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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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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잘못만나 고생많이 한 엄마

삼색고양이 조회수 : 8,768
작성일 : 2018-03-31 10:36:54

우리 엄마 이야기를 하자면 소설책으로 펴내도 될 이야기라는 말이 저절로 나와요.

엄마는, 그야말로 남자 잘못만난 댓가로 평생을 쿵덕대는 가슴 움켜쥐면서 살며 밤낮없이 머리채 휘둘려 동네밖에 나가 조리질을 당하며 살았거든요.

언제나 술만 퍼먹으면서 들개처럼 온동네를 휩쓸고 다니고

혼자 가족들을 먹여살리는게 억울하다는 생각때문에 제대로 직장생활을 한번도 해본적이 없고.

자식들에게 용돈을 주는 일은 세상에서 제일 바보같은 짓으로 여기고 자식의 모든 일에 전부 무관심하고

월세로 들어간 단칸방마다 제대로 월세를 주지못해서 늘 쫒겨나기 일쑤고

가족들에게 늘 알콜중독에 찌든 황달걸린 노란 눈동자에 핏대 잔뜩 올리고 주먹휘들러대고

입에 담지도 못할 음담패설, 술먹었다는 핑계로 거리낌없이 찍찍 내뱉고

옆집여자들 정작 건들지도 못하면서 술먹은 정신으로 방에 누어 말로는 마구 희롱해대고

옆집 누구엄마, 바람피고 다닌다는 유언비어 술에 취해서 길거리 한복판을 누비며 떠들다가

그집젊은 남편한테 주먹으로 콧잔등 얻어맞아 코피 줄줄흘리면서 집에 들어오고

 

자식들 얼굴에  버짐피고 굶기를 밥먹듯하는 모습이 불쌍하다고

누가 알선해준 회사에 들어가서 열흘도 안가 술마시고 낮에 발뻗고 자고

코가 벌겋게 술먹어놓고 공장 마당을 도끼들고 다니면서 죽여버린다고 을러대기나 하고

 

자식들에겐 천원한장 주는것도 아까워서 미친듯이 벌벌 떨면서

승차권 주는것도 큰 분노를 표출했던 사람.

 

엄마가 밤늦게까지 가구를 등에 지고 운반하거나 벽돌지고 중노동 하고  먼지를 뒤집어 쓰고

집에 들어오면 그걸 핏발이 선 눈으로 기다렸다가, 문을 발로 박차면서 그 길로 가난한 엄마머리채 잡고

대문밖으로 끌고 나가 못살게 굴던 사람.

 

누구 만났냐고. 그 놈 보러가자고.

 

엄마나이 18살때, 아빠는 21살때 서로 배운것도 없이 가진것도 없이 오직 젊음 하나만으로 만나 살았으면서

그 시기에 군대도 갔다가 탈영해선 기껏 도망온게 그당시 엄마가 아빠를 기다리면서 혼자 살던 좁은 단칸방이었대요.

그곳에서 숨어 누워지내다가 어느날 헌병들이 잡으러오고 그길로 아빠는 지프차에 짐짝처럼 화물칸에 던져진채

엄마가 혼비백산해서 어쩔줄 모르고 우왕좌왕할때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지더니 그길로 7년을 더 복무하고 나왔대요.

 

그런 것을 우리들 어릴때에도

"나는 헌병대 출신이야, 헌병대! 이 *같은 것들아!!! 세월의 워카!!!"

걸핏하면 그 세월의 워카!는 자주 부르짖더군요.

그 말은 영어가 섞여있어서 어릴때의 우리들에겐 뭔가 저 먼 세상의 무엇처럼 들릴수도 있었겠지만

양치질 한번을 제대로 한적없는 아빠의 튼튼하고 육덕진 누런 이빨들사이로 뿜어져나오는 그런 문장들이

무섭기까지 했어요.

엄마는, 그런 아빠와 잠시 식당도 했지만 곧 육개월도 못가 문을 닫게 되었고

많은 빚덩이를 남긴채 경매로 넘어가게 되고 퇴락해버린 우리 식당은 창문이고 출입문이던간에 전부 못질이 되어 버리고

갈곳 없는 우리들은 각각 친척집에 한명씩 넘어가 살게 되었어요.

한명은 철도가 놓여진 함열로.

한명은 지리산 자락 첩첩산중 구례로

한명은 논산으로.

 

엄마는, 그길로 아빠와 헤어져 충남 공주 부근 식당에서 먹고자며 주방에서 나물을 만들고 서빙도 하게되었지만

곧 엄마를 찾으러 눈에 불을 켜고 수소문하러 다닌 아빠에게 발견되어서 곧 허구헌날 돈을 뜯기게 되었어요.

그런 아빠가 무서워서 서울 필동이란 곳에도 무작정 올라가 또 식당에서 일했다고 하는데

또 그곳도 기를 쓰고 찾아온 아빠에게 잡혀서 또 호구처럼 살았다고.

훗날 아빠는 자신에게 말도 없이 몰래 그 필동에 잠시 지냈던 때를 우리가 장성한 뒤에도 자주 울분을 터뜨렸어요.

 

가장이면서도 가족들을 위해 직장생활하고 돈을 벌어야 하고

자식을 키우면서 당연히 돈이 든다는 것을 못내 억울해하고 그 멍에를 몸에 걸친적이 없었으면서도

행여나 그러기라도 할까봐 더 미치광이처럼 술마시고 길가를 쏘다녔던 사람.

 

나중에 우리들이 여상졸업후, 회사를 다니면서 모은 돈도 다 쓸어가고

결혼할때 받은 축의금도 전부 쓸어가고

우리들 통장에서 돈을 전부 인출하고 의자에 앉아 만면에 웃음띤 얼굴로 느긋하게 기분좋아하던 그 사람.

 

집에 돈 50원도 없을 때이니 그런 돈뭉치들이 손아귀에 단단하게 잡힌 그 감촉을

아빠는 무척 좋아했던 것같아요.

 

그런 아빠가 평생을 술만 먹고 살더니,, 결국은 암에 걸려 그 고통을 못이기고 스스로 갔어요.

엄마는 그런 아빠에게 너무 고생하고 살아서 눈이 현재 안보이고요.

심장병, 암, 고혈압, 속이 타버릴듯한 위염,관절염등등으로 74세를 맞이했어요.

 

가끔, 젊은 시절의 앳된 얼굴이던 엄마를 그 오래된 흑백사진속에서 보면,

사람을 잘 만났으면, 이리 힘들진 않았을텐데.

아빠도 젊은 시절은 참 잘생겼지요.

그런 잘생긴 얼굴로 좀 잘살아주지.

죽는 날까지 자식들에게 아빠라는 호칭 듣는날이 드물고

창자가 잘리는 고통을 안으로 숨기며 살았던 사람.

 

언젠가 늦은 밤에 레바논 선인장인지 기억이 잘 안나는  b급 영화를 본적있는데

어떤 남자가 한때 애인이었던 여자를 줄곧 찾아다니는 영화를 본적있었어요.

그 소름끼치던 언행, 번들거리는 기름같은 눈동자. 입술사이로 보이는 이빨들사이로 마구잡이로 흘러나오는

천한 말들.

걸핏하면 화내기 일쑤고.

여자 등골빨아먹으면서도 폭력을 마구 휘둘렀던 그 영화속의 그남자.

 

우리아빠같은 사람,

이혼이란 거 통하지도 않았던 사람이지요.

이혼이란 단어는 앞으로 어떤 걸 해야 하고 참아야 하는지

그걸 모르는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렇게 짐승같은 누렇고 튼튼했던 들개같이 날카로운 이빨도 나중엔 한개도 남지않고 다 빠져버리고

머리칼마저 희끗해져 그마나도 없어지고 점차 몸이 종이처럼 마르더니, 나중엔 의자에 앉아 바짝 마른 두 다리를

벌벌 떨며 앉아있는 모습이 아기처럼 작고 여리게 보일때 뭉클하고 뭔가 가슴속에 올라오면서 내눈가득 눈물로 잔뜩

 일렁이게 만들어 놓던 사람,

그 사람이 혼자 가족들모르게 가고 소방대원이 왔을땐 이미 서너시간은 지난듯하다고.

 

어찌 그렇게 온몸이 하얄까

수의로 입을때 언뜻보이는 어깨나 목둘레가 참 하앴어요. 눈처럼.

천사가 되어서 간걸까 싶을정도로.

나중에 알고보니, 온몸의 혈액이 마르면서 피부가 그리 보이는 거라네요.

 

엄마는 나중에 병원에 말기암으로 입원했을때 같이 있던 병실 사람들이 다들 우리 남편이 얼마나 자신을 사랑해주는지

떠들때 엄마혼자 구름이 떠가는 봄날의 창문을 멀거니 바라만 보았다고 맞은편  인공관절 수술마친 할머니가

나중에 저에게 몰래 말해주었어요.

8인용 병실이 다들 남편자랑으로 시장터같이 시끄러울때 엄마는 그저 말없이 눈물 고인 눈으로 창문밖만 보았다고요.

 

우리 엄마, 그 말기암을 이기고 그게 벌써 8년전이고 또 봄을 맞이했는데

남은건 보이지않는 두눈과 병든 육신뿐이고

엄마는 그저 지나간 많은 세월들앞에 언제나 입만 무겁게 닫을 뿐이지요.

남편 잘못만나 누구보다 많이 고생한 무서운 시절을 겪은 엄마.

IP : 220.89.xxx.11
4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이고...
    '18.3.31 10:41 AM (115.136.xxx.38) - 삭제된댓글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 2. 47528
    '18.3.31 10:44 AM (223.38.xxx.168)

    잘 읽었습니다..

    이런 삶도 있네요. 하늘도 무심하시지....

  • 3. 그냥
    '18.3.31 10:46 AM (221.149.xxx.183)

    잊으세요. 자식은 부모 선택 못합니다. 두 분은 두 분의 삶이고 이제 복수할 수도 없으니 다 잊고 내 남편, 내 자식이랑 매일매일 행복하게 사세요. 님은 그럴 자격 충분합니다. 님이 행복해야 님 아이도 행복하다는 거, 잘 아시잖아요. 행복하세요~

  • 4.
    '18.3.31 10:49 AM (210.220.xxx.245)

    그 연세들에 남편들이 잘해준다고 서로 배틀할리가....
    그것도 옆할머니가 그런이야기 전달할 확률이 극히 드물것같은데.....

  • 5. 글을 참 잘 쓰시네요
    '18.3.31 10:49 AM (125.128.xxx.251)

    원글님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네요 고생하신 어머니 심정이 느껴져 울컥했어요 이제는 모두 내려놓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 6. ㅇㅇ
    '18.3.31 10:50 AM (223.62.xxx.71)

    실화 인가요
    글이 소설같아요..

  • 7. 눈물이
    '18.3.31 10:52 AM (175.120.xxx.219) - 삭제된댓글

    글을 정말 잘 쓰시네요.

    제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행복합시다.

  • 8. ...
    '18.3.31 10:54 AM (1.237.xxx.189)

    자식 때문에 붙어 산거죠
    혼자 살려면 도망 못갔겠어요

  • 9. 눈물이
    '18.3.31 10:55 AM (175.120.xxx.219)

    글을 정말 잘 쓰시네요.

    제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저는 아직 글로 쓰지 못하겠어요.
    회한이 많아
    녹여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얼마 안되서 그런지
    아직도 회오리가 몰아쳐요.

    우리 행복합시다....

  • 10. 정말
    '18.3.31 10:56 AM (121.152.xxx.92)

    슬픕니다. 원글님 앞으로 내내 행복만 하시길..

  • 11. ...
    '18.3.31 10:57 AM (1.237.xxx.189)

    그래도 자식 책임지고 지켰잖아요
    행복하지 않아도 의미없는 삶이 아니였어요
    자식이 그런거죠
    낳고나면 빼도박도 못하고 책임져야하는거

  • 12. 원글
    '18.3.31 11:00 AM (220.89.xxx.11)

    저도 그 병실 장면은 기억이 나요.
    제가 엄마 옆에 있었거든요. 엄마는 말기암이 우연히 늦게 발견되었던 거고 그때문에 저도 많이 당황했던 것같아요. 무척 신경질적인 엄마곁에서 처음부터 뭘 해야 할지 몰랐어요.
    그날 엄마또래와 비슷한 사람도 있었고 그보다 약간 젊은 사람들도 있었는데
    엄마가 자리잡은 곳이 창가쪽이라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던게 기억나고.

    맞은편 동그란 얼굴의 할머니가 엄마가 잠든 어느날,
    그런 이야기를 몰래 나직나직하게 해주었었어요.
    남들은 다 남편자랑으로 떠들썩한데 혼자 눈물이 고인 눈으로 창문밖 하늘만 바라보았다고.
    그런 엄마의 눈빛을 아무도 모르게 오랫동안 바라보던 그 누군가가 있었고
    그 이야기를 제게 해준 그 할머니, 종종 생각이 났어요.
    82에서 우리 남편, 분노조절장애인가요 라는 글 요즘 들어 많이 읽게 되는데
    그때마다 참, 마음이 너무 답답해지고
    저도 가난하다는 이유로
    준비물 못해오던 저한테 내가 너같은 것들때문에 내 인생이 이모양이다 라고 떠들면서 이리 가봐라,저리가봐라, 무릎꿇어라 라고 하면서 화를 내면서도 어쩔줄 몰라하던 선생님들이 생각나네요.

  • 13.
    '18.3.31 11:10 AM (117.123.xxx.53)

    눈물나네요...

  • 14.
    '18.3.31 11:18 AM (223.62.xxx.193) - 삭제된댓글

    그 연세들에 남편들이 잘해준다고 서로 배틀할리가....
    그것도 옆할머니가 그런이야기 전달할 확률이 극히 드물것같은데.....22

  • 15. .
    '18.3.31 11:20 AM (118.42.xxx.65) - 삭제된댓글

    할머니들께서 남편자랑도 하신다니 놀랍네요.
    병실풍경이 드라마같아요

  • 16. 어쩌다가
    '18.3.31 11:27 AM (14.138.xxx.96)

    그런 남편과....에휴

  • 17. ..
    '18.3.31 11:27 AM (118.36.xxx.94)

    저희아빠랑 비슷하네요..정도의 차이를 말할순 없겠지만
    저도 집을 나오는게 소원이었던 사람이에요.
    덕분에 정신적으로 바르게살지도 못했어요.
    과거가 그러니 현재인 지금도 힘들게 삽니다.
    과거 힘들었던 상황은 수억원을 준대도
    돌아가고 싶지않아요.
    차라리 힘든 이상황이 낮죠.
    지금도 병으로 누워서 엄마에게 욕을 하며 요양을 받고있는거 보면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가도
    하루라도 빨리 죽었으면 좋겠어요.

  • 18. ...
    '18.3.31 11:27 AM (125.128.xxx.199) - 삭제된댓글

    대부분의 사람들의 인생의 희노애락이 얼추 비슷하다지만..
    님 어머님 (그리고 님까지..)은 좀 더 특별한 인생을 사셨네요.

    글을 참 잘 쓰십니다.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는 몰라도, 소설을 쓰시거나 관련 일을 꼭 하셨으면 해요.

    사람들은 누구가 이러 저러 갖가지의 아픔을 겪고 안고 살아가지요.
    그 고통, 결핍등을 통해 우리가 더더욱 성숙해 진다고 하죠...

    쉽지는 않겠지만
    그 고통과 고통의 기억속에 갇히지 말고,
    과감히 뚫고 나와서
    좀 더 나은 내일을 살아가는 에너지로 승화 시켜 보자구요.

    참고로...
    병실에서 자식자랑 남편자랑 배틀 종종 이루어지고요. 저도 보고 들었고요.
    병실뿐만이 아닙니다.
    노인정에서도 은근히 자식자랑 남편자랑 많습니다.

    많은 인간들이 모이는 자리엔
    항상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나) 자랑질, 허세질.. 하는 인간들 여전히 많습니다.....

  • 19. ...
    '18.3.31 11:27 AM (62.248.xxx.14)

    그런 어려움을 겪고도 일을 하시고 아이들을 건사하신 어머니가 대단하시네요. 아버지는 군대 때문에 셩격이 변하신 건 아닐까요? 저도 살갑게 지내지는 못했던 아버지지만 많이 아파 돌아가실 때 모습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사고사가 아닌 이상 누구나 늙고 기력이 쇠하여 사망하게 되는데 시간이 인간의 육체에 하는 일이 참 잔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머니가 많이 불편하고 답답하실 것 같습니다. 원글님 가정에 평화를 바라겠습니다.

  • 20. 어쩌다가
    '18.3.31 11:28 AM (14.138.xxx.96)

    해요 할머니들 안 하실거 같죠 진국이었네 화장품 사다줬네 치맛감 들고 왔네 혹독한 시집살이중 시어머니 몰래 사과 들고왔네 그런거 하세요

  • 21. whanfwnrk
    '18.3.31 11:29 AM (117.111.xxx.167)

    ㅠㅠ슬퍼요.엄마..ㅠ

  • 22. 저두
    '18.3.31 11:29 AM (117.111.xxx.41)

    드라마소설 같은 느낌이 살짝....
    원글님이 글을 너무 잘쓰신듯

  • 23. 원글도 잘 읽었는데
    '18.3.31 11:56 AM (223.62.xxx.229)

    읽다가 문득 뜬금없이
    성태는 알까
    들개란 말이 이런 시츄에서나 사용된다는것을...

  • 24. ....
    '18.3.31 12:04 PM (1.237.xxx.189)

    에혀
    젊어서도 하는 기세등등해지는 옷자랑 남편자랑 자식자랑을 늙어서 왜 안하겠어요

  • 25. 원글
    '18.3.31 12:34 PM (220.89.xxx.11)

    한번도 누구에게도 꺼내놓기가 어렵죠. 아마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제 가슴속에서 묻어가겠죠.
    저에게 그런 시절이 있었으리라고 누가 상상하겠어요, 그리고 이건 아직도 소설이 아닌 실화로써 인간 하나하나가 누구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하듯이 저도 더 구구절절한 일화가 더 많지요. 이이야긴 오직 단편이고
    게다가 많이 함축한 것이니까요. 그런 엄마아빠사이에서 태어나고 학교를 다녀야 하고 그가운데 친척집을 전전하면서 있었던 이야기들은 다 저만 아는 거지요.
    어떻게 여기에다 다 쓰겠어요, 그 길고 긴 유장한 지난날들을요.

    전 그렇게 어렵고 힘든 가정환경속에서 자라났으면서도 전 무척 겁이 많았어요.
    쉽게 길거리로 뛰쳐나가지도 못했고 불량 청소년이 되지도 못했고, 오로지 겁만 많아서
    사람들이 농담으로 "죽었쓰~~"이러면, 정말 속으로 덜덜 떨었어요. 농담인데도^^
    그런집에서 자라면 정말 비행청소년이 되고 말도 걸지게 하고 거리로 뛰쳐나가고 등등 이런다는데
    어린맘에도 세상은 정말 무서웠거든요. 늘 겁실린 눈동자로 살았어요.
    오늘 밤 잠들기전 내일 학교준비물로 맘은 무겁고, 시력은 많이 나빠져서 칠판글씨는 안보이고
    학교에서도 매일 긴장하고 정신 곤두세워가면서 군기가 바짝 들어도 매일 혼나고 집에갈때 비오면 다 맞고 가고, 여기가서도 혼나고 저기가서도 혼나고, 먹고 싶은건 많고, 허기지고.
    그렇게 살았으니, 그 힘든만큼 더 강해지고 세진다는데 전 그 시절의 트라우마가 너무 강하게 남아있어요.
    어디가서도 제 의견 피력도 하지못하고 살아오고,
    그나마 제게 위안이 되어주었던건 책들과 교회에서의 착한 친구들덕분이었던것 같아요.

  • 26. 애비
    '18.3.31 12:37 PM (39.7.xxx.139)

    란 인가니 더 일찍 죽었어야해요
    전 가끔 그 영화 돌로이스 크레이든인가?하는 영화생각하면서 마음다잡습니다

  • 27. ..
    '18.3.31 12:42 PM (116.37.xxx.118)

    장기요양병원 80대90대 할머니들...

    자식들 자랑을 많이 한다 들었어요

    버림받은게 아니라는 걸 어필하느라...

  • 28. ..
    '18.3.31 12:48 PM (116.37.xxx.118)

    ㄴ아.. 생각나요

    돌로레스 크레이븐..

    http://naver.me/x1SC0baE

  • 29. 윗님
    '18.3.31 12:53 PM (175.116.xxx.169)

    장기요양병원은 노인을 버리는 곳들이 아닙니다
    90 살면서 병수발 그 집 며늘이 하라는 건가요?
    사회적으로 요양병원 내부를 감시할 일일 뿐이죠

  • 30. ...
    '18.3.31 12:56 PM (125.185.xxx.193)

    원글님 제 맘이 너무 짠하네요
    전 공고에서 근무한 적 있었는데요
    불안하고 반항적이고 위축되고 너무 공격적이거나 반대로 너무 그림자처럼 있던 아이들...
    알고보면 온갖 사연들이 그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이 아이들은 어찌 버티고 있을까? 나라면? 아무리 즐거운 일이 있어도 웃지 못할거 같은데....

    눈오는 밤이되면 사람들은 얼마나 배달음식을 시킬까? 내일 아침 우리 학생들은 녹초가 된 몸으로 학교와서 교실 책상에 엎드려 수업을 들을 수도 없을 정도가 되겠지. 그리고 엎드려 있던 어느 덩치 큰 고등학생 이마를 만져보니 열이 펄펄...

    거기 근무하면서 전 학생들은 다 사연이 있을거라 생각하게 되었죠.

    원글님 독서를 많이 하셨다니 이런 필력이 나오나 봅니다. 꼭 님의 경험을 글로 써서본인 블로그에라도 일기쓰듯 차곡차곡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한 것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알고 평범한 이들이 특별한 상황에도 공감능력을 가질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31. 사랑
    '18.3.31 1:04 PM (182.211.xxx.224)

    원글님. 기운 잃지마시고 용기도 잃지마세요. 아무도 원글님 이해못해주고 도와도 못주는데 계속 겁내고 사시기엔 좋은세상 억울해요. 조금만 더 세상으로 가볍게 나가시길요..제가 다 마음이 아립니다.

  • 32.
    '18.3.31 1:13 PM (182.211.xxx.69)

    저도 못지않게 힘들게 살아왔는데
    살아온 이야기를 하고있으면 주변인들이 먼저 눈물을 보이며
    어찌 그리 힘든얘기를 남얘기 하듯 무덤덤하게 풀어놓냐고
    놀라곤 하거든요
    이 글이 마치 그런것 같아요 남얘기하듯 팩트 위주로 무덤덤한것 같지만 감정에 휩싸여 날뛰는 과정 그 이상의 단계로 힘들어본 자들이 남얘기하듯 말할수 있죠

  • 33. 455
    '18.3.31 1:27 PM (61.76.xxx.204)

    할머니들 그럽니다. 시부모 모시고 살아서 둘만의 시간, 공간이 없는데 조금 배운 일어로 사랑을 속삭이더라, 그 시골 촌집에서도 틈만나면 자기를 안으려하더라 .. 뭐 그렇게 자랑 많이합니다.

  • 34. ㅇㅇ
    '18.3.31 1:32 PM (116.37.xxx.240)

    지금도 이상한 남자들이 있지만

    예전엔 온전한 남편이 드물때가 있었지요

    돈좀 있으면 첩질하고

    여자와 북어는 3일에 한번씩 패야 한다는 말이 있었지요


    그 시절 고생한 엄마들 가엽죠

    왜 유행가에도 불쌍한 엄마 그리는 노래가 거의 다죠

    아빠는 부라보 인생인가 그거 말고는..

  • 35. 그니까요
    '18.3.31 1:33 PM (223.62.xxx.137)

    자식들은 듣기싫겠지만 자식들땜에 붙어산거 맞죠 ㅠ 고생하셨네요

  • 36. 아아
    '18.3.31 1:36 PM (211.48.xxx.133)

    글 진짜 잘쓰세요
    ㅜㅜ 에휴...

  • 37. ..
    '18.3.31 1:43 PM (211.172.xxx.154)

    책써보길 권합니다.

  • 38.
    '18.3.31 1:52 PM (58.140.xxx.119) - 삭제된댓글

    우리엄마도 서럽고 서럽게 사시다 말기암 발견된지 한달 이십일만에 천국으로 가셨어요.슬프고 슬픈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 39. 마른여자
    '18.3.31 2:35 PM (49.174.xxx.141)

    작가지망생은 아니시죠?

    글을잘쓰시네요~~

    이런분들 참 부러워 전 글을못쓰거든요

  • 40. ..
    '18.3.31 3:41 PM (1.227.xxx.227)

    어머니의 인생이 안타까워눈물이나네요 전 이런생각을해봅니다 애드가케이시도그랬고 뭐 인생상담해주는 분들보면 전생이란게 있답니다 부부는 좋은연으로맺어지기도하지만 내가 지은죄가많던지 원한이 맺히게하면 그걸 받으러 부부로만나기도한다구요 하여간 어떤사연으로 우리들은 다연결이되있답니다 그래서 죄값을받으러오니 현재의 삶에서 복을짓고 살아야한다고하더군요 믿거나 말거나지만 생각나서 끄적여봤습니다 글잘읽었어요 ..

  • 41. phua
    '18.3.31 7:43 PM (211.209.xxx.24)

    토닥토닥토닥..

  • 42. 짠하네요
    '18.3.31 10:08 PM (220.78.xxx.226)

    글 너무 잘쓰시네요
    울아버지도 비슷했지만
    불행중 다행인게 바람나서 일찍 집을 나가버리셨네요
    40년만에 영정사진으로 만난 아버지는 눈물한방울 안나오는 그냥 남 이더라구요
    그게 너무 슬펐는데
    원글님 글 읽어보니
    울아버지에게 감사해야겠어요

  • 43.
    '18.4.1 3:03 AM (223.62.xxx.125)

    아마도 원글님과 비슷한 나이일 듯 합니다.

    제 경우는 어머니가 다행히도 이혼하셨고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저희남매는 이리저리 떠돌다 어머니를 만나 자랐고

    현재
    서로의 상처를 제대로 보듬지는 못하고 있어요.
    물론 뭐.. 아픔 없는 존재는 없을거라는거 알구요.

    당황스러운건
    최근들어 아버지가 그립다는 감정이 드는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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