을 흘려댄다.
    눈치 없는 뒷덜미. 냄새난다.
    휴게실은 이미 살롱 우아댁**들의 차지다.
    쫓기듯 극장 안으로 들어간 나는, 죄지은 사람 마냥
    주섬주섬 가방을 싸안는다. 불쾌한 의자에 몸을 파묻는다.
    입술사이로 절로 흘러나온다. 한숨.
    무관심하게 이별 장면을 읊어댄다. 스크린.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웬 사내 옆자리에 와 앉았다.
    옆을 볼 용기도 나지 앉을 틈에
    그의 손은 나의 사타구니를 만지작거린다.
    불쾌하게 좋아지는 기분. 꼬리를 타고 솟아오른다.
    얌전한 고양이가 과감하게 그의 지퍼를 내린다.
    배곯은 아이 마냥 뻔뻔한 성기를 빨아댄다. 뻔뻔. 하. 다.
    이윽고 몸을 틀어대는 사내. 벌써?
    사납게 앞으로 고꾸라지는 사내의 몸. 이상. 하. 다.
    나,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확인한다. 낯. 익다.
    우스꽝스레 일그러져 고통스러워하는 얼굴. 소리내지 못한다.
    맙소사. 이내 사내는 극장바닥에 고꾸라져 요동을 쳐댄다.
    엄마야 이걸 어쩌면 좋담.
    공포에 휩싸인 보갈년은,
    무작정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달려나갔다.
    밝은 빛에 눈이 멀어버릴 것 같았지만
    내달리는 발걸음을 멈출 수는 없었다.
    얼마나 뛰었을까. 겨우겨우 정신을 차린 나.
    어느 낯선 골목, 썩어 가는 나무대문 앞에 앉아있다.
    그러나 흐르는 눈물은 멈추지 앉는다.
    지독히 짠 눈물 맛은 두려운 마음 탓이었을까.
    아님 죄책감 때문이었을까.
    그렇게 쓰러진 사내는 살았을까,
    아님 죽었을까.

    파고다 극장의 쇠퇴와 종묘공원

    90년대 후반, 파고다 극장과 종로의 게이 바들은 이태원의 신흥 게이 업소군집 지역에 많은 손님들을 잃었다. 동성애자인권운동이 일으킨 변화였다. 상업적으로나 상징적으로나 그 의미는 크게 달라졌다. 하지만 오늘도 파고다 극장과 심야의 종묘공원에는 일회용 섹스를 기대하며 적잖은 남성 동성애자들이 모여들고 있다. 그들에게 종로는 무엇일까. 경험을 축적하고 가시성을 부여해줄 물리적 공간을 갖지 못한 한국의 동성애자들에게 종로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는 기형도가 살아있었다면, 동성애자인권운동 이후의 종로를 어떻게 노래했을지 자못 궁금하다. 그래서 여름이면 다른 이반*** 친구들과 종묘공원에 가 술을 마시며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그 비 내리던 종묘의 여름밤, 나도 무책임한 자연의 은유를 분실한 것일까? 언제부터인가 나는, 선잠 자는 밤이면 언제나, 기형도와 닮은 누군가를 마주하는 악몽을 꾼다. 반드시.


    * '보갈'은 갈보를 뒤집어 만든 말로서 동성애자를 지칭하는 동성애자 사회의 자기비하적 은어이다.
    ** '살롱'은 파고다 극장을 지칭하는 은어이며 '살롱 우아댁'은 파고다 극장에서 터를 잡고 크루징을 하는 공공연한 동성애자들을 지칭하는 은어이다.
    *** '이반 異般'이란 일반 一般을 변형해 만든 말로서 성적 소수자를 총칭한다. 애초에는 남성 동성애자만을 지칭하는 은어였으나, 90년대 중반 일부 인권운동가들이 그 의미를 재정의한 이래, 인터넷을 통해 널리 사용되면서 성적 소수자 사회 내의 대중적 언어로 자리잡았다.


    이정우 queerART@yahoo.co.kr
    전직 동성애자운동가. 무크지 디자인|텍스트 편집 기획자. 얼마 전 아트선재센터의 어시스턴트 큐레이터를 사직하고 강의와 시각문화비평, 그리고 독립 큐레이팅에 집중하고 있다.

  • 43. ...
    '18.4.2 9:17 PM (211.36.xxx.169) - 삭제된댓글

    악몽 혹은 어느 보갈*년의 오후 혹은 어느 시인의 죽음

    나는 말없이 만원 짜리 지폐를 들이밀었다.
    못생긴 매표소에서 티켓을 받아 쥔 손은
    엉거주춤한 각도로 극장 휴게실의 난간을 찾는다.
    애써 태연함을 추구하는 안면 근육.
    허나 연신 식은땀을 흘려댄다.
    눈치 없는 뒷덜미. 냄새난다.
    휴게실은 이미 살롱 우아댁**들의 차지다.
    쫓기듯 극장 안으로 들어간 나는, 죄지은 사람 마냥
    주섬주섬 가방을 싸안는다. 불쾌한 의자에 몸을 파묻는다.
    입술사이로 절로 흘러나온다. 한숨.
    무관심하게 이별 장면을 읊어댄다. 스크린.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웬 사내 옆자리에 와 앉았다.
    옆을 볼 용기도 나지 앉을 틈에
    그의 손은 나의 사타구니를 만지작거린다.
    불쾌하게 좋아지는 기분. 꼬리를 타고 솟아오른다.
    얌전한 고양이가 과감하게 그의 지퍼를 내린다.
    배곯은 아이 마냥 뻔뻔한 성기를 빨아댄다. 뻔뻔. 하. 다.
    이윽고 몸을 틀어대는 사내. 벌써?
    사납게 앞으로 고꾸라지는 사내의 몸. 이상. 하. 다.
    나,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확인한다. 낯. 익다.
    우스꽝스레 일그러져 고통스러워하는 얼굴. 소리내지 못한다.
    맙소사. 이내 사내는 극장바닥에 고꾸라져 요동을 쳐댄다.
    엄마야 이걸 어쩌면 좋담.
    공포에 휩싸인 보갈년은,
    무작정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달려나갔다.
    밝은 빛에 눈이 멀어버릴 것 같았지만
    내달리는 발걸음을 멈출 수는 없었다.
    얼마나 뛰었을까. 겨우겨우 정신을 차린 나.
    어느 낯선 골목, 썩어 가는 나무대문 앞에 앉아있다.
    그러나 흐르는 눈물은 멈추지 앉는다.
    지독히 짠 눈물 맛은 두려운 마음 탓이었을까.
    아님 죄책감 때문이었을까.
    그렇게 쓰러진 사내는 살았을까,
    아님 죽었을까.

    파고다 극장의 쇠퇴와 종묘공원

    90년대 후반, 파고다 극장과 종로의 게이 바들은 이태원의 신흥 게이 업소군집 지역에 많은 손님들을 잃었다. 동성애자인권운동이 일으킨 변화였다. 상업적으로나 상징적으로나 그 의미는 크게 달라졌다. 하지만 오늘도 파고다 극장과 심야의 종묘공원에는 일회용 섹스를 기대하며 적잖은 남성 동성애자들이 모여들고 있다. 그들에게 종로는 무엇일까. 경험을 축적하고 가시성을 부여해줄 물리적 공간을 갖지 못한 한국의 동성애자들에게 종로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는 기형도가 살아있었다면, 동성애자인권운동 이후의 종로를 어떻게 노래했을지 자못 궁금하다. 그래서 여름이면 다른 이반*** 친구들과 종묘공원에 가 술을 마시며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그 비 내리던 종묘의 여름밤, 나도 무책임한 자연의 은유를 분실한 것일까? 언제부터인가 나는, 선잠 자는 밤이면 언제나, 기형도와 닮은 누군가를 마주하는 악몽을 꾼다. 반드시.


    * '보갈'은 갈보를 뒤집어 만든 말로서 동성애자를 지칭하는 동성애자 사회의 자기비하적 은어이다.
    ** '살롱'은 파고다 극장을 지칭하는 은어이며 '살롱 우아댁'은 파고다 극장에서 터를 잡고 크루징을 하는 공공연한 동성애자들을 지칭하는 은어이다.
    *** '이반 異般'이란 일반 一般을 변형해 만든 말로서 성적 소수자를 총칭한다. 애초에는 남성 동성애자만을 지칭하는 은어였으나, 90년대 중반 일부 인권운동가들이 그 의미를 재정의한 이래, 인터넷을 통해 널리 사용되면서 성적 소수자 사회 내의 대중적 언어로 자리잡았다.


    이정우 queerART@yahoo.co.kr
    전직 동성애자운동가. 무크지 디자인|텍스트 편집 기획자. 얼마 전 아트선재센터의 어시스턴트 큐레이터를 사직하고 강의와 시각문화비평, 그리고 독립 큐레이팅에 집중하고 있다.

  • 44. ...
    '18.4.2 9:20 PM (211.36.xxx.169)

    악몽 혹은 어느 보갈*년의 오후 혹은 어느 시인의 죽음

    나는 말없이 만원 짜리 지폐를 들이밀었다.
    못생긴 매표소에서 티켓을 받아 쥔 손은
    엉거주춤한 각도로 극장 휴게실의 난간을 찾는다.
    애써 태연함을 추구하는 안면 근육.
    허나 연신 식은땀을 흘려댄다.
    눈치 없는 뒷덜미. 냄새난다.
    휴게실은 이미 살롱 우아댁**들의 차지다.
    쫓기듯 극장 안으로 들어간 나는, 죄지은 사람 마냥
    주섬주섬 가방을 싸안는다. 불쾌한 의자에 몸을 파묻는다.
    입술사이로 절로 흘러나온다. 한숨.
    무관심하게 이별 장면을 읊어댄다. 스크린.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웬 사내 옆자리에 와 앉았다.
    옆을 볼 용기도 나지 앉을 틈에
    그의 손은 나의 사타구니를 만지작거린다.
    불쾌하게 좋아지는 기분. 꼬리를 타고 솟아오른다.
    얌전한 고양이가 과감하게 그의 지퍼를 내린다.
    배곯은 아이 마냥 뻔뻔한 성기를 빨아댄다. 뻔뻔. 하. 다.
    이윽고 몸을 틀어대는 사내. 벌써?
    사납게 앞으로 고꾸라지는 사내의 몸. 이상. 하. 다.
    나,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확인한다. 낯. 익다.
    우스꽝스레 일그러져 고통스러워하는 얼굴. 소리내지 못한다.
    맙소사. 이내 사내는 극장바닥에 고꾸라져 요동을 쳐댄다.
    엄마야 이걸 어쩌면 좋담.
    공포에 휩싸인 보갈년은,
    무작정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달려나갔다.
    밝은 빛에 눈이 멀어버릴 것 같았지만
    내달리는 발걸음을 멈출 수는 없었다.
    얼마나 뛰었을까. 겨우겨우 정신을 차린 나.
    어느 낯선 골목, 썩어 가는 나무대문 앞에 앉아있다.
    그러나 흐르는 눈물은 멈추지 앉는다.
    지독히 짠 눈물 맛은 두려운 마음 탓이었을까.
    아님 죄책감 때문이었을까.
    그렇게 쓰러진 사내는 살았을까,
    아님 죽었을까.

    파고다 극장의 쇠퇴와 종묘공원

    90년대 후반, 파고다 극장과 종로의 게이 바들은 이태원의 신흥 게이 업소군집 지역에 많은 손님들을 잃었다. 동성애자인권운동이 일으킨 변화였다. 상업적으로나 상징적으로나 그 의미는 크게 달라졌다. 하지만 오늘도 파고다 극장과 심야의 종묘공원에는 일회용 섹스를 기대하며 적잖은 남성 동성애자들이 모여들고 있다. 그들에게 종로는 무엇일까. 경험을 축적하고 가시성을 부여해줄 물리적 공간을 갖지 못한 한국의 동성애자들에게 종로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는 기형도가 살아있었다면, 동성애자인권운동 이후의 종로를 어떻게 노래했을지 자못 궁금하다. 그래서 여름이면 다른 이반*** 친구들과 종묘공원에 가 술을 마시며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그 비 내리던 종묘의 여름밤, 나도 무책임한 자연의 은유를 분실한 것일까? 언제부터인가 나는, 선잠 자는 밤이면 언제나, 기형도와 닮은 누군가를 마주하는 악몽을 꾼다. 반드시.


    * '보갈'은 갈보를 뒤집어 만든 말로서 동성애자를 지칭하는 동성애자 사회의 자기비하적 은어이다.
    ** '살롱'은 파고다 극장을 지칭하는 은어이며 '살롱 우아댁'은 파고다 극장에서 터를 잡고 크루징을 하는 공공연한 동성애자들을 지칭하는 은어이다.
    *** '이반 異般'이란 일반 一般을 변형해 만든 말로서 성적 소수자를 총칭한다. 애초에는 남성 동성애자만을 지칭하는 은어였으나, 90년대 중반 일부 인권운동가들이 그 의미를 재정의한 이래, 인터넷을 통해 널리 사용되면서 성적 소수자 사회 내의 대중적 언어로 자리잡았다.


    이정우 queerART@yahoo.co.kr
    전직 동성애자운동가. 무크지 디자인|텍스트 편집 기획자. 얼마 전 아트선재센터의 어시스턴트 큐레이터를 사직하고 강의와 시각문화비평, 그리고 독립 큐레이팅에 집중하고 있다.
    -----------
    위의 시는 기형도가 쓴 시이고 기형도가 동성애자라는 얘기가 있어요.
    극장에서 복상사로 요절했고요.

  • 45. 정다운 82
    '18.4.2 11:40 PM (121.184.xxx.199)

    놀라운 82.
    빈집같은 그 서늘하고도 쓸쓸한 그 싯구들,
    같이 기억하는 82를, 저는 그래서 위안으로 삼고 살아갑니다.
    외롭고 높고 가난하고 쓸쓸한
    백석과 함께 기형도는 아직 우리나라 시인들중에 가장 멀리, 밝게 ,높게 빛나는 별이지요.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아무것도 모르는 촛불들아, 잘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는 흰종이들아..

    아,,어쩌면 이렇게 구절구절마다 뼈마디마디가 소금물에 절여지는 듯이 으스러지는 이 느낌..

  • 46. 어휴
    '18.4.3 7:09 AM (93.82.xxx.111)

    뭔 조영남이 알아봐요?
    무식한 티 좀 내지 마세요.
    기형도를 모르고 80-90년대 대학생활을 했다니 참 척박한 문화환경이셨나보네요.
    고작 조영남 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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