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로 드러난 나꼼수의 실체
-석연찮은 정봉주, 음모론을 다시 제기하는 김어준
2018.03.13
정봉주의 성추행 폭로 건이 점입가경입니다.
프레시안의 폭로-정봉주 서울시장 출마 선언 회견 취소-이틀 후 정봉주, 당일 여의도에 간 적이 없으며 피해자를 만난 적이 없다며 반박-프레시안, 피해자 남자친구에게 보낸 이메일 공개하며 재반박-정봉주, 물증(사진) 제시하며 성추행 당일의 3시부터 5시까지의 알리바이 제시하며 재재반박-프레시안, 정봉주가 언론플레이를 한다며 또 반박-당일 2시경 정봉주를 여의도 렉싱턴 호텔까지 태워준 ‘민국파’의 증언-정봉주, 명진 스님을 만난 것이 2시 30분으로 물리적으로 그 시간에 여의도에 갈 수 없다고 반박-‘민국파’, 2시 17분에 자신이 렉싱턴 호텔에 간 정봉주를 기다리며 정봉주사식위원회 모금 마감을 알리는 글을 노트북으로 올렸다고 정봉주 말을 반박, 그 글의 아이피와 올린 장소를 위치추적하면 된다고 자신 있게 말함-박훈 변호사, 정봉주가 대국민사기극을 벌인다고 용서할 수 없다며 피해자를 무료 변론하겠다고 자처-이 이후 정봉주의 반박은 없음.
이제까지 진행된 상황을 보면 프레시안(폭로 기사를 쓴 서어리 기자)과 피해자, 정봉주 간에 진실게임이 되었으며,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 명백합니다. 어느 한 쪽은 정치사회적으로 매장되거나 무고죄, 혹은 명예훼손으로 처벌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쌍방간에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이 불가피할 듯 보입니다.
그러나 이 게임은 의외로 싱겁게 끝날 것으로 예상되네요.
정봉주가 프레시안을 대상으로 오늘 고소장을 접수했으나, 6개 언론사(기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정작 당사자인 피해자 A씨나 A씨의 증언이 맞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민국파’에 대해서는 고소장을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정봉주는 피해자 A씨를 특정할 수 없어 고소하지 않았다고 변명하지만, 피해자 A씨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고 초기에 말했으며, 심지어 피해자 A씨로부터 카톡으로 문자를 최근에 받기도 했고, 폭로 내용을 보아도 피해자 A씨가 누구인지 정봉주는 알 수 있습니다. 정봉주는 ‘민국파’도 누구인지 알고 있다고 한 마당에 직접적인 당사자인 이들을 왜 고발하지 않았을까요? 피해자 A씨와 ‘민국파’를 고소할 경우 이들이 무고죄로 정봉주를 맞고소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검찰에서 바로 이들을 조사할 경우 진실이 빨리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유추하는 것이 무리일까요? 정봉주는 자신이 당당하고 거짓에 의해 매도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당사자인 피해자 A씨와 ‘민국파’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당장 고소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더구나 박훈 변호사는 정봉주에게 자신이 거짓을 말한다면 자신을 고소해 달라고 요구까지 하고 있는데도 정봉주는 아직 이에 대해 말이 없습니다.
제가 정봉주의 말보다 피해자 A씨의 증언이나 ‘민국파’의 증언에 더 신빙성을 두는 것은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피해자 A씨는 사건이 벌어지고 2주 뒤인 2012년 1월에 남자 친구에게 당시 성추행 건에 대한 자신의 심사를 나타낸 글을 이메일로 보냈습니다. 정봉주의 말대로 피해자 A씨의 폭로와 프레시안의 보도가 자신을 옭아매기 위한 공작이라고 한다면 피해자 A씨는 정봉주를 매장하기 위해 이를 2012년 1월에 계획하고 미리 이메일을 남자친구에게 보내 증거로 만들었다는 것인데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될까요?
‘민국파’도 자신이 렉싱턴 호텔에 간 정봉주를 기다리며 노트북으로 글을 올린 시간(오후 2시 17분)과 글을 올린 위치, 그리고 IP를 확인하면 진위가 밝혀진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있습니다. 정봉주는 민국파’가 당시 자신을 태우고 다닌 사람이 아니라고 부인도 하지 못하고 있으며, ‘민국파’가 자신 말고도 2~3명이 함께 있었다고 증언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반박을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정봉주가 진실을 말하고 피해자와 ‘민국파’가 거짓을 말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습니다만, 여러 정황이나 증거로 볼 때, 정봉주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힘든 상황이네요.
정봉주, 김어준 등 나꼼수 멤버들의 거짓말이나 도덕성 문제에 대해서는 묻지마 지지를 하는 꼴통 맹신파들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그 증거들이 곳곳에 널려 있어 조금만 관심이 있으면 쉽게 확인됩니다. 이번 미투로 인해 나꼼수의 실체들이 드러날 기회가 생겼고, 정봉주나 김어준의 뻘짓으로 국민들이 확실하게 알게 되었을 뿐입니다.
나꼼수 멤버들이 팟캐스트에서 지껄였던 말들이나 김용민이 미국무장관 라이스(여성)을 강간해야 한다는 발언 등과 같은 성적 막말, 주진우가 홍성교도소에 있는 정봉주를 면회하며 접견록에 썼던 “관리하던 여성 명단 넘겨라. 폭로하기 전에”라는 글, 안민석이 방송에서 정봉주는 사생활이 복잡한 사람이라고 대놓고 이야기했던 사실, 나꼼수가 “정봉주는 정력감퇴제를 먹었으니 걱정하지 말고 (성적 메시지로) 응원해도 된다”고 하거나 여성의 비키니 사진과 가슴 사진을 올리며 응원하는 것을 추켜세웠던 일, 김어준이 딴지에서 성 관련 상품을 판매했던 사실 등등을 종합해 보면 이들의 여성관이 어떠하며, 정봉주가 거짓말을 하는지 피해자가 거짓말을 하는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미투가 본격적으로 터지자 보수에 의한 진보진영의 공격의 일환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했던 김어준은 정봉주가 걸려들자 또다시 음모론을 제기하면서 정봉주를 쉴드치기 시작합니다.
보수진영에서 기획된 미투가 아니라는 사실은 너무나 명백합니다. 현 자한당이나 보수진영은 이런 미투를 기획할 능력이나 정보력이 없습니다. 또한 자신들도 성추문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자칫 역풍으로 자신들이 다칠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할 이유도 없습니다. 더구나 진보진영 내의 성추문을 이렇게 샅샅이 알기 쉽지 않으며, 폭로자들 대부분이 진보성향의 피해자들인 것만 보아도 보수진영의 기획설은 설 자리가 없습니다. 김어준의 보수진영 기획설은 피해자들이 보수진영 공작에 놀아났거나 협조한 사람들이라는 뜻인데, 이는 피해자들에 대한 심각한 2차 가해입니다.
진보진영 인사들이 줄줄이 당하는 것에 분을 참지 못하는 꼴통 맹신 깨시민들이나 정봉주 지지자 일부가 이런 김어준의 음모론에 동참하며 프레시안과 피해자를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이들은 음모론에 더해 정봉주의 사례는 권력과 위계에 의한 성적 추행과는 결이 다른 개인적 사생활이라면서 정봉주 건을 폭로한 프레시안과 피해자를 비난하기 시작합니다. 미투 분위기를 이용해 사적 보복을 하는 것이며, 프레시안의 서어리 기자와 피해자가 친구라는 사실을 들어 폭로가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프레시안의 기사의 정당성과 피해자의 폭로를 비난합니다. 한마디로 얼토당토한 궤변이며 정봉주를 옹호하기 위한 무리한 논리의 전개입니다.
정봉주, 민병두, 박수현의 사례는 권력과 위계에 의한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이라는 본연의 미투와는 성격이 다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이들에 대한 폭로가 의미가 없는 것도 아니며 폄하당하거나 비난받을 하등의 이유도 없습니다.
정봉주와 박수현은 전직 국회의원에 서울시장과 충남도지사에 출마하려는 자들이고 민병두는 현역 국회의원 신분으로 모두 공인입니다. 철저하게 검증받고 국민들의 감시를 받을 대상이지요. 이들의 사적 성추문 폭로는 이들에 대한 도덕성 검증으로 정당하며 칭찬받을 일이지 비판받아서는 안 됩니다.
미투와 결을 달리 한다고 해서 이들에 의해 피해를 입은 여성들의 폭로가 공작에 의한 것이라거나 개인적으로 사과 받고 해소할 수 있는 일을 공개적으로 폭로하여 사적으로 보복한 것이라며 비난하는 것은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입니다.
이것을 이해 못하시는 분들에게 조금 쉽게 설명 드리겠습니다.
그 동안 보수 정치인들의 성추문 사건이 폭로될 때 여러분들은 그런 것은 개인적으로 사과 받고 끝낼 일이라고 주장했었나요? 보수 정치인의 성추문을 언론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할 때 여러분들은 그런 언론들을 비난하셨는지요? 이제 스스로 답을 구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직장 동료, 선후배 등 주변 사람들과 미투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꼭 듣게 되는 말이 있습니다. 민주적 문재인 정권이 들어섰기 때문에 미투가 가능했지 보수진영이 정권을 잡았으면 미투는 어림도 없었을 것이라며 마치 미투가 문재인 정권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주장을 합니다.
이런 주장하는 분들은 대개 진보인사들만 주로 걸려던 미투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진보진영이 곤혹스럽게 된 것에 안절부절 못하더군요. 이런 자신의 상황을 자위하고 싶어 저런 주장을 하고 싶은 것은 이해하지만 이런 주장은 근거나 논리가 없는 망상입니다.
보수진영 인사들도 미투로 폭로되었거나 보수진영 정치인들만 이번에 폭로되었다면 저 주장이 일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보수 정권 시절에 보수 정치인들의 성추문을 폭로하면 보수 정권이 압박과 회유를 하거나 자칫 생명의 위험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보수 정권 시절에 보수 정치인들의 성추문은 끊임없이 폭로가 이어진 반면 진보진영 인사들의 성추문은 거의 없었습니다. 이건 무얼 말할까요? 만약 보수정권 시절에 지금 미투에서 터진 사례와 같이 진보진영 인사들의 성추문 폭로가 있었다면, 아마 진보진영에서 지금 김어준이 주장하듯이 보수 정권의 공작이라고 음모론을 제기하여 피해자들을 오히려 곤혹스럽게 하거나 적(보수 정권)을 앞에 두고 내부 고발로 자기 진영을 와해시킨다며 배신자로 낙인 찍는 분위기로 몰아가 피해 폭로자를 몰아붙일 가능성이 높았을 것입니다. 이런 주장들이 보수 정권 하에서는 여론에 먹힐 확률도 높았구요.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니까 오히려 저런 식의 보수 정권 음모론이나 배신자론이 힘을 잃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이 된 것이 진보진영내 성폭력 피해자들이 폭로에 나설 수 있었다고 봅니다. 지금 김어준의 음모론이 먹히지 않고 오히려 비난받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하지요. 물론 미국에서 불어온 미투가 큰 영향을 준 것이지만요.
또 하나 미투가 지금 터지게 된 이유는 젊은 층의 의식 변화입니다. 이번에 폭로에 나선 피해자들은 대부분 20대와 30대입니다. 이들은 중장년, 노인층과 달리 개인주의가 발달하고 세계화의 세례를 받은 세대로 가부장적 질서, 남성우월의식, 집단주의적 사고에서 탈피한 세대입니다. 저는 이런 이유 때문에 진보진영이 정권을 잡았던, 보수 정권이 정권을 재창출했던, 미투는 필연적으로 이번에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보수 일각이나 비문계열의 진보진영에서는 임종석을 비롯한 주사파들이 중심이 되어 차기 정권을 노려 진영내 정적들을 제거하기 위해 미투를 기획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안희정, 정봉주, 민병두, 박수현이 모두 비문계열이며 주사파 계열의 우상호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것을 들어 그 개연성을 주장합니다만, 이건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봅니다.
미투에는 임종석 등 주사파들도 자유롭지 못한데다 이를 시행하기 위해 공작할 정신도 현재 그들에게는 없으며, 이를 시행하다 발각되거나 자신들도 미투에 당할 위험이 너무 높기 때문에 감히 엄두를 내기 힘들다고 저는 봅니다. 미투는 진보진영 전체를 싸잡아 그 위선과 이중성을 드러내고 있어 자신들도 미투에 직접 당하지 않더라도 그 피해를 입게 되는데 그런 멍청한 기획을 할 정도로 주사파들이 아둔하다 생각되지도 않습니다. 사실 주사파 등 운동권 출신들은 실질적 국민 복리를 위한 정책에는 무지하지만 정치공학적 계산은 빠르기 때문에 이런 짓을 시도하지 않을 것입니다.
미투는 계속되어야 하고, 사회개혁운동으로 승화되어야 합니다. 진영논리로 미투를 폄하하거나 폭로한 피해자들을 음모론이나 사적 보복론으로 비난해서는 안 됩니다. 이는 명백한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임을 모두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