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한창 박사논문 쓸 때의 일입니다.
제 전공 영역에서 도움 받을 일이 있어서
제 지도교수님께서 어느 대학 교수님과의 만남을 주선해 주셨는데요.
그 분을 평소에 책과 논문 등으로만 접했었는데 직접 만나게 되어 신기했어요.
여러 명 있는 자리에서 1번, 개인적으로 2번 가량 만나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2번째 만난 자리에서 일종의 성추행을 당하고 이상한 제안을 받았습니다.
제 전공 영역에서 몇 위 안에 손꼽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제가 뭔가 말이나 행동을 잘못 했을 때 미칠 파급을 조심해 하고 있었고,
나름 어느 정도 이루신 성과에 대해 존경심도 갖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상한 말을 흘리고 그 이상한 말의 뉘앙스를 정확히 인지하게 되었을 때는
일종의 공황 상태가 되더라고요.
저는 평소에 그렇게 약한 스타일은 아닙니다. 바바리맨이 쫓아올 때 뒤돌아 서서 욕한 적도 있었고
밤길에 뒤에서 어떤 남자가 끌어 안았을 때 엄청 큰 소리를 질러 주변에 도움을 요청한 적도 있었고..
이런 상황에는 분명하게 제 의사 표시를 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 분이 저에게 '너의 입술이 어떻고'... '내 옆에 와서 앉아 봐라..' '우리 앞으로 따로 만나자'
등등의 말을 할 때는 첫째로, 몇 시간 동안은 "믿을 수가 없다"는 충격과 허탈감과 무력감,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으로 저의 의사 표현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게 현실인가? 내가 들은 말이 맞나? 이게 사실인가?" 그런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더라고요.
결국에 저는 지도 교수님께 사실을 말씀드리고 모든 연락을 차단했습니다.
그 이후로도 몇 번 연락이 왔지만 연락을 받지 않았고, 그 대학에서 강의를 하라고 했지만
그것 역시 최종 거절했습니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내가 일터에서 만난 사람이 아니어서 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김지은씨처럼 내 직장과 일터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일을 그만두어야 하고 그 분야에 아예 발을 들이밀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사실을 인지하고 수용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김지은씨만큼 용감하지 못합니다.
어떻게 보면 김지은씨보다 강한 것일지도 모르고요...
그 일을 폭로하지 않아도 지금 상황을 견딜 수 있을 정도라서....
멀리서나마 김지은 씨 응원합니다.