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위에 비리가 켜켜이 쌓이고 악취가 진동하는 온갖 의혹들이 어지러이 난무하는데도
제대로 된 언론 하나 없어 이슈가 되지 못하고 덮이고 잊힐 때
과연 이런 날이 올까 했었는데 정말 이런 날이 오네요. 오고야 마네요.
아름다운 강이 망가지고 혈세가 줄줄 새도, 서푼어치 인격도 안 되는 것들에게 개돼지 취급을 받으면서도
그저 패배감에 젖을 뿐 도무지 분노할 줄 모르는 너와 나, 우리를 보며 때론 좌절감도 느꼈었는데,
그 순간에 임계점을 향해 착착 올라가고 있었던 거였어요.
미약한 촛불이 혹시라도 꺼질세라 머릿수라도 보태고자 눈보라치는 거리로 기신기신 나섰던 그 날들부
터, 투표용지에 잉크가 번질까 접지도 못하고 호호 불던 그날을 지나 오늘까지,
참 까마득해 보이던 그 길을 조심조심 걸어왔네요. 모두 함께여서 가능했어요.
그리고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도무지 올 것 같지 않던 이런 날이 오네요.
앞으로도 우리는 우리가 그리는 세상을 향해 지치지 않고 쉼 없이 나아갈 거지만
오늘만은 서로 보듬어주고 토닥여주기로 해요.
수고했다고. 애썼다고요.
오늘밤은 쉬이 잠이 올 것 같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