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과 책.
그리고 나름대로 혼자 자위해왔죠. 책 읽는 것도 좋아하고-책의 질이나 수준에 관계없이, 책 읽는 양만 계량한다면 아마 대한민국 상위 1% 안에 충분히 들고도 남을 겁니다-그 관련된 일로 돈도 벌고 있고
그릇은, 홈파티도 좋아하고 손님 접대도 좋아하고, 모든 그릇을 고루고루 돌려가며 쓰고 있으니 큰 문제 없다.
흔히들 과소비-라기 보다는 쓰지도 않을 물건을 샀다고 한탄하는- 품목에 들어가는 옷이나 화장품은 정말 안 사요.
결혼 15년차동안 이사 네번 했어요. 그 중 두번은 한국에서 해외로, 해외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이사도 포함이구요.
컨테이너 이사 진행하면서 한국에서 나갈때도 엄청나게 버리고 나눠줬다 생각하고, 5년 살고 귀국할 때도, 정말 어마어마하게 주변에 나눠주고 돌아왔어요. (만약 이 두번의 과정이 없었다면 저도 잔짐 엄청났을 겁니다.)
그리고 이 집에서 4년 살고 이제 또 이사를 갈 계획이라 짐을 좀 정리해 보는데요
대체 쓰지도 않을 것들을 뭐하러 그렇게 이고지고 살면서, 이 집은 수납공간이 너무 부족해... 라고 한탄 했을까요.
1. 욕실
욕실장을 열어보니 제가 직접 사지는 않았고 여기저기서 사은품 비슷한 걸로 받은 비닐 파우치(수영 또는 목욕용)가 4개나 있어요. 언젠가는 필요할거야... 라고 쟁여놓은 것들. 이번에 싹 꺼내서 원래 쓰던 파우치들하고 교체할 건 하고 새것들은 버렸어요.
구매 실패한 양치컵이랑 물비누통... 사진만 보고 구매를 했는데 막상보니 마음에 들지 않는데다 마침 더 마음에 드는 것이 있어 사용 한번도 안하고 역시 욕실 장에 방치... 새 집 간다해도 쓸 거 같지 않아 버렸어요.
비누 사면 딸려오던 비누곽... 세개나 있네요. 버렸어요.
선물받은 수제비누... 상자째 방치되어 있네요. 이건 버릴까 말까 고민중... 딱히 샴푸나 린스 고집하는 브랜드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쓰던 게 있으니 늘 쓰던 것만 써서요.
이것 말고도 수십가지가 더 있어요. 욕실장 안에... -_-
2. 부엌
아아... 부엌이요. 아마 모든 주부님들에게 비밀의 던전일 것이 분명한 그 부엌이요.
일단 대형 김치통이요. 귀국 직후 친정 엄마와 언니가 김치 담아 보내준 것... 그 통 비워서 싹 씻어놓고는, -_- 4년째 어딘가 쳐박아 뒀었네요.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지 않는 편이라...) 버려야죠, 뭐.
버튼이 고장난 조지루시 보온병. 버려야죠.
임아트에서 수박사니 사은품으로 딸려왔던 수박용기. 버려야죠. (저흰 수박 사면 바로 해체 작업 끝내서 대형 글라스락통에 넣어버립니다)
역시나 구매 실패한 양념병. 사진보고 구매하고 맘에 안들어 쓰지 않고 치워둔 것... 버려야죠.
유리 밀폐 병... 이것 모으는 취미는 없다고 생각했는데(온갖 유리로 된 잼병이나 양념병, 쓰고 나면 가차없이 버려왔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직접 구매해서 한두번 쓰고 2-3년 방치된 것들이 선반 저 위에 쌓여있네요.
여기저기서 챙겨 온 목기로 된 쟁반... 한참 녹차 마실 때 이건 2인 쟁반, 이건 3인 쟁반 이러면서 사온 것들. 커피로 취향이 완전 이동하면서 3년째 꺼내보지도 않았어요.
냉장고 살때 받은 사은품 칼블럭. 사은품이 오죽하겠나요. 상자째 방치상태인데 버려야죠.
한창 마이보틀 유행하던 시절부터 이런 저런 자잘한 행사장 가면 선물로 주는 트라이탄 소재 물병들. 나눠줄만큼 줬다 생각했는데도 여전히 열개 정도 있고, 아이들 학교 갈때 물병으로 쓸 예정이었으나 정작 아이들은 보온병을 선호.
짝 안맞는, 서너 피스씩 그릇들......
물론 이것말고도 저 위 손 안닿는 선반이나 서랍, 베란다 선반에도 엄청날 겁니다.
이번에 다 싸그리 버리려고 일차로 꺼내서 부엌바닥에 늘어놓으니 정말 제가 다 한심할 지경.
제가 직접 산 것들은 별로 없으니 구매한 비용에 대한 생각보다는, 쓰지도 않을 것들을 왜 이렇게 쟁여두고 살았나 싶어서 그야말로 한심한심한심 합니다.
다들 그러신 거 맞죠? ㅠ.ㅠ 저만 이런 거 아니죠?
1,2가 부엌일 뿐, 베란다, 애들 방, 장난감 상자... 열어보기도 두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