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고 재미있을것 같아 골라왔던책이 두세장을 넘기기도 전에 너무 읽기 힘든 책인걸 알았어요.
전 김연수 소설가의 책이 쉽게 읽혀지지 않더라구요.
내가 아직 아이였을때,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스무살, 사랑이라니, 선영아 ..
제목만으로는 아직 우리들의 가슴은 푸른 담쟁이잎사귀같이 싱싱하다는 깨우침을 줄것만 같은데
막상 읽어보려면 쉽게 읽혀지지가 않아요.
소설가의 일이라는 김연수의 산문집인데 보드라운 빵껍질같은 재질의 팥죽색깔로 만들어진 커버가 맘에 들어서
내용도 그렇게 어릴때 빵집의 아들답게 맛있을줄알고 빌려왔더니, 너무 어렵더라구요.
처음엔 어떻게 읽지 했는데, 결국은 이틀에 걸쳐 다 읽었어요.
세상에 이렇게 지루하고 딱딱한 책을 저보다 앞서 다 읽은 분이 계시더라구요.
그 분이 열심히 읽어 내려가다가 삼각형모양으로 접은 지점을 희망삼아 저도 열심히 읽고 그 접혀진 자리를 똑같이 접으면서 생각을 정리하며 이틀만에 완독.
도서관책들이 대체적으로 많이 낡고 바래긴 했는데
전 가끔 희미하게 연필로 밑줄을 그은 대목이라던지, 아니면 어느 페이지에서 살짝 삼각형모양으로 접은 자국을 보면
마음이 저절로 편안해져요.
나처럼 이 글귀언저리에서 한참 머물러 있었구나. 아니면 그 밑줄그어진 부분에서 저도 잠시 쉬기도 하고.
가끔 끝까지 읽기 힘든책을 만날때 저의 이런 맘을 알기라도 하듯 끝까지 읽은 티가 나는 책들을 보면 저보다 앞서
그 어려운 책을 읽어내려간 어떤 분의 끈기있는 손을 잡고 달려가는 기분이에요.
그래도 소설가들은 어떻게 글을 쓰는지, 또 평상시 사용하는 단어들에도 굉장한 애정을 갖고 있는지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 그리고 우리가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유한한 존재들이면서도 왜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
어느정도 맘에 와 닿았다면 이렇게 어렵고 힘든 책을 읽은 보람이 있는거겠죠?
그런데 너무 어려웠는지 지금도 머리가 어질어질하네요^^
그리고 우주의 빅뱅처럼 이책의 마지막을 끝맺는 이책의 멘트.
너무 멋져서 82맘님들께도 드리고 싶어요.
고통과 절망은 우리가 충분히 오래살지 못한다는 사실을 뜻할 뿐이다.
그러나 우리 개기인은 충분히 오래살지 못하지만 우리 인류는 충분히 오래 살테니, 우리 모두는 고통과 절망속에서
죽겠지만 우리가간절히 소망했던 일들은 모두 이뤄지리라.
우리가 우주라는 무한한 공간과 역사라는 무한한 시간을 상상할수 있다면,
과거의 빛과 미래의 빛이 뒤섞인 밤하늘처럼 과거의 사람들과 미래의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 있는 광경을
상상할수 있다면,
먼훗날 어딘가 다른곳이 아니라 지금 즉시 바로 여기에서,마흔살이 지난뒤에도
우리가 미혹돼야만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