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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위계에 의한 성폭력, no라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

ha 조회수 : 1,561
작성일 : 2018-03-06 13:30:54

제가 한창 박사논문 쓸 때의 일입니다.


제 전공 영역에서 도움 받을 일이 있어서


제 지도교수님께서 어느 대학 교수님과의 만남을 주선해 주셨는데요.


그 분을 평소에 책과 논문 등으로만 접했었는데 직접 만나게 되어 신기했어요.


여러 명 있는 자리에서 1번, 개인적으로 2번 가량 만나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2번째 만난 자리에서 일종의 성추행을 당하고 이상한 제안을 받았습니다.


제 전공 영역에서 몇 위 안에 손꼽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제가 뭔가 말이나 행동을 잘못 했을 때 미칠 파급을 조심해 하고 있었고,


나름 어느 정도 이루신 성과에 대해 존경심도 갖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상한 말을 흘리고 그 이상한 말의 뉘앙스를 정확히 인지하게 되었을 때는


일종의 공황 상태가 되더라고요.


저는 평소에 그렇게 약한 스타일은 아닙니다. 바바리맨이 쫓아올 때 뒤돌아 서서 욕한 적도 있었고


밤길에 뒤에서 어떤 남자가 끌어 안았을 때 엄청 큰 소리를 질러 주변에 도움을 요청한 적도 있었고..


이런 상황에는 분명하게 제 의사 표시를 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 분이 저에게 '너의 입술이 어떻고'... '내 옆에 와서 앉아 봐라..' '우리 앞으로 따로 만나자'


등등의 말을 할 때는 첫째로, 몇 시간 동안은 "믿을 수가 없다"는 충격과 허탈감과 무력감,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으로 저의 의사 표현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게 현실인가? 내가 들은 말이 맞나? 이게 사실인가?" 그런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더라고요.


결국에 저는 지도 교수님께 사실을 말씀드리고 모든 연락을 차단했습니다.


그 이후로도 몇 번 연락이 왔지만 연락을 받지 않았고, 그 대학에서 강의를 하라고 했지만


그것 역시 최종 거절했습니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내가 일터에서 만난 사람이 아니어서 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김지은씨처럼 내 직장과 일터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일을 그만두어야 하고 그 분야에 아예 발을 들이밀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사실을 인지하고 수용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김지은씨만큼 용감하지 못합니다.


어떻게 보면 김지은씨보다 강한 것일지도 모르고요...


그 일을 폭로하지 않아도 지금 상황을 견딜 수 있을 정도라서....


멀리서나마 김지은 씨 응원합니다.



IP : 116.127.xxx.194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8.3.6 1:38 PM (211.201.xxx.136)

    그래서 교육이 중요한 것 같아요.

  • 2. ㅇㅇ
    '18.3.6 1:40 PM (125.132.xxx.174) - 삭제된댓글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고 공감합니다.
    이런 일을 겪으면 머릿속이 진공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죠.
    상황 자체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립니다.
    저도 김지은씨 응원합니다.

  • 3. snowmelt
    '18.3.6 1:45 PM (125.181.xxx.34)

    일종의 공황 상태가 되더라고요.
    ---------------------
    이런 상황을 이해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물리적인 강제로만 당하는 것이 아닌데..

  • 4. 공감합니다
    '18.3.6 1:46 PM (118.221.xxx.4)

    같은 직장이면 결코 쉬운일이 아니지요ㆍ
    김지은씨 엄청난 용기를 내셨내요

  • 5. 쓸개코
    '18.3.6 1:46 PM (175.194.xxx.211)

    원글님 글 읽다보니 오래전 직장생활 할때의 일이 떠오르는군요.
    맞아요. 그게 쉬운일이 아닙니다. 힘들어요.

  • 6. 저는
    '18.3.6 3:53 PM (223.62.xxx.131) - 삭제된댓글

    님 인생을 더 응원합니다...
    이게 상식적인 대응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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