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터질 것 같습니다. 이런 숨막히는 느낌이 너무 싫습니다.
봄이가 세상에 없다는 것 보다.. 설사하는 순간부터 구토하고 병원에 데려갔다가 수액 (멸균생리식염수) 맞추고,
집에 와서는 그런 거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제가 남편한테 봄이를 잡으라고 하고,
그 작은 몸에 수액과 주사를 직접 놔주는 동안... (몸에 바늘을 내내 꽂아두고 맞는 수액이 아니라 커다란 주사로 피하에 50ml를 한꺼번에 놓아주는 거였는데.. 그것도 봄이에게 너무 힘들었을 것 같아요..)
아픈 애한테 결막염 연고랑 안약을 중간 중간 넣는다고 그러는 동안..
봄이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아기랑 아파트 놀이터에 갔다가 놀이터 앞 동 현관에서 울고 있었고.. 제가 가도 피하지 않고 계속 울었습니다.
밥이라도 먹이고 아프면 치료해서 입양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데려온 첫날, 저희집 늙은 개들과 2살 다 되어가는 고양이.. 그리고 아기... 저희 엄마에게까지 먼저 다가가서 인사하던 순둥이였습니다. 집에 오니,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픈 거 꼭 다 낫게 해주고 싶었는데... 이렇게 되고 말았네요..
제가 범백에 너무 무지했던 것 같아요.
지난 수요일에 처음 데려왔을 때, 눈이랑 코가 지저분하고 아파보여서 병원에 데려갔었는데..
(저희집 고양이 중성화 수술했던 곳) 거기서는 검사는 없었고, 눈으로 보고는 허피스나 칼리시(?) 이런 바이러스 같다면서 주사 놓아주고, 일주일치 가루약, 구충약, 결막염약등을 처방 받아 왔습니다.
항문부분이 좀 부어있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 없었구요..
처음 본 변이 묽은 변이었고 피가 좀 보였는데...
저는 얘가 너무 못먹다가 먹게 된거고.. 항문이 좀 상처가 나서 그런거라고 생각했고.. 하루 이틀 두고 보려고 했습니다.
저희 강아지들도 혈변이나 설사를 했을 때, 좀 지켜보다가 병원에 가거나 자연치유되거나 그래서..
그런데, 새끼고양이에게는 그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걸 몰랐습니다.
고양이가 그랬을 때 바로 더 전문적인 병원을 찾아서.. 더 적극적인 치료를 해주지 못한 것이 잘못인 것 같습니다.
먹은 걸 그대로 토했을 때는 기름진 고양이용 캔이랑, 삶은 닭가슴살, 개사료 불려서 (마침 고양이 사료가 다 떨어져서) 줬는데, 다 먹고 너무 과식해 토한 거라 생각했어요.
봄이가 그렇게 떠난 후에 범백에 대해 검색해서..
수액, 영양분 공급, 혈청주사 등으로 병을 극복한 아기고양이 투병기를 보면서..
토하던 그 날, 변에 피가 보인 그 날 나는 봄이를 입원시키고 그렇게 하지 않았나..
영양주사, 수액을 내내 공급해주고... 혈청주사도 맞게 하고.. 그랬으면 얘가 그렇게 가지 않았을 것만 같아서..
그리고 그렇게까지 하고도 어쩔 수 없었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까지 마음 아프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수요일 병원에 데려갔었던 그 날.. 왜 의사선생님이 범백을 의심하지 않았었는지 원망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밥을 잘 먹는다고 해서.. 그랬겠지 하면서도..
길냥이라서 여러 검사를 안해준건가.. 그런 생각까지 드네요.
토요일에 병원에 다시 병원에 데려갔을 때는.. 범백키트 검사하고는.. 예후가 좋지 않다고 죽을 것처럼 저에게 얘기했고, 저는 그래도 치료는 해볼 수 있지않겠냐면서.. 피하에 수액을 주사하는 거랑, 항생제주사(?) 놓는 것 배워서 제가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토요일에 병원에서 수액과 주사 두 대를 맞추고, 집에 와서 밤에 제가 배운대로 다시 수액을 주사하고.. 제대로 하지 못해 세 번이나 그 작은 아이를 바늘로 찔렀네요. 다음날인 일요일 오전에 다시 수액과 항생제주사를 놓아주었고.. 그 날 오후에 봄이가 죽었습니다. 죽기 한 시간 전 봄이를 격리해두었던 작은 방에서 야옹거리는 소리가 나서 가보니 문 쪽으로 걸어 나오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기력을 다해 소리내서 저를 찾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 시간 동안 봄이는 너무 힘들어보였습니다. 혹시 모를 감염 문제 때문에 그냥 안고 있지도 못하고, 패드로 제 몸을 덮고 봄이를 안았습니다. 제가 안고 있어서 더 힘든건가 해서, 내려놓으니 몸을 가누지 못하고 굴렀습니다. 그래서 다시 안고.. 주사기에 있는 황태 끓인 물을 입에 조금 넣어줬지만 그냥 흘러내리고.. 그렇게 한 시간 정도를 안고 머리를 받치고 만져주면서.. 힘내라고 말했다가... 얘가 빨리 숨이 끊어져서 그만 힘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는데.. 몸을 들어올리니 노란 액체를 가득 토해내고 숨이 멎었습니다. 그 노란 액체를 빨리 토하고 싶었는데, 내가 안고 있어서 그렇게 못했던 건 아닐까.. 하아.. 정말 말도 못하는 이 어리고 작은 고양이에게 내가 너무 큰 고통을 준게 아닌가... 죄책감이 몰려옵니다.
의사선생님이 범백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더라도.. 설사를 하던 날, 고양이 전문병원에 데려가서 입원하고 더 잘 치료했어야 하는데.. 인터넷이라도 더 적극적으로 검색해봤어야 했었는데.. 집에 어린 아기 본다고.. 일분일초가 급한 그 병을 그렇게 방치해 뒀다니... 그 시간 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 생각 때문에 미치겠습니다.
집에 있는 18개월짜리 아기와 있으면 더 봄이 생각이 납니다.
사람으로 치면 우리 아기처럼 떼쓰고 어리광피우고 사랑받아야 하는 아긴데..
너무 불쌍하고... 봄이에게 너무나 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